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변심할까. 연일 하락하고 있는 달러가 2010년에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가치가 하락한 이상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 경제주체들이 달러매도 포지션을 잡고 달러가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센터장은 달러강세로 돌아서는 요인 중 하나로 출구전략을 꼽았다.
언제든지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풍부했던 달러 유동성이 흡수돼 달러가치가 상승할 거라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투기세력을 언급했다.
달러약세에 베팅해 놓고 강달러로 돌아서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달러로 돌아선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미 모두가 숏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경제주체들이 달러매도 포지션을 잡고 더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는 데 가장 큰 제약요인이다. 마치 중국 객장에 스님이 나타난 것과 같다.

전 세계가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연준의 암묵적인 용인하에 달러 매도를 해온 것이다. 달러가치가 더 하락하려면 더 팔아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에 더 이상 팔아줄 사람은 없다.

강달러로 돌아선다는 의미는.
강달러 전망은 시장에서 환영받을 만한 목소리는 아니다. 달러가 강으로 돌아선다는 것은 시장이 망가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버냉키 FRB 의장은 달러가치가 회복돼야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는 말을 했다. 이는 거짓말이다.

지금 시장은 달러가 강으로 돌아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강으로 돌아서는 순간, 모든 것이 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연준에게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준이 달러를 돌려세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제2의 두바이 사태 혹은 동유럽 부도, 해운업 부실 등의 사건이 터지는 순간, 시장은 다시 돈을 움켜쥘 것이다. 숨어있는 부실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강달러가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버블이 꺼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는데.
얼마 전 중국은 버냉키 의장의 연임을 축하하며 월스트리트에 기고한 편지에서 “원자재가격이 오를 이유는 없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수요가 있겠는가. 달러가 약세이기 때문에 중국이 달러화 자산보유분의 헤지용으로 원자재를 매입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지금 세계 곳곳은 버블이 만연해 있다. 돈의 힘으로 부동산, 주식, 금 등 모든 가격이 오르는 시대다. 하지만 버블은 유동성을 흡수하면 다시 하락하게 돼있다.

이에 시장은 유동성 흡수를 두려워하고,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이 받을 충격을 걱정해 출구전략 시행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버블의 시대로 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루비니, 크루그먼 등의 비관론자와 신중론자들은 버블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언젠가는 꺼지게 돼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내 주가가 버블이라고 보는 건가.
국내 증시는 회복이 빠른 국가 중 하나이다. 하지만 환율이 낮게 유지됐을 때도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좋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달러 전망은 시장에서 환영받을 만한 목소리는 아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시장이 망가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버냉키 FRB 의장은 달러가치가 회복돼야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는 말을 했다. 이는 거짓말이다. 지금 시장은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강달러로 돌아서는 순간, 모든 것이 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증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건가.
지금 세계경제는 빚으로 꾸려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만일 이후야 어찌됐든 빚이 늘더라도 몇 년만 더 이대로 가자라는 생각을 한다면 증시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달러캐리트레이드 때문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투기세력 때문이다. 그들은 시장을 달러약세에 베팅을 시켜놓고 강달러로 돌아서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환율을 펀더멘털, 경기지표로 해석하지만 큰 흐름은 맞힐 수 있을지 몰라도 키코 사태처럼 크리틱(Critic)한 시점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이 돈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당시 몇 년 동안 기업들이 힘들게 모은 돈을 한번에 날리지 않았는가.

얼마전 두바이 사태 이후 달러가 살짝 강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언제든지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풍부했던 달러의 유동성은 흡수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달러를 언급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2007년처럼 달러하락을 예상해 무조건 달러를 내다팔지 말자는 이야기다. 국내 기업들은 달러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달러약세가 지금까지의 흐름이었다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 다음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할 계연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팔면 안 된다는 의미다.

스프링을 꾸욱 눌렀다가 손 떼는 순간 팡 튀어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2010년 환율 전망에 대해 한마디 조언해 준다면.
2010년 상반기 1220원, 하반기 1270원을 예상한다. 하지만 시장은 답이 없는 곳이다.
시장에 답이 나오는 순간 시장은 없어진다.

주가가 오른다가 정답이라면 누가 팔려고 하겠는가. 내년에는 결국 달러가 말을 할 것이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