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 맞은 ‘주스열풍’

식음료 시장에서 커피의 인기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주스’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여름 더위와 치솟은 과일값, 웰빙바람 등 이유도 여럿 있지만 지난해부터 강남을 진원지로 불기 시작된 ‘착즙주스’ 열풍이 ‘주스카페’ ‘주스바’의 출현과 함께 식음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있는데 웬 ‘주스’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요즘 식음료 시장에서 대세는 ‘주스’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도 변화는 없을듯 하다. 요즘 주스는 계절을 타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스가 여름음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은 여름 못지않게 가을에도 높은 판매율을 보인다”며 “환절기 건강을 위해 비타민 주스 등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스무디와 주스를 주 메뉴로 하는 SPC그룹의 ‘잠바주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름철에는 약 25% 정도다. 그러나 가을, 겨울철로 넘어가면서 40%에 육박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고객들은 식감이 차가운 ‘스무디’ 보다는 ‘주스’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잠바주스는 겨울철에 차가운 주스가 마시기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따뜻한 ‘핫 주스’(100% 천연 과일을 즉석에서 과즙을 추출해 데워 만든 음료) 신제품을 매년 추가로 선보이는 등 꾸준히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웰빙트렌드, 날씨 추워져도 ‘주스’ 대세

업계 분석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시장의 포화로 인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과 웰빙 트렌드에 따라 점점 건강한 주스에 대한 이슈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당초 주스 시장은 2004년 1조원 규모에서 정점을 찍은 이래 커피전문점 바람이 불면서 한동안 쇠퇴기를 맞이했다. 2010년엔 89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011년부터 9500억원으로 반등세를 탔다. 식품 업계에 따르면 상온과 냉장, 야채 등을 모두 포함한 올해 주스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첨가물 없이 과일을 그대로 담은 프리미엄 주스가 ‘과일 대용’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강남이나 분당 등에선 천연과즙을 100% 그래도 살린 착즙주스가 인기를 끌면서 ‘강남주스’라는 말이 나돌았고 식음료 업계에선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농축주스가 아닌 생과즙 주스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올해만 해도 새롭게 출시된 생과즙 주스는 10여종을 넘어섰을 정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휴롬팜 매장 내부 모습 ⓒ박재성 기자

식음료 업계 착즙주스 제품 출시 경쟁 치열

최근 식음료업계는 생과일을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착즙해 만든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추세다. 착즙 주스란 가열하여 얻어낸 농축액을 물에 희석하거나 휘발된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첨가물을 넣는 일반 농축 주스와 달리 생과일만을 짜서 담아 과채 본연의 영양성분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주스다.

매일유업은 지난 5월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오렌지와 자몽을 100% 짜서 만든 프리미엄 주스 ‘플로리다 내추럴’ 2종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플로리다 내추럴’은 80년 전 미국 플로리다 농부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에서 출발해 농부들이 땅부터 과일, 주스 생산까지 통합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플로리다 내추럴’은 우수한 맛과 품질, 농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미국 프리미엄 주스 시장에서 자몽주스는 판매율 1위, 오렌지 주스는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착한사과이야기’와 ‘착한감귤이야기’ 등 국산 생과일을 통째로 갈아서 만든 착즙 주스 2종을 출시했다. 경북 사과, 제주산 감귤 등 국내 특정 지역의 사과와 감귤을 각각 사용해 맛과 신선함을 살렸다. 풀무원은 지난 2007년 생과일 주스 ‘아임리얼’을 처음 선보인 이후 최근 12번째 제품인 ‘푸룻에이드 자몽’을 출시했다. 아임리얼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61% 이상 매출이 성장하며 대표적인 프리미엄 과일음료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도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원료 그대로를 살린 프리미엄 냉장주스 ‘따옴’을 내놨다. 미국 플로리다산 오렌지를 사용하고 과육을 함유해 식감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따옴은 지난해 10월 출시 당시 월 2억원에서 월 8억원(6월 기준) 매출을 올리며 판매가 급증했다.

