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피셔》
-창조경영아카데미 지음 -넥서스BIZ 옮김 -1만3500원

2009년, 100년의 역사를 가진 캐나다의 한 기업이 완전히 몰락했다. 스마트폰 블렉베리를 만드는 림(리서치 인 모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캐나다 거대 통신기업 노텔이 그 주인공이다.

2000년에 IT붐이 불었을 때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2970억달러, 종업원수만 무려 9만5000여명이었다. 이 거대기업이 한순간에 몰락해 버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오늘날 세계 경제는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매년 비즈니스 매체인 <포춘>이 발표하는 ‘미국 500대 기업’과 ‘글로벌 500대 기업’만 봐도 이러한 불안정한 세계 경제를 잘 알 수 있다.

2006년, 2007년, 2008년, 그리고 2009년 발표 때마다 기업들이 추락하고 솟구치는 등 불안정한 순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으면서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세계 경제 속에서 유독 약진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한국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근래까지만 해도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 기업들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9년 발표에 한국 기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100위 안에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가 40위, LG전자가 69위, SK홀딩스가 72위, 현대자동차가 87위에 올라있는 것을 포함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한국 기업은 무료 14개나 된다.

삼성전자보다 더 앞선 순위의 일본 기업은 토요타 하나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창조경영아카데미의 김영한 교수와 비즈니스 저술가 김종원이 쓴 《킹피셔》는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이 극복을 통해 한국의 기업들이 품질과 마케팅 측면 모두에서 당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한국 우량기업의 성공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삼성과 LG, SK, 현대,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수립하고 실행한 경영 전략과 성장 비결을 과거의 전략과 구조, 시스템과 비교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한국 기업들의 힘은 한국만의 경영방식에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주로 일본식 경영 기법을 답습하고 있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미국식 경영을 접목했다.

일본 기업은 기존에 있는 것들을 개선하고 실행하는 능력은 우수하나 전략적인 변화와 리더십이 약하다.

반대로 미국 기업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리더의 전략적인 변화를 꾀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반면 인간적인 측면에서 소홀하고 실무자의 실행력이 떨어진다.

이 두 가지 경영방식이 합쳐지면 어떨까? 한국만의 경영방식이란 바로 이러한 일본식 경영의 장점인 ‘실행력’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인 ‘전략력’을 합친 것이다.

이 책은 일본식 경영의 장점과 미국식 경영의 장점이 더해진 경영방식을 ‘K-웨이’ 경영방식이라 명명한다. 책의 제목이 킹피셔라고 지어진 이유는 한국 기업의 경영 모델이 킹피셔, 즉 물총새와 닮았기 때문이다.

킹피셔는 말 그대로 ‘물고기를 잘 잡는다’라는 의미이다. 킹피셔는 흐르는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포착하고 재빠르게 낚아채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K-웨이는 바로 킹피셔와 같다. 저자는 이러한 K-웨이의 특징을 7S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전략(Strategy)이다. 한국 기업의 특징은 경영자와 작업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영자가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중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린 것임이 모두에게 충분히 잘 전달된다. 따라서 모든 것들이 쓸데없는 오해와 갈등 없이 빠르게 처리된다.

두 번째는 기술(Skill)이다. K-웨이 기업은 생산 기술 면에서는 일본식 기업의 형태를 띠고 기술개발 면에서는 미국식 기업 형태를 취하여 이 두 가지의 장점을 취한다.

이러한 K-웨이 기술방식은 특히 첨단기술 산업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 번째는 구조(Structure)이다. 일본은 집단적 가치를, 미국은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하지만 K-웨이 구조는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짐과 동시에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이상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스타일(Style)이다. 일본은 참여 유도식의 의사결정을, 미국은 리더의 결단식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K-웨이 스타일은 전략형 위임의 스타일이다.

이것은 최고 상위 리더가 전체적인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장기적 차원에서 결정하고, 각 전략과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은 하부 경영진에게 위임하고 동시에 이들 경영진이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시스템(System)이다. 동료에 의해 통제하고 집단의 업적에 초점을 두는 일본 방식과 상급자의 의해 통제하고 개인적 업적에 초점을 두는 미국과 달리 K-웨이는 미국식 시스템을 토대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일본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가 공동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인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의사를 개진한다는 의미이다.

K-웨이 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에는 별 특징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변화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면서 리더의 전략력, 직관력이 필요해졌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내는 실무자의 기술이 요구되었다.

여기에 K-웨이로 정의되는 한국 기업의 경영방식은 변화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성장을 하는 우수성을 보였다는 것은 한국형 경영기법인 K-웨이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사례로 든 다섯 개 기업 말고도 현재 한국에는 킹피셔같이 놀라운 능력을 가진 기업과 유능한 사람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우량 기업의 경영 30년을 분석하여 창조적 진화를 일구어나가는 한국식 경영의 원동력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세계를 뒤흔드는 한국 기업의 힘을 확인하고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