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 연세대를 나와 미시간대학(BBA), 휴스턴 텍사스주립대(MBA)에서 수학한 이면희 박사.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덕성여대 강사, 국민투자자문 수석연구위원을 지냈다. 옥션의 창업멤버이기도 하며 현재 (주)지텔컴 부회장, 원어데이 고문직을 맡고 있다.

‘모든 전쟁은 정석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승리한다.’ 중국 병법 칠서 중 가장 뛰어난 병서라는 손자에 나오는 이 구절을 실제 전쟁에서 확실하게 증명해 준 인물이 있다.

바로 ‘칭기즈칸’이다. 그가 이끄는 몽골군의 전술은 공격, 유인, 기습이라는 간단한 패턴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몽골군에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갖춘 기병들이 있었다. 몽골군의 주력군이기도 했던 이들은 일일 최대 행군속도가 200㎞에 달할 정도로 날랬다.

이 같은 속도는 유럽군이 미처 대비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여기에 바로 맞붙는 백병전이 아니라 유인하고 몰면서 치고 빠지기에도 능했다.

손자가 말하는 ‘정석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승리하다’는 병법으로 유감없이 실력 발휘했던 셈이다. 초경쟁 시대다.

적자생존의 논리는 전장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벌어진다.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다.

미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출신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던 이면희 CEO 코치(박사)는 내년에 CEO가 갖춰야 할 리더십을 말하면서 경영자들이 몽골군의 칭기즈칸의 병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몽골군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효과성, 효율성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갈음하는 창조성까지 경쟁우위를 갖췄다.

치고 빠지기 전략이 바로 경영학의 ‘효과성’과 연결된다. 명분보다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효율성’ 측면도 빠지지 않는다.

10만명이 안 되는 적은 군사로 1억명이 넘는 유라시아 전체를 정복하고 호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경쟁력에서 효과·효율성은 이제 한물 간 얘기가 되고 있다.

차별화를 통한 ‘창조성’이 어마어마한 보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독점’이다.

몽골군은 스피드라는 차별화된 강점으로 유럽군의 혼을 빼놓았다. 스피드의 장점은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가능하다는 것. 스피드 변화를 통해 무궁무진한 새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칭기즈칸의 변화무쌍할 수 있었던 창조적인 병법을 CEO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강조한다.

이제 단순히 효율성과 효과성으로는 공급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이에 이 박사가 주는 답이 바로 ‘집단지성(창의성)’이다.

집단지성이란 다수가 참여해 상호간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의 지적 능력을 말한다.

이는 앞으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 직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서로간의 자극을 통해 새롭게 조합하거나 타사와 다른 방법으로 만드는 시도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박사는 CEO들이 조직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파해야 하는 게 있다. 동기유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

예전에 ‘머슴은 밥으로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밥만으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헝그리한 국가가 아닌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박사는 직원들의 이타적인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이 박사는 ‘4.0 CEO’로 이름 지었다.

1.0 CEO가 모험심을, 2.0 CEO가 사람관리를, 3.0 CEO가 기능조정에 탁월했다면 4.0 버전에서는 주변에 감동을 주는 CEO라야 한다는 것.

감성을 자극받은 직원들이 조직 성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아이디어들을 토해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최근 미국에서도 마케팅 키워드가 되고 있는 ‘제너레이션 지(Generation G)’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들로부터 “영적으로 존경받을 만 하다”라고 평가받는 CEO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의 욕구가 그만큼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베푸는 ‘짱’이 직원들 아이디어를 샘솟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G는 그린이라기보다 Generosity(베품)에 더 가깝다. 이는 기업들이 단순히 자선기금(Charity)을 마련하는 것을 뛰어넘어 환경과 사회적 책임, 참여까지 범위를 넓힌 것.

예컨대 미국 톰스(Toms)라는 신발회사는 자사 신발을 한 켤레 사면 어려운 아이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광고한다.

이는 참여까지 유도하는 공존과 감성의 리더를 시대가 원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베푸는 리더십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생존이라는 화두를 기업들이 피해갈 수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에 이 박사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물었다. 최근 《경쟁의 법칙》이라는 책까지 펴낸 이 박사는 하나의 시장에는 늘 3개 기업만 생존한다며 3위를 할 수 없다면 생존을 위해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집 주변 피자집조차 3개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수요를 만드는 것도 CEO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대기업과 무모하게 싸워 출혈만 낼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후퇴해 수요가 있는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물건을 팔지 않고 공짜로 줄 수도 있다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예컨대 통신시장이라면 아프리카로 진출해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짜로 휴대폰을 나눠주면 일단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휴대폰을 받는 고객들에게는 인식 마케팅을 펼친 셈이 되는 격.

수익이 문제 될 수 있지만 일단 시장을 선점했으니 광고나 대기업 로고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빼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박사는 독불장군식으로 경영하는 시대는 갔다고 강조한다. 실제 역사적으로 위대한 발견이나 발명도 뛰어난 천재 한명이 이룬게 아니라는 것.

발명왕이라는 에디슨의 경우도 그가 천재여서라기 보다 특허를 잘 낸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변사람들과 같이 만든 발명품을 에디슨이 잘 포장해내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경우도 마찬가지.

집현전 학자들의 밤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특출한 천재가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는 수학이나 물리학 법칙도 그는 원래 다른이들이 사용하던 이론을 발견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시 이 박사가 강조하는 집단지성의 힘과 일맥상통하는 셈.

그는 CEO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주면 된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이 박사는 잘 놀줄 아는 CEO가 되야 한다고 말한다.

폼 잡고 있는 CEO가 위에 있어서는 직원들이 자유로운 집단지성을 나누기 곤란할 것. 더구나 직원들과 함께 스스럼 없이 어울려 놀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없을 터이다.

이는 또 기업에 위기가 닥쳐도 전 직원들이 똘똘 뭉쳐 고통을 나눌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 그는 “옛 아버지나 CEO들이 힘든 것을 숨기다 골목에서 혼자 우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감동적인 얘기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영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진정 역량 있는 CEO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