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경영 / 소비자의 숨겨진 마음 찾기

성난 바람이 닫고 가는 문에
어머니의 손가락이 잘리고 말았다.

아니, 손가락을 넣어
들이치는 바람을 막으셨다고 말해야겠다.

얘야, 떨지 마라.
이 피와 살점을 가져다 저 굶주린 바람에게 먹여라.

피에 점화된 불꽃을 보고
문 밖의 승냥이들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옇게 굳어가는 손가락을
촛불처럼 들고 눈 위로 걸어가시는 어머니

- 나희덕, <斷指>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어머니가 손가락이 잘렸다고 하자. 아마도 어머니의 아픔이 그대로 자신의 마음으로 전달될 것이다. 그 아픔은 필시 자신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머니가 일부러 손가락이 잘려지게 했다면 어떨까. 그것도 자식을 위해 그랬다면 자식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그 슬픔이 하늘을 울리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는 현상만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진실일 때가 많다.
나희덕 시인의 시 <斷指>를 보라. 이 시에서의 슬픔은 손가락이 잘려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일부러 문틈에 손가락을 넣어 스스로 손가락을 잘라내셨다. 왜 그랬을까. 굶주린 승냥이가 된 바람이 아이를 잡아먹으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함이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문틈에 넣고 잘라 이를 바람에게 주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얘야, 떨지 마라/ 이 피와 살점을 가져다 저 굶주린 바람에게 먹여라.” 하고 말하신다. 얼마나 슬픈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요인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어머니의 본능적인 용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본능적 용기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움터 올라와 행동으로 실현된다. 하지만 이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숨겨진 마음이고 행동이다.
기업인은 소비자의 이 숨겨진 마음과 행동을 잘 살펴야 성공할 수 있다. 손가락이 잘렸다는 의미의 ‘단지’라는 단어만 봐서는 성공적인 기업 운영이 불가능하다. 시인처럼 어머니가 문틈에 손가락을 넣은, 숨은 뜻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소비자의 숨은 마음이다. 그래야 나희덕 시인이 독자에게 시로써 감동을 주듯 기업인도 소비자에게 상품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숨은 뜻은 어떻게 표출됐나. 상상력 덕분이다. 이 상상력은 극히 비상식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머니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마케팅도 이제는 비상식적인 상상의 조합으로 소비자의 가슴 깊이 존재해 있는 원래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이 시의 어머니 마음처럼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결정적인 시간에 드러난다. 소비자의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감성마케팅의 기본이다.
감성마케팅이라는 말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는 평범한 오감 활용 마케팅은 소비자를 그리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상식을 파괴한 의미 덧붙임으로 소비자의 숨겨진 마음을 드러나게 함이 이제는 필요한 시기다.
시인의 상상력은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또 그것이 시인의 생명이다. 이런 시인 상상력이 기업의 각종 마케팅 아이디어에 도입될 때 기업은 여러 요소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소 대표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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