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기업문화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기업문화를 컨설팅했으며, 인문학의 방법론으로 기업의 문화를 분석해 경영전략에 부합하도록 변환하는 업무를 다룬다. 저서로 《기업문화 오디세이 1: 기업의 인류학에 관한 친절한 강의》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 찍은 ‘눈물의 비디오’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는 ‘비망록’이다. 은행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고, 가까스로 생존에 성공한 이들은 텅빈 옆자리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난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외환위기’의 데자뷰였다.

똘똘 뭉쳐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직장인들의 정서를 사로잡았다. 작년 말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국면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 가까이 치솟았고,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위기설이 주기적으로 고개를 들며 이러한 불안감은 깊어만 갔다.

생존이 금과옥조였다. 곳간이 차있어야 인심도 난다는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의 통찰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경인년 한국 경제호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국 경제가 3.5∼6%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신상원 조직관리 컨설턴트는 올해 조직관리 코드는 바로 ‘유연함’이라고 강조한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파고를 극복할 핵심역량이다.

그는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합병 실패에 대한 원인으로 조직관리 역량의 한계를 꼽는다. 이 그룹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분란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금호건설과 대우건설 직원들의 분쟁이 결국 도약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자금 동원에 무리수를 둔 것도 직접적 패인이다. 금호그룹은 반면교사의 실례이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인 그는 그리스·로마신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동서양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무의식을 엿본다.

신 컨설턴트는 신데렐라 신화의 서사구조가 인류 보편의 사고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그의 컨설팅은 이런 식이다.

신화의 상징체계로 무의식을 유추해내고, 또 이러한 방법론을 기업문화 분석에도 적용한다.

신상원 컨설턴트는 ‘아모레퍼시픽(전 태평양그룹)’을 유연한 사고를 하는 기업으로 꼽는다. 1990년 총파업의 위기를 겪은 이후 현재까지 화장품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도 이 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꺾지는 못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의 원동력을 서경배 사장의 ‘조직관리’ 노하우에서 찾는다.

“서경배 사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은 1990년 당시 그룹의 위기 원인을 조직관리에서 찾았습니다.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비대하게 커진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했던 상명하복의 문화 대신 개방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거죠.”

서 사장은 소통에 주력했다. 결정은 초반에 진통을 동반했다. 경영진에서 말단 사원들까지,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서경배 사장은 직원들을 한 사람씩 만나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업사원들에게는 단순한 화장품 판매가 아닌 아름다움을 파는 기업의 얼굴임을 강조했다.

미의 전도사의 임무를 심해주기 위해서였다. 자부심은 소명감으로 이어지고, 소명감은 애사심으로 환원돼 자발적인 응집력이 발휘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과실은 달콤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 뷰티’란 슬로건 아래 직원들이 미의 전도사로서 각 영역에서 벌이는 왕성한 활동이 주요했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조직 간 소통이 소비자와의 소통, 직원 간 소통으로 이어지며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변화의 중심에는 신 컨설턴트의 조직관리 노하우가 총동원 됐다.
“1990년대 당시 조직관리는 영업사원 위주의 조직구성 특성상 구조조정의 불안감 해소와 업무에 대한 자부심 부여에 있었습니다.영업사원들의 호칭 변화, 조직원들에게 소명감을 부여하는 방식의 조직관리 방식이 주효했어요.”


“기업의 조직관리는 현재 처한 상황과 미래에 따라 변해야 한다. 단결만을 내세운다고 능사는 아니다. 소통을 통한 자발적인 응집력을 이끌어내는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LG, 현대차, SK 등 재벌그룹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 아래 기업들은 조직관리가 경영에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토테미즘 장치로 ‘상흔’을 치유
이 회사 화장품 유통망인 ‘아리따움’에서 근무하는 영업 부문 직원들을 심층면접한 신 컨설턴트는 이들의 상흔을 치유를 바탕으로 한 조직관리를 추전했다.

신 컨설턴트가 제시한 처방전이 바로 요정을 뜻하는 ‘아리엘’이었다. 현장 판매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토테미즘적 장치였다.

신 컨설턴트는 기업의 사내 문화를 인간행동을 규정하는 무의식에 비유한다. 맞춤형 처방에 따른 조직관리가 조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을 확인한 그다. 때문에 조직관리의 변화에 앞서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 아무리 비싼 구두도 발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듯 기업조직 관리도 똑같은 식이다. 기업에 맞지 않는 조직관리 방법은 조직 내 혼란만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다. 효과적인 조직관리를 위해선 기업문화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신 컨설턴트는 “삼성과 같은 성과제 기업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조직관리 방법을 도입한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적 위주의 조직관리 시스템이 고착화 된 기업에서 ‘정(情)’과 ‘사명감’을 내세운 조직관리 법은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성과 위주의 조직관리를 받고 있는 조직원들을 용병에 비유한다. 그들은 실적으로 말하고, 실적으로 평가되야 제 기능을 발휘 할 수 있다.

신 컨설턴트에 따르면 조직 관리의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성과제 조직관리와 문화 조직관리다. 전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주로 택하는 조직관리방법이다.

성과를 강조하는 만큼 조직원의 응집력은 떨어지지만 개방성이 극도로 높은 것이 주요 특징이다.

해당 조직원들이 경쟁사로의 이직이 잦은 것이 부담거리다. 시스템적인 관리 없이는 모래성 무너지듯 조직이 와해되기 쉬운 단점도 있다. 문화적 조직관리는 성과제 조직관리와는 정반대의 관리방법이다.

조직원간 신뢰를 바탕으로 상명하복을 철저하게 따져 내부 결속력을 강화한다. 개방성이 떨어지는 만큼 폐쇄성이 높다.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예우와 함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나갈 경우 자연스럽게 개방성이 늘어날 수 있다.

신 컨설턴트는 “기업의 현재 처한 상황과 미래 계획에 비춰 적절한 조직관리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극한의 노사대립을 겪었던 쌍용차도 평소 이 솔루션을 적용했다면 파국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세형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