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  전격 공개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전격 공개했다. 시장은 스마트폰 이후를 기다려왔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지난해부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성능과 디자인의 개선도 거의 한계점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IT 업계에서 자연히 신성장동력이 필요했다. 스마트폰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웨어러블 기기가 탄생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독일 가전통신협회(gfu)가 주최하고 메세베를린이 주관하는 IFA는 전 세계에서 1400여 가전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3대 전자 박람회 중 하나다. 지난 5일 새벽(현지시각 4일 저녁) 아직 IFA 2013 개막을 이틀 앞두고 있지만, IFA 행사장인 베를린 템포드롬에는 2만5000여 명이 운집해 있었다.이유인즉 삼성전자가 소문만 무성했던 스마트 손목시계인 ‘갤럭시 기어’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가 중간 정도 진행 되었을 때 무대 중앙 스크린에 갤럭시 기어를 손목에 찬 남성 모습이 비쳐졌다. 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갤럭시 기어의 기능들이 하나씩 스크린을 통해 소개될 때마다 박수소리와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갤럭시 기어의 모든 기능을 선보인 후 스크린에는 “Welcome to Future!(미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나타나며 프레젠테이션 끝을 장식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를 통해 포스트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베일 벗은 갤럭시 노트3 ‘진화의 끝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면 언제나 화제가 된다. 왜냐하면 삼성이 항상 진화하는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태블릿 PC까지 삼성은 항상 기존 제품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이번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3도 삼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게 했다. 더 큰 화면, 더 빠른 하드웨어로 발전하는 행보는 이번에도 멈추지 않았다.전반적으로 이번 갤럭시노트3는 세련미가 더해졌다. 그간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소프트웨어적인 기능들이 UX(이용자 경험)에 더해지면서 강화됐다. 즉 필요한 기능들을 빠르고, 쉽고, 정확하게 불러오는 기능으로 진화하는 UX를 선보였다. 특히 인터페이스인 펜을 활용한 UX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기존 노트 시리즈의 펜은 쓰임새가 메모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국한된 데 비해 노트3에서는 펜을 이용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에어 커맨드’를 추가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특징인 S펜을 화면 위에서 버튼만 누르면 5가지 주요 기능들이 부채꼴 형태로 화면에 나타난다. 마치 PC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 것이다.발표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써본 외신들은 삼성의 인터페이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는 나올 게 다 나왔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사양을 최신 스마트폰에 맞게 끌어올리고 몇몇 새로운 UX를 추가했으며 크기는 그대로 두고 화면을 0.2인치 키웠다. 디자인과 하드웨어 측면에서 경쟁 한계에 봉착한 하이엔드급 스마트폰 시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하드웨어가 강했던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노트3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IT유명 블러거는 “삼성은 이번 갤럭시 노트3를 통해 현존하는 스마트폰 기술을 다 쏟아냈다”며 “스마트폰 시대의 끝자락에서 진화의 완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가올 웨어러블 시대, 혁신의 시작을 보여준 갤럭시 기어

“이것이 바로 삼성 갤럭시 기어입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삼성전자의 스마트 손목시계인 갤럭시 기어가 베일을 벗자 장내는 순간 침묵에 사로잡혔다. 기대했던 것처럼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동작인식 같은 기술이 탑재돼 있지 않았지만 기존의 스마트 시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착용하는(웨어러블) 컴퓨터의 첫 단계인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모바일 경험을 크게 넓혀줄 것으로 예상했다. 즉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의 액세서리적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통신을 통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시켜 UX를 더욱 강화한다.나아가 갤럭시 기어는 근거리통신망을 통해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사물간 인터넷 (Internet of Things)’의 중심 허브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스마트 워치기기와 가장 큰 차별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 워치는 일종의 콘트롤이자 허브로 다른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양한 IT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은 애플과 달리 냉장고, TV, 태블릿 PC 등 다양한 IT기기을 생산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연동성이 생긴다.

