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GMC 진천공장 준공식 모습.


“종이 만드는 데 언제까지 외국 기술 빌려야 합니까? 이젠 우리 힘으로 만들 때도 됐잖아요.”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주)GMC(대표 김병환)의 진천공장 준공식 행사장. 이 회사 대주주인 태영EMC의 김상봉 회장은 국내 제지업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GCC를 활용한 제지기술의 국산화’를 당당히 선언했다.

GMC는 땅속 깊이 묻혀있는 고품위 석회석(방해석)을 캐내 종이의 원료가 되는 중질탄산칼슘(GCC)을 만드는 회사.

김상봉 회장은 국내 제지시장 규모가 대략 연간 1800억원이라고 할 때 80%에 달하는 다국적사의 시장점유율을 1년 만에 30%가량 뺏어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종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GCC시장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에 시장이 독점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단순가공 단계에만 머물렀던 게 현실.

그러나 이번 GMC의 진천공장은 100% 국내 기술로 외국계 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애국자’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GMC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관.


삼척에서 캐온 석회석, 진천공장에서 미립자로
이 때문인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국내 제지회사 임원과 공장장 등의 관계자들만 해도 어림잡아 400명선을 웃돌았다.

이에 보답하듯 김상봉 회장은 축사를 통해 “진천군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마을 주민이나 군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관련 행정절차를 신속히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눈물도 많이 흘리고 땀도 많이 흘리는 등 고생이 많았던 만큼 이제부터는 국내 제지업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100% 국내 기술로 시장에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현재 GMC의 진천공장은 대지면적 3만260㎡에 3개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주조정실에서 모든 제조 과정이 전산화 처리되는 등 첨단시설이 가동 중이다.

주요 제조공정을 살펴보면 우선 강원도 삼척에 소재한 광산(백운광산)에서 채광과 선별 공정을 거쳐 운송된 석회석이 건식(乾式) 과정을 끝내고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후 미세하게 분쇄된 석회가루가 액체와 혼합되는 습식 공정을 거치면 300나노미터(nm) 정도의 미립자가 된다.

이 미립자가 바로 제지업체에 납품되는 최종 완성품. GMC의 김병환 대표이사는 “백색도 92% 이상의 이 GCC를 종이에 코팅해 종이의 질이 아주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채광과 선광을 백운광산에서, 건식 분쇄와 습식 분쇄는 진천공장을 통해 GCC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진다.

광산에서 채굴(채광)한 고품질의 광석을 1차로 광산의 선광장에서 파쇄(자갈 크기)한 뒤 덤프트럭으로 약 190㎞를 운송하며 충북 진천공장에서 고성능 건식-습식밀(Mill)로 미분쇄, 중질탄산칼슘(GCC)을 제조한 뒤 제지회사에 판매되는 것이다.

김상봉 (주)태영GMC 회장.


전 공정 자동화…오류 컴퓨터가 잡아내
진천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조종실에서 컴퓨터 처리를 통해 모든 제조공정의 오류가 걸러진다는 점.

여기에 광산개발부터 시작해서 작은 돌 하나라도 버려지지 않도록 모든 공정을 친환경, 최첨단으로 설계·시공한 것도 눈에 띈다.

불순물을 제거해 백색도를 높이는 고도의 정제기술과 나노 크기로 미분쇄하는 밀링(Milling) 기술, 그리고 모든 공정을 자동 조절하는 제어기술까지 모두 갖춘 셈이다.
한편 GMC측은 이번 진천공장 준공이 자사의 경영 극대화를 꾀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로는 GCC 분야가 1980년대 중반의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대체산업으로 부상했고, 폐갱도를 이용해 농·수산물의 저장·유통사업 등 연관 사업 분야로 발전했으며 수입대체 및 기술개발 효과도 있다는 점이다.

GMC에 따르면 국내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원료광석 및 기술수입 대체 효과만 연간 2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진천공장 준공으로 인해 고용창출과 인력개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GMC는 관내 교육기관이 배출한 인력을 우선 채용해 향후 고급 기술인력으로 양성한다는 전략이다.

GMC 공장은 주변 지역의 폐광·휴농에 따른 대체 고용도 창출하고 있다.

GMC 공장 내부.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