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액은 5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67억7000만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줄었지만 전년 동월 25억달러보다는 2배 이상 많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422억8000만달러 흑자로 연간 전망치 530억달러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상흑자 요인은 원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크게 하락한 원인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지연, 최근 중국 경기지표(HSBC 제조업 PMI)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개선세 등이 원화 강세 압력이 높이고 있지만, 월말, 분기말을 맞이해 수출업체 네고물량 유입 기대가 이어지며 원화 강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신성인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업체 네고물량 유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까지 이어진다면, 원·달러 하락 압력이 작용해 107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연구원은 “1070원대 초반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이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한국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로 인한 추가적인 원화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물론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미세조정이나 구두 개입 이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원화 강세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장기적으로는 수출 가격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편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지표의 엇갈린 모습으로 급격한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국내 채권시장 모두 9월 FOMC 이후 하락세를 보여 가격 부담감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미 재정 불확실성이 추가 금리 하락보다는 가격 부담이 있는 시장에서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도 전월 수준에서 그치면서 수급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은 좁은 박스권 등락을 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