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사동 초입길. 크라운베이커리의 철수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많은 이들에게 친구들과 빵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던 대화의 공간인 동시에 연인을 처음 만났던 미팅장소이기도 했다. 크라운베이커리라는 낯익은 공간 속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아오던 많은 소비자에게는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크라운베이커리가 25년 만에 사업을 접는다. 2000년대 초 문을 열고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크라운베이커리의 모기업인 크라운제과 측에 따르면 지난 2일 점주들에게 “더는 정상적인 가맹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이달 말까지 70개 가맹점 가운데 75%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경기 불황으로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게 됐고, 일부 가맹점주들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폐업 희망 가맹점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져 본사 차원에서 사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1947년 영일당제과에서 출발한 크라운베이커리는 1988년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빵집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제빵 업계 최초로 TV광고를 선보이는 등 전성기 때는 가맹점 수가 1000개를 넘으며 업계 1위로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생겨나면서 점차 중심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냈고, 한창 급성장하던 제과업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내주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당기순손실 41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말에는 25년 만에 크라운제과에 재합병되면서 재진출의 노력도 기울였다. 지난해 말부터 베이커리 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카페베네 등 외국계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올 2월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기존 점포에서 반경 500m,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 이내’라는 동반위의 신규 출점 기준에 얽매이게 돼 크라운베이커리는 매년 가맹점 하나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인수 희망자들은 제과사업은 이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기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인수 희망 기업들과의 협상이 무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가맹점주들은 지난 6월 “본사가 반품 거부와 케이크 배달 서비스 폐쇄 등으로 ‘자연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매장 수도 2008년 370개에서 2010년 252개, 2012년 97개로 급감했다. 현재 크라운베이커리 매장은 70개가 남아 있다. 매출액도 2010년 585억원에서 지난해 289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사업종료에 대해 대다수 가맹점주들과 보상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종료 전까지는 가맹점에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맹점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폐업 보상에 대한 합리적인 협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로 꼽혔던 크라운베이커리의 폐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소형 베이커리 업체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대형 베이커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들의 시장독점이 더욱 거세지는 것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