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김우중이 ‘죽은’ 대우를 되살린다?”
대우맨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해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둘러싼 ‘재기설’이 갈수록 탄력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사면 이후 올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빈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지난 10월19일 열린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창립총회에서는 육성이 담긴 영상편지를 대우 전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등 ‘대우 결집’을 위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발 재기행보’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설(設)’에 머물렀던 그의 재기 여부가 ‘사실’로까지 급전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재기설의 ‘재발’은 김 전 회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에 머물면서 베트남 정부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김 전 회장은 수도 하노이 인근의 한 골프장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데 이 리조트를 외국인 투자자들과 합작해 만들었고 상당한 지분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시절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정재계 고위급 인사와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유명하며 아직도 베트남 정부가 그의 신변을 보호해 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건설 베트남 진출에 ‘다리’ 역할
이와 더불어 그는 베트남 방문 직전 프랑스·독일 같은 유럽 쪽을 여행하면서 자동차·건축박람회장에도 들른 것으로알려졌다.

지난 11월3일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대형 전시장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 김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그는 이틀간 2009 파리 국제건축박람회를 꼼꼼히 둘러봤다고 한다.

이외에도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상지건설 측 부탁으로 사업 활성화를 위해 베트남 등 현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지건설은 서울 청담동 등에 최고급 빌라를 전문적으로 지어온 중견 업체다.

물론 김 전 회장 측 인사들은 재기설에 대해 “와전된 내용”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측근은 일부에서 나돌고 있는 대우그룹 재건이나 ‘재기설’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김 전 회장이 최근 베트남에서 빌라 전문 건설업체와 최고급 골프 빌리지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도록 도와준 것은 평소 알고 지낸 상지건설 측 고위 인사의 부탁을 받고 현지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외국 합작기업을 소개해준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회장이 베트남 정부 인사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그의 재기설은 터무니 없는 추측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나 당의 고위 간부들과 만나 베트남 경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으며 경제중심지 호찌민에도 가끔 다녀오는 만큼 이는 사업 재기로 받아들여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월19일 대우그룹에 몸담았던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대우그룹의 성과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목적하에 설립된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창립 총회가 열렸을 당시, 베트남에 있어 참석하지 못했던 김 전 회장이 육성 편지를 통해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창립된다니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다.

세계 경영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람을 느낀다.

기회가 닿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연구회와 여러분께 도움이 되겠다”고 한 발언 역시 재기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노이 시내, 김 전 회장 전기 ‘베스트 셀러’
어찌됐든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을 이끌고 있는 중심지로 베트남이 부각되는 만큼, 재계에서는 왜 하필 국내가 아닌 베트남에서 재기를 노릴까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물론 해답은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의 인지도나 지명도가 1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하다’는 데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은 베트남의 경제 발전을 이끈 기업가로 통하며 그를 다룬 전기가 인기리에 판매될 만큼 ‘위인’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이 몰락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아직 베트남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존경과 인기는 상당하다.

하노이 시내 중심가의 서점에서는 그의 세계 경영 이야기를 다룬 전기가 젊은이들 사이에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고, 정부나 기업체의 간부급 이상 직원들도 김 전 회장을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준 외국인으로 기억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김 전 회장 본인 역시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길 정도로 베트남에 애착을 많이 갖고 있다. 1999년 이후 해외를 떠돌 때에도 주로 머물던 곳이 바로 베트남이었다고 한다.

한편 ‘베트남발 재기설’이 나도는 만큼 김 전 회장의 국내 복귀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현재로선 내년 봄 정도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현지 지인들(고위 인사 포함)을 만나면서 (사업에 대한) 감을 익히고 있는 만큼,

내년 봄쯤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귀국 후에는 한국 경제나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