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상류층의 부잣집 도련님과 평범한 소녀의 사랑을 감칠맛 나게 그렸다. 드라마의 주축이었던 F4 도련님들은 골프, 럭비, 도예, 바이올린, 승마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이색 취미로 그들의 ‘부’를 한껏 뽐내곤 했다. 최근에는 나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위해 올인하는 신흥족, 귀족솔로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언제나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자신만의 ‘웰빙·웰라이프’를 추구하는 귀족 솔로들의 취미와 레저 세계를 엿봤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면 월급의 반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죠.”

6년 전 친구의 소개로 ‘웨이크보드’를 처음 알게 된 조성호 씨(사진.38)는 동호회 ‘포시즌 라이버스’에 가입 후 매주 1박 2일간 취미활동에 푹 빠져 있다.

한 번 타는 데 약 10~15분 정도 소요되는 웨이크보드의 비용은 1만8000원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바지선 근처 숙소에서 머물며 평균 3~5회 정도 보드를 타고, 왕복 운전을 하며 즐긴다.

제반비용을 모두 포함하면 주말마다 20만~25만원 정도가 든다. 매달 80만~100만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여기에 라이더재킷, 팬츠, 데크 등 본격적인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면 180만~20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

“크게 비싸다고는 느끼지 못했어요. 어차피 서울이나 집에 있을 때 영화를 본다거나 술을 마시면 10만~20만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거죠.”

월급의 절반을 차지하더라도 이 같은 취미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그는 ‘어느 곳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했다.

모든 소비활동에는 월급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절반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정도 투자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 씨에게 웨이크보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그만큼의 재미와 가치가 있는 투자나 마찬가지다.

“처음엔 물 위에 떠서 간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보트가 끌어주는 스피드도 느낄 수 있었고, 단순한 운동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는 점에서도 즐거웠죠.”

8월 초, 물 위에서 텀블링 기술을 선보이다 무릎에 얼굴을 박아 깨진 이마에 반창고를 붙인 그는 “어깨 근육 세 가닥이 끊어진 적도 있어요”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는 취미 활동을 위해 주말에도 새벽 5시쯤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웨이크보드를 주로 가평이나 청평 등 경기도에서 타기 때문이다. 그가 속한 동호회에는 그처럼 혼자 온 이들도 많다. 하지만 웨이크보드를 타는 순간 혼자가 아니게 된다.

“혼자 왔다고 해서 혼자서만 즐기고 가는 게 아닙니다. 실제 동호회에는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3분의 2 정도인데 타는 동안 릴레이 게임이나 서로의 갤러리(보트에 타서 사진을 찍거나 함께 즐기는 이)도 하고 1박 2일간 머물면서 숙소에서 파티 등을 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모르던 분야의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다”고 전한다.

‘혼자’서 한다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 또한 이뤄지는 것. 조 씨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조건 비싼 것만이 귀족 취미는 될 수 없어

‘웨이크보드’ 외에도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귀족 취미’가 많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주영 씨(여.26)는 주말이면 한국을 벗어나는 게 취미다.

금요일 저녁을 기내식으로 먹으며 가까운 동남아나 일본, 홍콩 등으로 1박 3일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비행기 값보다 잠깐씩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는 게 나쁜 것은 아니죠. 어차피 잘 먹고 잘 살려고 돈을 버는 건데 여기에 따른 비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땡처리 항공이나 싸게 나온 비행기를 이용하면 비용도 그리 많이 드는 건 아니에요.”

실제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나 홀로 여행객’을 겨냥한 여행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팀당 10~15명이 떠나는 단체 배낭여행 상품 가운데 1인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에서는 출발 전에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2인 1실로 룸메이트를 정해주는 등 ‘싱글족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단체 배낭여행은 서유럽·동유럽·터키 등으로 떠나는 상품으로, 5년여 전 출시된 이후 싱글족의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투어 역시 나 홀로 여행객 전용 상품으로 홍콩 2박 4일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숙소와 항공편 등을 입맛에 맞게 변경하기 쉽고, 선착순으로 피크트램 탑승권·스카이테라스 입장권도 준다.

이처럼 화려한 싱글들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취미와 레저생활에 지갑을 흔쾌히 연다. 앞서 말한 웨이크보드나 여행 외에도 20만원가량의 VIP석 뮤지컬 관람이나 클라이밍, 클레이 사격 등의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끼리 호텔방을 잡아 파티도 즐기며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를 비롯해 요리며 댄스도 섭렵해둔다.

이 밖에도 조금 멀리 나가 승마를 타거나 골프와 승마를 함께 즐길수 있는 폴로 경기에 참여하기도 한다.

페르시아에서 인도를 거쳐, 영국 전역에 빠르게 보급된 폴로는 경기자가 말을 탄 채 스틱으로 공을 치기 때문에 골프와 승마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할 마음을 갖게 하는 매력 요소가 있다.

파도와 바람, 자연을 만끽하면서 즐기는 요트도 있다. 1인용 딩기요트부터 8인용 크루저 요트로 나뉘는 요트는 돛과 엔진을 통해 끊임없이 조정을 하게 만든다.

싱글들은 자신의 가치와 각자의 만족을 위해 지갑을 아낌없이 열기도 하지만 무조건 비싼 것만이 귀족적 취미로 불리거나 싱글의 가치를 높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순 없다.

‘귀족 싱글’의 취미는 요트, 승마, 초경량 비행기 운전부터 테니스, 자전거타기 등 취미 생활에 드는 비용보다 흥미에 맞는 취미를 선택해 어느 정도의 가치와 마음을 쏟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