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스마트워치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IT융합3팀 연구원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되는 시한 9월에 접어들었으나, ICT 업계는 해외에서 전해지는 굵직굵직한 뉴스들로 인해 오히려 후끈 달아올랐다. 우선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고전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 인수를 선언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그다음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라는 스마트 워치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고조시켰다.

왜 대중은 이러한 소식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변화’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부터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혁신성이 둔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포스트 스마트폰’이란 화두를 던지게 되었고, 누가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화의 시작을 알릴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라는 두 제국이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해 순식간에 몰락, 합병에 이르게 된 사실은 삼성전자가 미지의 영역인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에 ‘갤럭시 기어’로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그들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 체험하였으며, 바로 지금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출발선임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 기어’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알릴 만한 혁신적인 ‘웨어러블 컴퓨터’일까? 간단히 말하면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보다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앱세서리(앱+액세서리) 제품이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입고 다니고 싶은 웨어러블 컴퓨터’라는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① 독립적인 네트워크 연산능력, ② 패션 아이템으로서 개성 표출의 만족감을 제공하는 디자인, ③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능성이라는 기준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갤럭시 기어’는 Wi-Fi나 LTE 같은 데이터 네트워크가 아닌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과 연동할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제약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축소한 듯한 1.6인치의 화면과 카메라가 부착된 밴드는 착용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예전에 시계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이 보급되었음에도 와치시장이 굳건히 패션을 코디하는 아이템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갤럭시 기어’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부족함이 많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모바일앱이 부족하고, 배터리 수명이 최대 23시간으로 하루를 못 버티기 때문에 교체주기가 2년인 일반손목시계를 착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갤럭시 기어’의 등장은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무르고 말 것인가? 눈에 보이는 ‘기능’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존재하는 ‘초연결 사회’라는 숲을 바라봐야 한다. 미래의 갤럭시 기어는 ‘IoT(Internet of Things)’로 대표되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담긴 기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갤럭시 기어’를 ‘S-헬스’와 ‘S-밴드’와 같은 모바일앱과 주변 기기와 연동하는 등 디바이스 라인업과 콘텐츠들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TV,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등 자사의 모든 디바이스들을 타이젠과 같은 자체 SW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이미 카메라와 TV 등에서 사물 간 연동은 시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 ‘갤럭시 기어’는 앞으로 음성 인식 등을 통해 디바이스들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러(Controller)로서 사용자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최적의 수단을 목표로, 그 기능이 개선될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 기어’는 현재까지 출시된 경쟁 제품과 비교할 때 차별화를 하면서 웨어러블 컴퓨터에 근접하고자 하는 노력이 깃든 제품이다. 기존 제품들은 스마트폰 없이는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갤럭시 기어’는 직접 촬영과 녹음을 하고 전화를 송수신할 수 있는 독자 기능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음성 인식이라는 입력수단을 ‘스마트 와치’에 도입한 것은 최초의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새로운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단순히 스마트폰의 모바일앱을 실행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용자가 맞춤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소비자층을 보유하면서 LTE-A와 같은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웨어러블 컴퓨터’라는 신규 영역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의 ‘갤럭시 기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내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포스트 스마트폰 경쟁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