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리차드 힐 신임 행장은 지난 2002년 앨라이드 도메크(Allied Domecq PLC)의 뉴욕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이 회사의 CFO, COO 등을 지내며 5개 대륙에서 대규모 생산과 여업을 하는 최초의 글로벌 프리미엄 와인 비즈니스 설립에 기여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5년 페르노르드 리차드에 매각되자 스탠다드차타드 금융그룹으로 옮겼다. 5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영국의 프로축구팀 '아스날'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tandard Chartered)에는 늘 따라다니는 ‘수사’가 있다. 바로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sia focused)’는 경영의 이정표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 금융 그룹의 매출 90%는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지난 1986년 이른바 ‘빅뱅’의 후폭풍으로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이다.

이 금융 그룹이 추진해온 해외시장 공략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화의 첨병으로 통하는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재작년 처음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 매출이 자국시장을 앞섰다. 그런 이 금융그룹의 신(新) 성장 엔진의 하나가 바로 아시아의 대한민국이다.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의 은행사(史)를 새로 쓴 이 금융그룹은 또 한 차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앨라이드 도메크’ 등 주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하이브리드 형 경영자’를 한국 자회사의 수장으로 전격 선임하며 금융시장 공세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리차드 힐(Richard Hill) 신임 SC제일은행장 겸 SC금융지주 대표이사다. 올해 45세인 힐 행장은 영국 엑세터 대에서 의료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6년 1월 금융 분야에 투신하기 전까지 19년 동안 주류 산업에서 활동해온 독특한 이력의 ‘경영자’이다.

이 금융그룹의 싱가포르 소재 소매금융본부 CFO를 거쳐 작년 1월 한국에 건너와 SC제일은행 CFO 및 전략담당 총괄 부행장으로 근무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David Edwards)전임 행장은 재임 중 증권사를 설립하고, 지주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성장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드림팩 등 맞춤형 복합상품을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공세적 경영을 펼쳐온 정통 금융맨이다. 이색경력의 소유자인 리차드 힐 신임 행장이 부임 후 펼쳐들 성장의 카드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지난 1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는 리차드 힐 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전임 행장, 그리고 팀 밀러(Tim Miller) 한국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이사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금융 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가파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그 비결이 있습니까.
스탠다드차타드의 비전(Vision)이 바로 ‘성장을 위한 최상의 파트너(best patner for growth)’입니다. (기업금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네트워크를 앞세워 국내 기업 해외 시장 공략의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자회사 직원들의 몰입도가 금융그룹의 전세계 자회사 중 가장 높다는 결과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의 몰입도(engagement)를 측정했는데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가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남다른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데이비드 에드워즈).

수익성 높은 소매 금융 부문에 주력한 결과라며 이러한 성과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모기지 은행이었어요. 지난 2005년 이 은행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기업 금융’은 없었습니다.

이걸 새로 만든 것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기업 대출을 점차 늘려 왔습니다. 지금까지 기업 대출 규모가 10조원 가량에 달합니다.

지난 4년간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투자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2년 동안 1억 달러 가량을 들여 신규 영업점을 꾸준히 오픈해 나갈 계획입니다.

경쟁 은행들에 비해 서민 지원 금융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홀대’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희망 홀씨대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상호저축은행(SC상호저축은행),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SC캐피탈)은 저소득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전임 행장 시절 금융 당국과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금융 감독 당국과 이견을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전한 긴장 관계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 시장에 5억 달러를 투자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일자리를 500개 정도 새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현재 1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임 행장 시절 증권사를 인수했는데, ‘보험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듭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지주사를 설립한 배경입니다. 그래서 증권사도 인수했으며, 보험 산업에도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전략의 골자로 하고 있어요. 물론 인수합병(M&A)을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행의 수장이 바뀌었어도 앞으로도 전략의 틀이 달라질 것은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군요.
은행 전략은 (큰 틀에 )연속성을 유지하게 마련입니다. 제가 1년에 여섯 차례 방한해 그가 잘 하는 지 지켜볼 것입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전임행장)

한국 시장에서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지난 4년간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투자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2년 동안 1억 달러 가량을 들여 신규 영업점을 꾸준히 오픈해 나갈 계획입니다. 6개월마다 25개 영업점이 증가하는 폭입니다.

우이동 부동산을 비롯해 고정 자산은 왜 매각한 겁니까.
(서울 강북구 우이동 연수원 등을 매각한 것은 ) 영업점 등을 꾸준히 늘리는 데 소요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사람, 그리고 비즈니스에 꾸준히 투자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만 해도 40개의 영업점을 새로 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에서 가장 큰 투자자입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일자리를 500개 정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노조와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노사관계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사내 축구경기 때 노조원들과 어울려 축구를 합니다.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노사문제는) 은행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생긴 성장통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