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이 이머징 마켓 금융위기 우려로 번지면서 지난주 초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인도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루피화 가치도 또다시 최저점을 경신했다. 동남아발 역풍에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안전선인 1900선이 처참히 무너졌지만 막바지 반등세로 지난 20일, 1887.85를 유지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연방준비제도(FRS)의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며 하락세를 견인했다. 7월 회의록에서 연준의 거의 모든 위원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오는 9월, 10월, 12월 중 시작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더해졌다.

그래서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신흥국의 금융 위기 불안이 겹치면서 힘겨운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주말에 각국의 경제지표 발표로 회복기대감이 반영돼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장을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지표가 회복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8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5개월 만의 최고 수치다.

중국과 유럽의 PMI도 예상치를 웃돌았다. HSBC가 집계하는 중국 제조업 PMI는 8월 50.1을 기록,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美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99엔대로 올라 최근 3주째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이 악재에서 호재로 반전하자, 국내 시장에도 온풍(溫風)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이 천천히 호전되겠지만, 안심하지 말고 변수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 ‘연준 관계자 연설을 통한 양적완화 축소(Tapering) 발언 수위, 미국 소비지표 및 고용 전망, 인도 2분기 GDP 발표’ 등이 국내 시장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오는 9월 6일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까지 축소 시기 논란이 상존하고, 인도 등 경상수지 적자국의 자금이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인도와 달리 경상수지 흑자국, 세계 7위의 외환 보유국으로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자금 흐름의 동반 이탈 시 강도의 차이일 뿐 신흥국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은 크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 역시 일정부분 유동성 측면의 전염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이번 주 코스피는 1820~1880선을 유지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