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간질이던 미풍은 거대한 허리케인의 전조였다. 한때의 미풍은 ‘카트리나급’의 세를 확산하며 지축을 맹렬히 울려대고 있다.

여성들은 성공의 주체로 당당히 부상하며 거대한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의 ‘타징지(그녀의 경제)’는 신 여성계층의 득세를 알리는 신조어다. 이슬람권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들의 여성수만 무려 8억명. 이슬람의 율법에 여전히 종속된 그들은 타국 소비자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며 지구촌 시대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잡지에 실린 글들은, 순식간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 퍼져나간다.

화려한 히잡으로 얼굴을 칭칭 감은 이슬람 여성들의 마음속에서도 소비의 욕망은 꿈틀거린다. 이러한 ‘여초’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파고들며 운명을 뒤바꾼 대표적인 업체가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한경희 청소기이다.

박봉의 공무원 생활을 하던 이 회사의 여성 CEO는 청소기 하나로 주부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국내 청소기시장의 지형을 바꾸며 인생역전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는 대기업들이 속속 도전장을 던지며 뛰어들고 있는 이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비교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마케팅 사관학교 프록터앤드갬블(P&G)도 간단한 청소기로 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첨단 기능을 자랑하는 전자식 청소기가 다들 대세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문외한이던 이 회사가 선보인 수동식 청소기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시장에서만 무려 2억달러어치가 팔려 나간 이 제품을 디딤돌로 청소장비시장으로 보폭을 넓혀 나가며 ‘성장’의 방정식을 새로 쓰고 있다.

여심 공략의 묘수는 알고 나면 허탈하다. 이 회사의 청소기는 마른 수건과 젖을 수건을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장비의 무게도 대폭 줄였다. 전기세 걱정을 던 점도 또 다른 강점이다. 여심 공략의 방정식은 바로 정서적 교감, 그리고 ‘편리함’이다.

여성들의 가사 일을 한 시간 내외로 줄인 ‘상품·서비스’는 블루오션 창출의 ‘이정표’이다. 이 글로벌기업의 ‘향장’부문 일본 계열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라플리 CEO는 ‘여심(女心) 공략’의 달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에 달하는 여성근로인구는 ‘성장의 블루오션’이다. 자동차사들이 여성들을 배려한 제품으로 이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배경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시장공략 방향은 여러 갈래이다.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수십여개로 쪼개며 분야별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아예 CI를 바꾸며 여성적인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는 굴지의 기업들도 있다. ‘여성성’은 블루오션 개척의 키워드이다.

최윤식 미래학자는 “가정 경제권을 쥐고 있던 안방마님들이 생업전선에 뛰어들고 돈까지 직접 벌고 있다. 여성시장은 틴에이저 시장과 더불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코노믹 리뷰>는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 성장의 방정식으로 각광 받는 ‘위미노믹스’의 현장에 주목했다.

서울 영등포지역 여성 소비자들을 포커스 그룹으로 삼아 ‘중극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CGV의 사례 등을 현장 취재했다.

그리고 이 분야 공략의 고삐를 죄는 글로벌기업들의 사례를 다루는 한편, 위미노믹스를 분석한 여성 트렌드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실었다.

우머노믹스

‘여성(Woman)’과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신조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도 취업 여성수가 급증하고, 이들의 소득수준 또한 높아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여성 대상의 상품. 서비스 시장을 뜻하는 용어다. ‘노인(Silver)’, ‘청소년(Teenager)’ 시장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의 총성없는 전투가 한창인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