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사진=코레일]
‘대한민국 운송 대동맥’ 철도사업을 관리·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최연혜(57세) 전 부사장이 임명됐다.

최연혜 사장에겐 ‘여성 사장 1호’의 기쁨이 크겠지만, 눈앞에 산적해 있는 코레일 현안사업은 ‘참을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최 사장의 제1 해결과제는 코레일의 적자경영 탈출이다.

지난해 코레일의 경영성과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코레일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연결결산 기준으로 영업손실 2054억원을 기록하며, 2조8202억원에 이르는 막심한 당기순손실 경영성적을 거뒀다.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도인 2011년(-3640억원)보다 줄었음에도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1년 당기순이익 4507억원에서 곤두박질해 지난 한 해에 자그마치 3조2000억원 이상을 까먹었다. 이 때문에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할 것이라는 외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금융 비용 급증, 일반철도(새마을, 무궁화선)의 영업적자 누적 등이 겹쳐 당기순손익에서 실적이 나빴다”고 해명했다.

경영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연혜 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취임사에서도 최 사장은 흑자경영 달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15년에 흑자경영을 반드시 달성하자”고 임직원에 당부하고 “열차운행체계 최적화, 사업별 책임경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과감한 경영 효율화와 함께 계열화 경쟁력 강화, 역세권개발사업·관광사업 활성화 등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코레일 안팎에서는 경영개선과 관련, 신임사장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은 정통 철도관료 출신이 아닐뿐더러, 전공이 철도기술 계통이 아닌 철도경영 및 정책 분야여서 적자 탈피의 적임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만하임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뒤 한국철도대학(현 한국교통대학 전신) 운수경영학과 교수, 철도청 업무평가위원장 및 철도운임·요금정책심의위원장, 건설교통부 철도산업구조개혁추진위원을 섭렵한 ‘철도경영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4년 철도청 차장으로 영입돼 이듬해 법인으로 출범한 코레일의 초대 부사장으로 일약 승진하기도 했다. 이어 2007년 한국철도대학 총장, 세계철도대학교협의회 회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코레일 여성 사장의 두 번째 과제로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굵직한 정부정책과의 조율이 꼽힌다.

당장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철도산업발전방안’으로 이름만 바꾸고 KTX 민영화 등을 밀어붙이는 기세다. 하지만 최 사장은 ‘KTX 민영화’ 반대론자이다. 그는 “KTX 민영화는 국가 전망을 위해서 좋지 않다.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었다.

오히려 최 사장의 철도발전 철학은 민영화가 아닌 국가의 철도 투자 확대이다. 정부가 철도 구조의 상하 통합, 철도를 통한 대륙진출 등 투자를 늘리면 국가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 비판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를 포함한 21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취임에 맞춰 ‘코레일 최연혜線(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에 일부 언론에서 지적됐던 최 사장이 정치적 이력이나 배경 때문에 소신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은 최 사장의 세 번째 극복 과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즉, 경력에서 보듯 최 사장은 정치권과의 교류가 남달랐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 직후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전향, 고향인 대전 서구 당위원장을 맡아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여전히 새누리당 대전시당 서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책 소신’을 강조하는 최 사장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정치 소신’을 그대로 유지, 관철시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인 것이다.

다만 사장 인선 과정에서 화려한 관료 경력과 정관계 인맥을 등에 업은 쟁쟁한 남성 후보들을 마다하고 여성 후보를 수장으로 간택한 ‘첫 여성 대통령’의 청와대가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최연혜 사장의 경영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기자 jinulee@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