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란 위의 유문(파이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을 말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전세계 인구 반수 이상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하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국민의 46.6%, 성인에서는 69.4%의 감염률을 보인다. 만성위염과 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만성위염과 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은 강산성인 위 속에서도 살아남을까.

1979년 호주의 워렌(Warren)과 마셜(Marshall) 박사는 만성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현미경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균에 의해서 대부분의 위궤양과 위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마셜 박사는 스스로 헬리코박터균을 마신 후 실제로 위염에 걸렸으며, 위내시경을 통해서 자신이 감염된 균을 확인함으로써 헬리코박터균이 경구에 의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헬리코박터균이 강산성인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위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균은 우레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 위 점막에 있는 극미량의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로 만드는데, 알칼리성인 암모니아가 주위 환경을 중화시킴으로써 강산성인 위 속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위암의 원인이 될까?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역학연구들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위암 발생 위험성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class I carcinogen)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키스를 통해서도 감염될까? 헬리코박터균은 대부분 아동기에 주로 일어나고, 그 감염경로는 가족 내 감염, 특히 어머니로부터의 감염이 주된 경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스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 한 번의 키스만으로 감염이 될 지는 확실치 않다.

헬리코박터균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헬리코박터균은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일종의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가 되며,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는 특이한 균이기 때문에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욱 크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 치료제는 보통 항생제 2종류와 위산억제제 1종류를 포함해서 모두 3종류의 약을 7일-14일 정도 먹으면 80% 정도의 제균율을 보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가 될 수 있다.

그럼 무조건 없애야 하나.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과 위암 등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class I carcinogen)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 100명중 1-2명에게서만 위암이 발생되며, 여러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헬리코박터균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식이요인과 개개인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관련 전문의들도 위암 예방의 차원에서 이 균을 치료할 것인가 하는 점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서구에서는 소화불량증이나 상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하기 전에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흔하고 또한 위암이 많은 상황에서는 소화불량증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먼저 해서 정확한 원인을 살핀 다음에 의사와 상의해서 헬리코박터균 치료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만성위염이 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수술 후 등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