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도 피해야 할 운동이 있다. 근력운동이나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반면 유산소운동은 혈압강하제 복용과 병행해야 한다. 초기 고혈압이라면 복약과 운동 병행으로 고혈압 완치도 가능하다.

# 고지현 씨(59세)는 결혼 후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까지 학교에 보내고 나서 한 시간 이상 동네 공원을 뛰는 등 운동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덕분에 3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기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대기 시간이 지루해 무심코 혈압을 재봤다. 수축기 혈압은 160, 이완기는 100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며칠을 보내다가 늘 두통에 시달렸던 것이 생각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를 해본 결과 명백한 고혈압이었다. 혈압강하제를 처방받고 운동요법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1년 만에 혈압강하제 복용을 중지했고, 4년이 지난 지금은 고혈압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며,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한다.

 

최근 하이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은 금융(44%), 여가(16%), 식품(13%), 의약품(9%)순이었다. 아울러 의약품 분야에서는 고혈압 치료제 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40%)이며,그다음으로 해열진통소염제(37%), 당뇨병 치료제(10%), 치매 치료제(8%)  등의 순이었다. 그만큼 고혈압 환자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만 3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고혈압 환자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60%(남성 60%, 여성 70%)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남성은 40%, 여성은 25%라는 사실이며, 치료를 받는 비율도 낮다는 점이다.

왜 고혈압 환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알지 못하며, 혹은 알았다고 해도 혈압강하제를 먹지 않을까? 아울러 약을 먹는다고 해도 상당수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관리를 하지 않을까?

한 의사가 환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혈압강하제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혈압강하제를 먹지 않아도 불편한 점이 없다 ▲가급적 늦게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는 환자들의 막연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사례자인 고 씨는 고혈압을 인지함과 동시에 혈압강하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운동요법도 실시했다. 덕분에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더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됐다. 아울러 4년간 꾸준히 운동요법을 병행한 결과 혈압이 정상 범위에서 완전히 정착했다.

 

운동, 아침이 좋을까? 저녁이 좋을까?

의약품 산업에서 고혈압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제약회사들도 고혈압 신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최근 출시된 신약 중에 완전히 새로운 신약은 없다.

혈압강하제는 1947년 말라리아 치료제의 임상시험 도중 혈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처음 개발됐다. 이뇨작용 부작용으로 개발된 혈압강하제도 있다. 협심증 치료를 위해 개발한 약의 부작용을 목격하고 이를 고혈압 약으로 개량하기도 했다. 현재의 고혈압  치료제는 지금까지 부작용 등으로 개발된 혈압강하제들을 조합한 것이 대부분이다. 신약이 굳이 등장할 이유도 없다. 이미 현재 시판 중인 약들도 효과가 좋으며, 고혈압의 원인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약을 복용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을 복용하면서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이다.

고혈압 환자라면 약을 복용하는 데 따르는 번거로움보다 미래의 잠재적인 중병을 예방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가족 중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반드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의 95%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또한 술 등의 각성제나 우울증 치료제 등의 약물, 게임, 도박에 의존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삼가야 한다.

운동요법이 좋은데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고혈압을 극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유산소운동은 비만은 물론 고지혈증이나 당뇨도 극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혈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운동은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 아침 운동은 아드레날린류의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어 상쾌한 기분을 극대화한다.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지방이 더 잘 연소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밤새 쉬었던 근육이나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활성도도 낮아 운동능력은 저하된다.

반면 저녁에는 운동효율이 높고 면역력 증강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이 가장 낮을 때가 저녁이기 때문에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저녁 운동은 식사 후에 하기 때문에 대사작용을 활발하게 해 고혈압의 합병증인 동맥경화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공경택 현대유비스병원 내과전문의는 “고혈압은 꾸준한 운동으로 혈압 개선이 가능하며, 특히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의 질환 개선에도 도움이 되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된다”며 고혈합의 운동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은?

모든 종류의 운동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킨다. 혈액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에 좋은 운동이 있고 나쁜 운동이 있다. 나쁜 운동은 일시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운동이다. 예를 들면 보디빌딩이나 급격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구기종목 등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멈추게 되고 혈압도 급격히 상승한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유산소운동이라면 고혈압 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체중이 감소하고 혈관에 쌓였던 노폐물이 청소되면서 혈압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했다면 일주일에 세 번, 한 번 운동할 때 30분 이상 해야 한다. 단지 운동만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0분 조깅을 한다고 해도 밥 한 그릇을 더 먹으면 운동 효과는 마이너스다. 따라서 반드시 식이요법과 병행해야 한다.

힘껏 걷는 파워워킹은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중간 정도의 속도인 시속 약 7㎞를 유지하며 큰 보폭으로 걸으면 된다. 파워워킹은 달리는 것보다 칼로리 소모가 더 많은 반면 관절에는 무리를 주지 않는다. 뒤로 걷는 방법도 있다. 앞으로 걷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많으며, 잘 쓰지 않던 근육도 활성화시킨다. 이때 강화된 근육이 관절염 진행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천천히 달리는 것은 고혈압 환자에게 이상적이다. 혈압은 크게 변하지 않는 유산소운동이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면서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수영이나 자전거타기가 좋다. 수영은 부력에 의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물의 저항에 의해 급격한 움직임이 힘들어 그만큼 혈압 급상승이 방지되며, 온몸의 근육이 고루 사용된다. 자전거타기도 수영과 마찬가지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반면 인체의 가장 큰 근육인 허벅지 근육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체중감량 효과가 크다. 산을 올라갈 때는 욕심을 내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골프는 넓은 잔디 위를 주로 걷는 운동이다. 스윙을 위해 상체의 근육도 함께 사용된다.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여 혈압을 낮추는 데 좋다. 다만 승부욕이 지나치다면 샷을 할 때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사우나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너무 뜨거운 물에 들어가거나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 수분소모와 염분소모가 많아 사우나하고 난 후 몇 시간까지는 지속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운동에 비해 심혈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미미하다.

 

고혈압을 예방하는 7가지 생활수칙

1.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2. 살이 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 유지3.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 실천4. 금연 및 절주 실천5.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 섭취 높임6.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7. 정기적인 혈압 측정 및 정기적인 전문의 진찰

출처: 대한고혈압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