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애인>이라는 드라마가 대한민국의 ‘여심(女心)’을 뒤흔든 적이 있다. 상대방이 쓸쓸하거나 난관에 처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손을 내미는 드마라 속 유동근 같은 ‘남성’은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다.

안현정·김선주 코아컨설팅 컨설턴트는 여성들을 겨냥한 상품·서비스의 성공원리로 이러한 여성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꼽는다. 두 여성 컨설턴트를 지난 9일 오후 만났다.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는 듯한데.
김선주 코아컨설팅 컨설턴트(이하 김선주)●과거 백화점이나 패션에서만 여성을 주목했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건설상품이 브랜드화되면서 여성의 중요성이 증대되거나,

금융·자동차처럼 여성을 마케팅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여성을 특화시킨 상품이 등장하는 등 대상이 더 넓어지면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사회, 문화, 예술 등 여성이 모든 분야에서 트렌드로 점차 부각되고 있는데 마케팅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위치는.
김선주●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양적인 부분도 커지고 있지만 전문직에 근무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질적인 면에서도 여성의 발언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여성이 사회에 참여하면서 가사와 양육에 있어서도 시간이 부족해 관련 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물 하나를 고르더라도 고부가가치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안현정 코아컨설팅 컨설턴트(이하 안현정)●이전에는 여성과 남성의 의사 결정 영역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오버랩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초식남’이라는 유행어가 생기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들만 사용하던 에센스 등 고가의 화장품이나 설거지용 세제를 꼼꼼히 고르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여성들의 체형에 맞춰있었던 주방이 남성들의 체형에 맞게 높이가 조절되는 계수대, 남성과 여성이 같이 쓸 수 있는 화장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여성들의 파워가 느껴지는지.
김선주●여성은 마케팅 대상으로서 파급력이 크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이 오피니언 리더로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품질이 좋으면 디자인이나 서비스 등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은 품질도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해야 하고 서비스, 디자인도 좋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이 만족돼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이 오케이를 하면 그 제품은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안현정●여성 자체로서도 파워가 있지만 여성들이 동일한 금액을 소비해도 남성들보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더 중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성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있다면.
김선주●‘시크릿’이라는 가발이 있다. 액티브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주름이나 흰머리는 어쩔수 없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외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가 외모를 표현하는 상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여성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김선주●대표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한화를 들 수 있다. CI를 바꾸면서 여성적인 소프트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같다.

주력 업종을 화학이나 건설에서 백화점, 금융, 보험 등으로 바꾸면서 소프트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제너럴한 이미지의 기업들이 여성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세련되고 소프트한 느낌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

기업들이 여성 특화상품이나 지점을 만들면서 여성들의 어떤 심리를 만족시켜야 하는 걸까.
김선주●여성은 물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갖춰져야 만족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은 건물 안이 불투명하거나 안이 안 보일 때 호기심과 편안함을 느끼고 들어가지만 여성은 안이 투명하거나 반투명이어야 편안함을 느끼면서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간적인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상품 설명을 할 때도 남녀의 포인트가 다르다.

남성들은 수익률 등의 숫자를 덧붙여 설명해야 이해하지만 여성은 생활 속에서 적용되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설명해야 이해가 빠르다. 이처럼 남성들이 여성의 일면만 보고 작업을 하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안현정●단편적인 이해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여성을 위한 상품이야? 어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마케팅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트렌드코드가 있다면.
김선주●가장 큰 트렌드는 맞춤, 세분화이다. 예전에는 감성마케팅이라고 하면 거의 통했지만 이제는 어떤 감성이냐가 중요하다. 세분화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체험마케팅뿐만 아니라 안전마케팅, 건강마케팅도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사면서 안전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물 하나를 사면서도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마케팅 컨설턴트로서 우머노믹스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선주●남성들 중에는 자신이 만든 것이 곧 트렌드라고 생각하면서 여성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성은 기계적인 툴에 의해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사고를 내려놓아야 실제로 여성 마케팅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목표지향적인 남성들은 요구사항이 품질이라면 품질에만 신경을 쓰면 됐는데 여성들은 입으로는 품질을 요구하면서 ‘서비스는 왜 이래요, 옵션은 뭐예요?’라며

제반적인 부분들을 추가로 요구하고 컴플라인도 강하게 제기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점점 여성들의 요구사항에 민감해지고 있다.

안현정●이러한 트렌드가 실제로 기업들에 나타나고 있다. 본인들의 감으로 움직이던 기업들도 고객조사를 해달라는 니즈가 많아졌고 고객조사를 해오던 기업들은 정량적 조사가 아니라 여성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정성적 조사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