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 장밋빛 전망보고서 줄줄이 내놔

사진 출처: 이미화 이코노믹리뷰 사진기자

국내증시가 글로벌 경제 회복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행진에 힘입어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이번 국내증시의 훈풍은 지난 2011년 전고점이었던 2286을 상향돌파하면서 2300포인트대까지 1년 내에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른 반론이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nvestment Bank/IB)들이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한 장밋빛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보고서의 향후 전망 배경과 지수 예상치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이 특이사항으로 꼽힐 정도다.

이들이 향후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은 첫째, 미국·유럽·일본·중국경제의 잇단 회복의 제1의 수혜국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브라질, 인도 등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자본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행진은 지난 1998년 32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이번에 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도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투자 포토폴리오가 달라진 경제상황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외국계 IB는 '엔화 약세 쇼크의 영향 등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춘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2000년 이후 최장기 순매수 랠리에 나선 요즘, 한국경제와 증시를 한껏 치켜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한국과 대만 등 북아시아 국가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증시에 대해선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4분기 아시아 시장은 거시경제의 위험 요인과 부진한 기업 실적, 중간 수준의 밸류에이션, 형편없는 위험 조정 성과 등으로 인해 1%에 그친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 등 북아시아 증시는 미국의 성장에 더 민감하고,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대해 덜 취약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국고 재정 신용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방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향후 12개월 내 코스피 목표치를 2300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선진국 경기에 대한 종속성과 선진국-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제조업 경기지수의 양호한 실적을 근거로 올 하반기 한국 경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로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PMI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세부 항목별로 봤을 때 신규 주문과 생산, 해외 수출 등이 모두 개선됐다.

HSBC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도 49.7로 4개월래 고점을 기록했다. HSBC는 “기준선인 50을 하회했으나 4개월래 고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한국 제조업 경기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아시아 제조업의 회복세는 유럽 및 미국 등 선진 서방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선진국 경제가 회복세를 되찾으면서 아시아 제조업의 40%를 차지하는 전자 부문의 수요를 대거 소화한 데 따른 결과란 설명이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체탄 아햐도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제조업계의 회복세는 미국 및 유럽의 견고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경기개선 조짐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한국의 일평균 수출 규모는 22억4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한국 경제 전망도 긍정론에 가깝다. 지난 2일 제출한 갱신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상반기 수출 둔화 속에서도 재정과 통화 정책상의 부양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면서, “하반기에는 부양 효과가 줄어들겠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다시 살아나 중국 경기둔화와 일본 엔화 약세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보냈던 크레디트스위스도 지난달 1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입장을 뒤바꿨다.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주당순이익(EPS)은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사는 “다른 신흥국보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한 것은 물론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