오가다의 ‘제주 한라봉 주스’, ‘레드 한라봉’은 제주산 한라봉 100%로 만든 음료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료로 유명하다. ‘제주 한라봉 주스’는 제주 한라봉 과육을 듬뿍 갈아 만들어 한라봉 특유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도 제주산 감귤 등 우리농산물로 만든 먹거리 망식이 바, 망식이 주스를 선보였다. 특히 망식이 주스는 ‘망식이의 갓짜낸 100% 감귤’과 ‘망식이의 갓짜낸 100% 머루포도’ 2종이며 국산 감귤과 머루포도 과즙만을 사용한 원액 주스다. 감귤 제품의 경우 무농약으로 재배한 12개의 감귤을 1병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 식품관서 출발한 ‘주스카페’ 인기

한편 착즙주스의 열풍은 지난해부터 강남의 백화점 식품관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압구정 현대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위치한 주스 진열대에는 50여 가지가 넘는 국내외 주스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그 중 최근 들어 물건을 채우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코너는 착즙주스 진열장 제품들이다. 청담동 신세계푸드마켓 SSG 1층에 위치한 ‘마이분 주스바’는 지난해 7월 오픈과 동시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착즙주스는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모았다.

그 외에도 압구정 갤러리아 식품관 고메이 494 내 ‘까페 마마스’, 신사동 가로수길 건너편 ‘휴롬팜’ 등도 강남주스의 진원지로 꼽힌다.

강남주스는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남다른 정보력을 갖춘 강남 주부들 사이에 착즙주스가 유독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행한 말이지만 여기에 연예인들의 주스사랑도 한 몫 더 했다. f(x) 멤버 빅토리아는 마이분 주스바의 단골로 알려졌으며 배우 하정우가 자주 목격되는 장소는 건강주스 전문 카페 휴롬팜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휴롬팜 도산대로점

이런 주스카페 또는 주스바 등 주스 전문점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매장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휴롬팜은 최근 국내에 분당점을 1호점으로 시작해 도산대로점, 롯데백화점 분당점, 광화문점 등 4곳에서 문을 열었다. 채소, 과일 이외에 어떠한 첨가물도 허용하지 않는 100% 천연주스 카페 휴롬팜은 휴롬 원액기의 저속착즙방식(SSSTM)만을 이용해 자연 그대로의 맛을 전하고, 설탕, 물, 인공감미료, 파우더 등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휴롬은 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휴롬팜 중국 상하이 1호점 오픈을 신호탄으로 중국 매장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치유’ ‘웰빙’ 콘셉트의 카페 인테리어는 물론 건강주스 전문가 ‘파이토스’가 직접 재료를 선별해 주스를 제작하는 한국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

휴롬은 해외 진출 가속화를 목표로 중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메이드인코리아’를 선호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국내 면세점 입점도 검토 중이다.

한편 기존 커피시장도 과일주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미 포화상태가 된 커피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주스카페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세계 커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올해 미국 워싱턴 벨뮤에 ‘에볼루션 프레시’라는 주스 바를 열었다. 전 세계 50개국에 1만7000여개 커피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음료 판매점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한국사회에서 웰빙은 한때의 트렌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손쉽게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과일·야채 주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주스도 전문가 시대, 이색직업 ‘파이토스’

착즙 주스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스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이 급부상 하고 있다. 휴롬팜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이토스’라는 전문가가 바로 그것이다. 파이토스란 PHYTO(식물)+PEOPLE(사람)의 줄임말로 ‘식물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일, 채소에 대해서 이해하고, 어떻게 다뤄야 맛과 영양을 자연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아는 과일채소 전문가를 말한다. 과일의 선별부터 유통, 관리를 책임지며 보관·숙성을 거쳐 고객의 특성에 맞춰 건강한 음료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휴롬팜은 현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파이토스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매장 3층 전용 스튜디오에서 실시되는 ‘파이토스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파이토스의 정체성, 채소 과일 블렌딩, 영양학 교육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국내에서 휴롬팜이 높은 인기와 수요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4개점에 불과한 이유는  ‘파이토스’의 양성이 시간을 요구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숙련된 파이토스가 필요한데 그만큼의 인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매장이 더 늘어도 완벽한 품질의 주스를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