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우수하고 교통 편리한 얼바인, 라크레센터 등 인기

서브프라임 사태로 침체된 미국 부동산시장이 점차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투자를 계획했던 많은 이들이 서브프라임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2008년 10월 이후 LA를 중심으로 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이하 남가주)은 주택매매가 증가해 시장이 회복됨을 나타내고 있다.

매달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집계해서 발표하는 ‘데이터퀵 인포메이션 시스템스’에 따르면 남가주 지역의 주택매매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50.5% 증가한 1만9926건을 기록했으며, 오렌지 카운티는 49%, LA카운티는 32%가 증가했다. 또 지난해 11월 대비 거래 증가비도 19%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은 하락했지만, 소비자가 선호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주택 가격 하락폭이 타 지역에 비해서 작았다. 오히려 주택 가격이 인상되는 지역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LA카운티의 경우 단독주택의 중간 가격이 32만달러로 36% 하락, 오렌지 카운티는 중간 가격이 42만5000달러로 29.2% 하락했다.

특히 한인들과 백인들이 선호하는 지역(학군이 우수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많으며 교통이 편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었다. 학군이 우수해 한인들이 선호하는 세리토스 지역을 예로 들면, 이 지역의 지프 코드(우편번호) 90803 지역은 지난해 1년 동안 가격 하락이 14.3%에 그쳤다. 패서디나의 91104 지역도 지난해 12월에 10%의 가격하락에 그쳤다.

반대로 오렌지 카운티 사이프러스시의 콘도 가격은 12월 거래분 기준으로 11.8% 인상됐다. ‘미국의 8학군’이라고 할 수 있는 얼바인 지역(92612)은 가격이 하락하기는커녕 97.6% 상승했다. LA카운티의 라크레센터(91214)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5.4%, 맨해튼 비치(90266)는 1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주택 내부시설이 현대적으로 리모델링된 오렌지카운티 사이프러스 지역은 지난해 12월 은행 차압 매물이 최초가격 43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53만달러에 매매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지역의 단독주택은 기존 가격보다 5만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또 주택 가격이 현재의 은행 감정가보다 낮고 주거 상태가 좋은 경우에는 평균 10~20개 또는 그 이상의 구입 매수가 쇄도하는 경우도 공통적으로 보여진다. 이는 최근의 금융위기로 주택 모기지 융자시장이 까다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상황이라, 현재 경제위기 상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남가주의 주택시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뭉칫돈들이 주택으로 다시 회귀

LA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띤다고 미국 부동산시장의 회복 시기로 보는 것은 아직은 조심스럽다. 부동산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 남가주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들은 높아가는 공실률로 고전하고 있다. 매매 동향을 분석하는 비즈벤(BizBen)에 따르면 오렌지 카운티 사업체 거래량이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어든 80건, LA카운티는 35% 감소한 227건에 그쳤다.

또 대형 개발 프로젝트들도 주류 은행들의 PF(미국에서는 construction loan)를 꺼리고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무기연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3년 전까지 활발했던 LA다운타운 지역의 콘도 신축붐도 그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에나하임은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던 ‘플래티늄 트라이앵글(Platimum Triangle)’프로젝트를 지난해 11월 추가로 르나사에 프로젝트 공사승인 허가를 5년 연장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주택개발사인 르나사가 3500세대 이상의 콘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가운데 오렌지 카운티를 중심으로 LA 주택시장의 나홀로 강세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다음의 몇 가지 요인이 꼽히고 있다. 우선 부동산시장 중 주택시장으로의 ‘돈의 쏠림 현상’이다.

지난 금융시장 위기 속에 많은 이들이 손해를 봤고 경기침체로 이어졌지만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않은 ‘뭉칫돈’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이 자금들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다가 주택시장으로 일부 몰려들고 있고,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주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일단 TARP(금융권 구제금융)를 수혜받은 상당수의 은행들이 계속된 정부 압력에도 이 자금들을 융자시장으로 돌리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상황은 ‘돈의 쏠림 현상’을 증명한다.

가격상승 지역들의 공통된 특징은 투자자가 선호하는 지역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고, 인종별 쏠림 현상도 관찰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선호 지역의 기준인 학군이 우수한 곳과 현대적인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는곳, 그리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 등의 단독주택(첫 주택 구입자나 개인 투자자나 투자그룹)이나 콘도(주로 투자자들이 구입 타진)등의 구매 의사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은행융자 시 가격이 하락되거나 혹은 주로 현금으로 거래되는 건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매매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은행차압이라면 이는 가격 대비 렌트 수입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촉발시켰고 100세대 이상이 사는 아파트 구입보다 여러 채의 주택을 구입하는 편이 환금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또 투자자들은 TARP를 수혜받은 은행들이 더 이상 정부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융자시장이 완화되기 시작한다면 그만큼의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재혁 LA 콜드웰뱅커(COLDWELLBANKER) 사장 (ameribest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