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에 나섰다. 그동안 브로커리지에 치중했던 증권사들이 다양한 수익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증권사들은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을 선두로 삼성, 현대, 우리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사들이 연내 스팩 설립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 글로벌 파이낸셜 마켓 사업부장 박동영 전무는 “개인 투자자들이 스팩에 투자하는 것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는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M&A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기회는 기관투자가에게만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개인투자자도 M&A에 참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M&A 통해 고수익 올릴 수 있는 길 열렸다”
일명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은 IPO(기업공개)를 통해 공모 형태로 자금을 모집해 비상장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수단이다.

이에 스펙과 합병된 비상장기업은 상장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스펙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증가해 침체된 IPO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팩은 페이퍼컴퍼니를 거래소에 상장한 후,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놓고 보자면 상장기업인 스팩이 비상장기업을 합병해 간접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우회상장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후 장내에서 직접 주식을 거래하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합병 후 경영권 보장이 되기 때문에 자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도 IPO보다 단축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합병에 실패를 해도 원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공모금액의 90% 이상을 애스크로 신탁에 예치해 예치이자율과 예탁한 공모금액을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IPO처럼 합병에는 성공했지만 공모가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세금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스팩이 상장 후 회사를 합병할 경우 차익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현행세법상 설립 후 1년이 안 된 기업이 합병을 통해 차익이 발생하면 ‘증여의제’에 해당된다. 만일 설립 1년이 경과한 회사가 합병차익이 발생하면 손금산입돼 수년에 걸쳐 환입시 분할 과세된다.

스팩의 경우 설립 1년이 지나지 않은 채 회사를 합병하게 되면 증여로 간주해 손금산입 요건이 되지 않아 한꺼번에 법인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1년 이내에 M&A를 하면 양도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세금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청산기간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으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證, 국내 스팩 1호 노린다
현재 각 증권사들의 스팩 규모와 진행 상황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 12월 중순 시행령이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대우증권은 500억~1000억원 규모로 내년 2월 기업공개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기업콘셉트는 녹색산업 중에서 에코비즈니스, 저탄소, 저감사업 종사기업 등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영 대우증권 전무는 “일반적으로 PEF들이 베일에 가려진데 반해 스팩은 상장사로서 공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우회상장을 양성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관사와 스폰서로서 대우증권의 인프라를 통해 좋은 회사를 발굴해 마켓밸류가 상승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에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연기금, 보험사 등 평판이 좋은 발기인을 모셔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같은 발기인을 신뢰할 수 있다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200억원 규모로 내년 3~4월 기업공개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콘셉트는 미래성장형 기업으로 투자한 자금이 기술투자 등 사업역량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의 스팩에는 삼일회계법인이 공동발기인이자 사업자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구상모 현대증권 IPO부 과장은 “공동발기인을 현대증권과 삼일회계법인 두 곳으로 제한한 이유는 추가적으로 발기인을 두면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벤처캐피털에서도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뢰가 왔지만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삼일에서는 산업 전문가와 M&A 전문가들이 추가적으로 기업에 경영자문을 지원해 주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올라야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발기인이 직접 기업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구상모 현대증권 IPO부 과장은 “직접 와서 설명을 해달라는 연기금들이 늘고 있다”면서 “연기금에서도 1호 상품은 증권사에서 각별히 신경을 쓸 거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500억원 규모로 진행하되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설립은 하되 IPO는 시간을 두고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은 발기인으로 전문성 있는 자문사와 대기업 계열 창투사 두 곳을 확정한 상태로 더 추가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삼성증권도 내년 초를 목표로 스팩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도 내년 1월 기업공개를 목표로 스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형 삼성증권 기업파트 부장은 “아직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증권사마다 정보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12월 중으로 예정돼 있는 시행령이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