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화장을 시작했다. 여자들이 골라주는 스킨, 로션만을 쓰던 남자들이 직접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다양한 컬러로션, 비비크림 등 화장 아이템 구비에 나선 것. 화장품 가게에서 남자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제품을 고르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일명 ‘그루밍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그루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루밍은 마부를 뜻하는 영단어 그룸(groom)에서 나온 말로, 마부가 자신의 말을 정성스레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는 데서 유래했다.

패션과 미용 등 스스로를 꾸미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러한 그루밍족을 적극 공략, 남성화장품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규모는 2005년 4500억원, 2006년 4900억원, 2007년 5300억원, 2008년 5700억원 등 평균 7%대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백화점에서 주로 판매되는 고가 기능성 제품 시장을 합쳐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헤라옴므의 경우 2008년 한 해에 남성 화장품 브랜드 중 유일하게 매출 500억원을 올렸고, 작년에만 무려 200만 여개의 스킨 및 로션 제품을 판매했는데, 이를 단순계산하면 15초에 한 개씩 팔린 꼴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브랜드인 라네즈옴므 역시 2007년 론칭 이후 매년 20% 이상씩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백, 주름개선 기능성 제품 인기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겼던 미백 혹은 주름개선 등의 기초화장품은 이젠 남성들의 영역이 됐다. 최근엔 티 안 나는 메이크업 제품도 인기품목이다.

잡티커버 효과가 있는 스틱 파운데이션이나 커버로션 등은 깨끗한 느낌을 주어 은근한 멋내기를 좋아하는 남성들에게 인기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보브옴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미백과 주름개선 등의 기능이 첨가된 화장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총 1318명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화장품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9%가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산뜻한 사용 감’(4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답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남성화장품들은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스킨케어는 물론, 세안제품과 에센스, 자외선차단제, 마스크 팩 등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백과 주름개선 등 복합 기능성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꽃중년’을 겨냥한 남성용 한방화장품도 인기다. LG생활건강이 출시한 ‘후’는 2006년 출시 이래 CEO, 유명인사 등에게 선물용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표 꽃미남을 동원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장동건, 소지섭, 이준기, 이병헌 등 최고의 꽃미남들이 남성화장품 광고를 주름잡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그루밍족을 적극 공략, 남성화장품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올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는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음’
시장 전망도 밝다. 그루밍족은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10대 블루슈머(블루오션+컨슈머), 즉 새로운 시장의 소비자로 꼽힐 정도로 그 위상이 올라갔다.

국내 시장만의 얘기도 아니다. 코트라는 불황에도 성장하고 있는 남성뷰티 시장에 대해 미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을 포함한 30개국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남성화장품 시장은 최근 2년간 300%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8년에는 매출 규모로 10억 위앤을 돌파했고 2010년에는 그 규모가 40억 위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남성들의 열기도 뜨겁다. 미국 남성들은 하루에 평균 51분을 그루밍에 투자한다는 발표가 있을 정도.

일반인 남성의 외모와 스타일을 180도 바꿔주는 TV프로그램 ‘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남성 소비자들이 스스로 가꾸려는 노력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

미국의 그루밍 비즈니스 시장규모는 2007년 5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13년에는 5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