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연

GS안과 대표원장

노안이란 우리 눈이 멀고 가까운 사물을 보기 위해 무의식 중에 초점을 맞추는 ‘조절’이라는 작용이 잘 안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절에는 많은 근육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앉아서 공부만 하고 책만 읽어도 배가 고픈 것인데 40대 중반이 되어 우리 몸의 근육이 위축되면서 눈에도 조절력이 떨어지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점점 잔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신문을 들고 있는 손이 자꾸 멀리 가게 되며 특히 어두운 곳에서 침침함을 느끼는 일이 많다.

이 시기에 여성들의 경우 호르몬에 변화가 많이 나타나 갱년기라고 부르는 독특한 증상을 겪게 되는데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가슴이 벌렁거리며 뛴다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것 등을 말한다.

안구건조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으며 급격한 신체적 변화에 적응이 안 되어 노안이 나타날 때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변화가 적지만 변화가 적다 해서 불편이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참 일할 나이에 노안을 겪게 되고 돋보기를 착용해야 서류를 보거나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됨으로써 겪는 사회적 불편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노안이 왔을 때 그동안은 돋보기를 쓰거나 누진다초점 안경을 사용했는데 누진다초점 안경이란, 하나의 안경렌즈에 원, 근거리 두 개의 초점을 넣은 뒤 너무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중간을 부드럽게 깎은 렌즈라고 이해할 수 있다.

누진다초점 안경을 착용하면 멀리와 가까이를 하나의 안경으로 잘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착용한다는 사실을 남이 알 수 없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적응이 쉽지 않고 계단을 내려갈 때 갑자기 계단이 올라와 보여서 넘어져 다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안과 의사들이 잘 권하지 않는다.

열이나 고주파를 이용해서 각막에 일정한 흉터를 만들어서 노안을 고치는 방법도 시도되었는데 ‘CK’ 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간단히 시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근시, 난시에 대한 교정 효과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안경을 벗을 수는 없는 데다가 재발이 많아 2년마다 반복해 주지 않으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시술되지 않는다.

한번 재발하는 것도 곤란한 일인데 2년마다 재발한다면 환자의 불편도 불편이거니와 그걸 받아줘야 하는 의사도 여간 곤혹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노안 교정술과 조절성 인공수정체를 이용해 백내장과 동시에 치료하는 노안교정술이 각광 받는 것은 바로 안정성 때문으로 재발이나 재수술의 필요성이 훨씬 적다.

특히 두 가지 방법을 병합해 사용하는 아사백내장 수술의 경우는 효과가 영구적이기 때문에 나이에 관계없이 수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백내장 외에 노인에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망막변성이나 당뇨망막증 등의 다른 병이 생긴다면 시력이 떨어지겠지만 흔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노안의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노안이 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고른 영양 섭취와 적당한 운동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든이 다 되도록 돋보기도 쓰지 않고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공통적으로 눈가에 주름이 많지 않아 적은 양의 각막 난시가 90도 방향으로 있는 경우이다.

많이 웃고 마음을 편히 하여 주름이 많지 않으면 세월의 흐름도 일부나마 늦출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