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3세 경영인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섬세함과 감수성을 활용, 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일환이다. 내친김에 경영승계에 도전하겠다는 3세 경영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 가장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여성 3세 경영인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다.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2005년 1월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전무로 올라섰다.

제일기획의 기획담당 전무도 겸직한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과 제일기획의 광고사업까지 경영 보폭을 넓혔다.

이 전무의 주식평가 금액은 2200억원에 달한다. 상장주가 아닌 비상장주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평가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주식평가금액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제일모직과 제익기획을 바탕으로 그룹 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읽는 능력도 탁월해 향후 해외 경영전략 마련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무의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도 주목해야 할 인사다. 호텔신라의 실질적인 CEO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최근 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로 올라서며 그룹 내 차기 경영승계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 전무의 주식평가 금액은 2600억원 정도다. 이 전무 역시 비상장주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평가금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이 전무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두고 일정한 경쟁구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이 전무의 경영참여 이후 호텔신리는 연평균 15%가 넘는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세전 이익도 2002년 99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아 처리했다.

삼성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에 관대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경영능력 평가에 따라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는 평이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완벽한 3세 경영인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조선호텔 전무에서 올해 인사를 통해 신세계 부사장(총괄 대표이사)으로 등극했다. 호텔사업과 백화점사업 모두를 두루 거치며 그룹 핵심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정 부사장은 호텔사업을 맡고 있으면서도 백화점 경영 사안의 소소한 일까지 꼼꼼히 챙겨온 바 있다. 정 부사장의 주식평가금액은 2640억원 정도로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신세계 경영 전반에 참여하며 정 부회장의 견제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승계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가 형성돼 있는 구조다.

숨겨진 경영승계 경쟁
현정담 동양매직 상무보는 떠오르는 여성 3세 경영인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는 동양매직에 차장으로 입사, 4년 만에 상무보에 올랐다. 동양매직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 상무보는 마케팅실장에 올라 동양매직 매출 상승을 이끄는 최전방에서 맹활약 중이다. 마케팅실의 특성상 경영능력이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만큼 경영승계를 위한 경쟁구도 형성일 가능성이 높다.

현 회장의 장남인 승담 씨가 동양종합금융증권 부장으로 재직 중에 있지만 전적으로 아들 중심의 경영승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승담 씨는 현 회장과 함께 동양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지분 11.5%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승계에서 누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경쟁관계가 형성된 만큼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경영승계 후계구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상무의 경영행보도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그룹 호텔 계열사 ‘칼 호텔 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여행 관련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의 상징적 사업인 항공사업과 연계성이 가장 높은 여행사업 분야의 경영참여는 경영승계 구도의 조 전무 위치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조원태 상무, 조현아 상무,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정석기업의 지분을 각 1.2% 취득 한 바 있다.

정석기업이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만큼 똑같은 양의 주식 취득은 경영승계권을 둔 경쟁구도 유지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차기 경영승계가 확실시되는 만큼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다. 외동딸로서 경쟁구도가 만들어 질 수 없는 탓이다. 정 전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오른팔로서 핵심사업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무의 성적표는 여타 여성 3세 경영인들의 성적에 비해 초라하다. 현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금액은 732억원으로 연초 1050억원보다 320억원가량이 줄었다.

그룹 내 크고 작은 악재와 경영승계 관련 경쟁구도가 생길 수 없는 특성상 발생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쟁구도의 긍정적 효과
일부에서는 여성 3세 경영인들의 경영 일선 진출을 두고 재벌그룹의 경영세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질적인 폐단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여성 3세 경영인들이 경영에 진출해 형성되는 경영승계 경쟁구도는 긍정적 역할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재벌그룹의 경영세습이 암묵적으로 인정돼 왔던 만큼 경쟁구도의 형성은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보유주식으로 인한 책임경영 강화는 기업 이익으로 이어져 투자자의 이익으로 환원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 3세 경영인들의 활약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재벌 그룹의 여성들이 경영에 나서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며 “섬세함과 여성 특유의 감성 경영은 여성 3세 경영인들에 의해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