안민석의 ‘부동산 생각하며 투자하기’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경기 신도시 판교는 지금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서판교에 위치한 상가주택은 프리미엄만 4억~5억원 수준을 육박하는가 하면 이마저도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거주 목적인 수요자가 늘면서 좁고 답답한 아파트보다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선진국 사례만 보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로 접어들 때 가장 먼저 타운하우스를 비롯한 고급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신호가 왔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더불어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 선호도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수도권 남부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판교의 단독주택 용지가 인기를 끌면서 특정 구역에선 품귀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한남동, 평창동, 강남 등으로 대표되던 고급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판교신도시에 조성된 것은 최근 부동산 흐름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분위기는 투자 목적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심지역 아파트를 선호한 수요자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젠 도심과 가까우면서 독립되고 조용한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주택을 투자의 관점에서 보기보다 실거주의 대상으로 보는 투자 패턴 변화에 기인한다. 단독 택지의 경우 상가나 주택 일부를 월세로 돌려 일정한 임대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데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안정적인 임대수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부분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판교가 부촌으로 꼽히지만 처음부터 인기가 좋았던 건 아니었다. 판교 단독 택지는 약 2000개가량 개별 필지로 구성되었는데 지난 2006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공급가격은 3.3㎡당 800만원 수준이었으나 공급가에 거품이 끼었을 것이라는 대중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탓에 미분양이 속출했었다. 필지 역시 1필지당 7억~8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당시 판교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금액이어서 선뜻 투자하기 힘든 분위기였다.투자 대상이 서판교에 몰려 있다는 점도 투자 가치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투자 환경요건을 잘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와 운중동 타운하우스 밀집 지역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서판교 일대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고급 주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큰 이유로 원주민과 협의양도인 우선공급을 꼽을 수 있다. 주거환경 역시 녹지 비율이 높은 데다 판교공원, 운중천 등이 위치해 있어 쾌적하고 조용함을 선호하는 추세와 맞아떨어졌다. 분당 생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했다. 최근 판교역 인근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알파리움’의 경우 평균 26:1로 전 주택형 1순위로 마감된 바 있다.

현재 약 2000개의 판교 단독주택용지 중 건축 중이거나 이미 완공된 곳은 약 1100여 개 정도다. 판교 단독주택용지는 두 가지 유형으로 공급되는데 우선 이주자 택지 경우 상가(1층)와 주택(2~3층)을 겸용해 지을 수 있는 점포겸용 택지(상가주택), 그리고 최대 2층까지 주택만 지을 수 있는 협의양도인 택지이다. 이주자(원주민)나 협의양도인 모두 소유권 이전 시점 전까지 1회에 한해 전매가 허용되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프리미엄이 껑충 뛴 대표 이유다.

현재 점포겸용택지로도 불리는 이주자택지(F1~F8블록) 600여 곳에는 대부분 건축물이 들어선 상태다. 이 부지에는 점포와 주택을 겸용해 3층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특히 판교도서관, 운중천, 판교공원 등 카페거리가 조성된 곳이 명소로 떠오르면서 상가주택의 몸값이 덩달아 상승했다.

서판교 F4, F5, F6블록의 상가주택 시세는 토지면적 250㎡(3층) 기준 16억~28억원 수준이다. 지상에 건축물 등이 없는 대지, 즉 나대지 상태로 나와 있는 매물은 거의 없고, 이미 지어진 건물을 대상으로 프리미엄을 얹어 매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대지 3.3㎡당 2500만~3700만원에 달하는 액수이자 건축연면적 기준으로는 3.3㎡당 1300만~2300만원 수준인데 이마저도 물량이 없을 지경이다.

이주자 택지를 최초 분양할 당시에는 7억~8억원 수준의 땅값에 건축비(연면적×공사비) 8억~10억원 정도를 합산해도 채 20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서판교 상가주택에 붙어 있는 프리미엄은 4억~5억원 수준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얘기다. 이 밖에도 서판교 상가주택이 품귀 현상을 빚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층 상가를 임대수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토지 매수자가 거주하면서 직접 장사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부가적인 수익이 창출이 가능해 투자 목적으로도 매력적이다.