더욱이 삼성은 IT기기간의 더욱 원활한 연동성을 위해 ‘삼성 생태계’를 만들었다. 지난 3월 삼성은 갤럭시 S4를 선보인 당일 ‘삼성허브(Samsung Hub)’, ‘삼성 워치온(Samsung WatchON)’ 등의 신규 서비스도 동시에 공개해 ‘삼성 생태계’를 처음 선보였다. 여기에 다른 삼성 IT 제품들과 접목한다면, 삼성만의 차별화 된 생태계를 구축해 갤럭시 기어의 기능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결국 갤럭시 기어는 언제 어디서나 완벽하게 스마트 IT기기들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스마트 IT산업의 중심이 중장기적으로 ‘스마트 리모콘(smart remote control device)’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러한 컨트롤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갤럭시 기어는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우선 제공했다. 특히 빌트인 스피커와 음성을 인식하는 S보이스가 적용돼 음성으로 수신·발신이 가능하다. 즉 주머니나 가방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또한 ‘S보이스’를 활용해 전화, 일정, 알람, 날씨 등을 갤럭시 기어의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 기어로 메일, 문자의 수신 여부를 확인한 후 곧바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면 해당 메일, 문자의 전문이 자동으로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이 기능에 ‘스마트 릴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기본적으로 핸즈프리 역할을 하는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통화와 간단한 인터넷이 가능해서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국 IT전문 사이트인 엔가젯은 “갤럭시 기어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아도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고 메시지, 이메일, 일정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새로운 이동통신 문화와 트렌드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계줄에 달린 카메라와 ‘메모그래퍼’ 기능을 활용해 놓치기 쉬운 일상을 사진 또는 짧은 동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고 급할 때 메모를 할 수 있는 도구로 손색이 없다. 이러한 기능은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에서 충분히 뒷받침했다. 갤럭시 기어의 스펙은 초창기 스마트폰과 비슷한 사양이다. 갤럭시 기어는 스마트워치 중 가장 높은 성능과 고화질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로 마치 스마트폰 화면을 일부분을 그대로 떼어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800MHz로 동작하는 모바일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고, 4GB의 저장공간과 512메가 RAM을 갖췄다.갤럭시 기어 자체는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이다. 유출된 디자인과 달리 정식 디자인은 깔끔하고, 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배터리다. 갤럭시 기어의 단점은 별도의 충전기로 뒷면의 충전 단자를 통해 충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은 하룻밤 정도만 충전하면 다음 날 하루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편의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젠 애플이 삼성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다.

독일 베를린에서 갤럭시 기어가 베일을 벗을 당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 케이블뉴스인 ‘CNN 머니’는 “지루한 과거의 폰과 태블릿을 잊고 IT 분야에서 가장 핫한 삼성의 갤럭시 기어를 만나보라”고 보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 기어는 삼성이 애플의 추종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 기어는 웨어러블 기기라는 그 자체 의미보다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의 ‘아이워치’에 한 발 앞서 출시된다는 점이 흥미를 끄는 요소였다.

2007년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 시장의 포문을 연 순간부터 삼성은 항상 애플의 뒤를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였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성능이 대폭 향상된 갤럭시S2를 공개하면서 ‘2인자’라는 수식어를 떼어낼 수 있었지만, 애플과의 특허분쟁으로 카피캣이라는 오명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노트3를 통해 스마트 기술 진화의 끝을 보여줬고, 갤럭시 기어를 통해 혁신이 무엇인지를 경쟁사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줬다.

하지만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로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제품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고 평했다. 제품이 투박하고 성능과 기능이 월등한 휴대폰을 두고 굳이 그 역할을 흉내내는 작은 기계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완재 역할에 충실한 것이 초기 웨어러블 시장에 접근하는 데 오히려 효율적이다. 제한된 디스플레이 화면 크기, 두께 및 무게를 지녀야 손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시계의 숙명상 성능이나 기능에 너무 욕심을 내면 주객이 전도돼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소비자 입장에서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신제품이 출시되면 낯설고 불편해 그 제품의 기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오히려 문자 메시지나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 심장박동수나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 잠시라도 데이터로부터 떨어지지 않게 연결해주는 역할이 소비자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몇몇 호사가들은 갤럭시 기어를 두고 제품에 철학이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직 웨어러블 기기의 초기시장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소비자조차도 아직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막연히 상상만 할 뿐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애플, 소니, 구글 등의 기업이 내놓을 웨어러블 기기를 접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요구할 것이다. 이때 삼성전자는 소비자 분석을 통해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방향성을 확실히 모색해야 한다. 우수한 하드웨어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시장 흐름만 잘 파악한다면, 웨어러블 시장에서 삼성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지위를 공고히 다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