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강남대로 반포점에서 한 여성 고객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강남대로 반포점은 국내 커피 전문점 최초로 음반 판매가 시작된 매장이다.


오후 4시의 백화점. 매장에는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깔린다. 이 배경음악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용도만은 아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어느 시간대에 어떤 템포의 음악을 틀어야 매출이 느는지를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이나 오후 4~5시에는 보통 차분한 음악을 선택한다. 차분한 음악을 들을 때 고객들이 매장에 더 오래 머물고, 이는 백화점의 매출 상승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만큼이나 배경음악 선정에 고심하는 곳이 커피 전문점이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가 “우리는 커피만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했을 때, 그 문화 속에는 음악이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음악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스타벅스는 “지금 흘러나온 이 노래 제목이 무엇이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직접 음반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레이 찰스의 ‘지니어스 러브스 컴퍼니(Genius Loves Company)’는 스타벅스가 만든 음반회사 히어뮤직을 통해 2004년에 발매돼 전 세계에서 550만장이 판매되는 등 대히트를 기록했다.

스타벅스 매장용 음악으로 자주 쓰이던 포크 싱어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경우는 스타벅스가 만든 스타 중 한 명.

국내에는 아직 음반제작사를 차린 커피 전문점은 없다. 하지만 매장에서 음반을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과 직접 컴필레이션(여러 가수들의 히트곡을 모은 편집앨범) 앨범을 발매하는 커피 전문점들은 있다.

“올 6월부터 강남대로반포점에서 음악 앨범 시범 판매를 시작한 스타벅스코리아는 반응이 좋자 앨범을 판매하는 매장 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 4개 지점에서도 앨범 판매를 시작했다.”

스타벅스 40개 매장에서 음반 판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서현미래에셋점. 젊은 직장인이 매장에 비치된 앨범들을 살펴보고 있다. 조수미, 스팅, 리차드 용재 오닐, 다이아나 크롤 등 팝과 재즈, 클래식 분야의 가수 20여명의 앨범들이 꽂혀있다.

올 6월부터 강남대로반포점에서 음악 앨범 시범 판매를 시작한 스타벅스코리아는 반응이 좋자 앨범을 판매하는 매장 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 4개 지점에서도 앨범 판매를 시작했다. PIFF광장점, 베니시티점, 센텀시티점, 부산대점 등 4개 매장이 그곳.

커피 전문점 매장에서 앨범을 팔 수 있게 된 것은 식품위생법 개정이 뒷받침됐기 때문. 올 4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서비스산업선진화 방안에 따라 법적 문제 없이 커피 전문점에서 음악 앨범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커피 전문점과 음반제작사 양측이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음반을 파는 것이 수익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관계자는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음반 판매 매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 유니버설 측과 제휴를 통해 음반을 판매하고 있는데, 유니버설 측에서도 유통망 확대 차원에서 좋은 기회라 여기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이인석 부장은 스타벅스와의 업무제휴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기존 대부분의 음반 CD 유통채널이 붕괴된 상황에서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고 말한다.

이 부장은 이외에도 스타벅스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문화마케팅과도 궁합도 잘 맞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부장은 매출에 있어서도 “실제 매출이 크게 향상될 거란 기대까지는 없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주변에 레코드점을 찾기 어려운 분당이나 과천 등지에서 젊고 트렌디한 직장인들을 위주로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는 음반 판매는 물론 유명 가수들의 팬미팅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오는 12월30일 오후 3시에는 스타벅스 홍대정문점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팝재즈 가수인 바우터 하멜과 팬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할리스커피, 발매 앨범 1만장 완판
그런가 하면 토종 브랜드인 할리스커피에서는 자체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 판매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지난 7월 할리스커피에서는 처음으로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프레시 커피 로맨틱 스페이스(Fresh Coffee Romantic Space)’는 발매 3개월 만에 1만장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통해 할리스커피는 브랜드 홍보를 톡톡히 한 것은 물론 음반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음반은 전국의 할리스커피 매장은 물론 교보 핫트랙스, 신나라레코드, 상아레코드 등 음반 전문점에서도 동시에 1만2000원에 판매됐다.

예스24나 인터파크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던 것은 물론 싸이월드나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도 음원으로 구입할 수 있어 판매 통로를 다양화했다.

이 음반은 지난 5월 200호점 돌파와 함께 새로 내놓은 할리스커피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 탄생을 기념해 제작됐다.

기념 제작인 만큼 할리스커피 측은 정기적으로 발매할 계획까지는 세우지 않고 있다. 이 음반에는 유럽 출신 디자이너들이 고안한 할리스커피의 독특한 인테리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15곡의 음악이 담겨있다.

물론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3달 만에 한정판 1만장이 완판된 것은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할리스커피 이지현 과장은 “음반 출시는 수익 창출보다는 새로운 카페문화 형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할리스커피를 통해 신선하고 독창적인 카페문화를 지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한 것은 할리스가 처음은 아니다. 또다른 토종 브랜드인 탐앤탐스에서도 이미 3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다.

올해는 실력파 뮤지션 하우스롤즈의 음악을 ‘탐앤탐스 커피 브레이크(Tom n Toms Coffee Break)’라는 앨범에 담았다.

이 앨범의 특징은 커피의 종류별 맛을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것. 에스프레소, 캐러멜마끼야또, 재스민, 프레즐 등의 메뉴 이름이 그대로 트랙 리스트로 쓰였다.

하우스롤즈의 소속사 측은 이번 음반을 음반 판매점이 아닌 탐앤탐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음반 판매 장소가 나날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커피 전문점을 음악 CD의 새로운 유통채널로 인식해서 내린 결정이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