F4~F6블록 1층 점포 시세를 살펴보면, 66~99㎡ 기준 보증금 8000만~1억5000만원/임대료 300만~400만원 선이다. 2층은 주로 전용면적 45~66㎡ 수준인데 투룸 기준 전세가격은 1억6000만~2억원 수준이다. 99㎡대 단독층 전세는 3억2000만~3억8000만원으로 형성되어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건축주들이 상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입지조건과 땅값, 수지에만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임대료가 턱없이 높았다.임차시세는 최고 400만~600만원을 호가했다. 이런 이유로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고 공실 위험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수준까지 조정된 것이다.

반면 협의양도 택지는 이주자 택지와 달리 상가를 겸용할 수 없고 2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당장 부가적인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 대신 소음, 악취 등 주변환경 요소로는 상가주택 지역보다 월등하다. 이 때문에 실거주환경 위주의 수요자가 몰리면서 서판교 협택용지 지역은 상가주택 지역과 달리 고급 자재와 시설, 정원을 갖춘 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서판교 E1~E13블록의 협의양도인 택지 지역 중 인기가 높은 E4·E5·E6블록의 경우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 면적 250㎡ 기준 8억3000만~13억원까지 매물로 나와 있다. 3.3㎡로 계산했을 때 1100만~1700만원 수준이지만, 이미 전망이 좋고 조용한 입지의 매물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게 서판교 월든힐스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서판교 일대의 협의양도인 택지에는 1개 필지에 2가구가 거주하는 ‘듀플렉스 주택’이나 ‘캥거루 주택’도 많다. 특히 부분 임대형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을 쪼갠 형태의 캥거루 주택은 2층에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1층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주택은 애초 수익형 부동산 상품을 목적으로 소유자가 직접 설계하거나 부동산 개발 회사가 건축한 뒤 분양하는 식이다.

한 예로 현재 판교동에서 잔여 세대를 분양 중인 ‘산운아펠바움’(34세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급 단독주택지라는 이름을 붙여 공급한 타운하우스 부지에 지어진 최고급 주택인데 365~792㎡ 개별 세대 면적에 반해 분양가는 30억원 후반에서 최고 80억원을 육박한다. 역대 최고가 분향형 부동산인 것이다.

E4~E6블록의 단독주택 월세 시세는 방 3개, 화장실 2개(99~132㎡) 기준으로 보증금 1억~2억원/임대료 300만~400만원을 호가한다. 강남권의 중소형 면적대 고급 빌라와 맞먹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보증금 5억원/월세 300만원짜리 ‘슈퍼반전세’나 ‘통전세 10억원’ 등 비강남권에서는 차마 들어보기 힘든 금액의 전월세 매물들도 허다하다. 이들 주택 매물의 공통점은 데크테라스, 옥상조경, 옥탑방 등 단독주택의 장점을 한껏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물이 부족한 판교 단독 택지에 투자할 때에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가주택의 경우 카페 등 일부 업종이 난립해 매출이 하락하면서 공실이 속출했다. 자연스레 임대수익 저조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지와 동선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과 3~4년 전 서판교 상가주택의 일부 점포 임대료 수준이 500만~6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한 차례 조정기를 거친 바 있다.이를 감안해볼 때 현재의 매입 가격 대비 상가 임대 수익률은 더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의 경우, 건축비 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판교 등 신도시 단독주택 공사비는 3.3㎡당 450만~700만원 수준으로 연면적 330㎡만 잡더라도 4억5000만~7억원가량 들어간다. 여기에 8억~11억원 안팎의 땅값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13억~15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당장 발생하는 임대수익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기 자본 비중이 낮은 수요자라면 무리하게 투자해서는 결코 안 된다.

수익형 부동상 상품인 오피스텔이나 상가 경우 일반적으로 연 평균6~7% 수익률을 창출하는 데  반해 판교 단독택지 주택 수익률은 여러 특성상 아직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FR인베스트먼트 조형섭 대표 역시 필자와 비슷한 생각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서판교 단독주택지를 매입해 직접 건축하는 사람들 중에는 50억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가 많다. 따라서 상가나 주택을 기반으로 높은 임대수익 위주가 아닌 주거환경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같은 목적을 잘 읽고 투자해야 한다. 즉 판교는 당장의 임대수익보단 향후 지가 상승 측면에 비중을 두고 접근하는 편이 좋다.

어차피 거주가 목적이라면 좁고 답답한 아파트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흙도 밟으며 살 수 있는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 등의 선진국 사례를 보면 부동산 시장은 활황기로 접어들 때 가장 먼저 신호가 오는 것은 타운하우스를 비롯한 고급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었다. 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더불어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 선호도와 주택용지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 같다.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