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 뇌·심혈관 질환, 위암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소금 12.2g 분량에 해당하는 4878㎎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허용기준 2000㎎(소금 5g)보다 2.4배나 많은 양이다. 각종 성인병과 만성질환 발생률이 날로 높아지면서 생활습관과 나트륨 섭취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고혈압은 크게 선천적인 이유와 후천적인 이유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가 93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KDI는 2040년에는 30세 이상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이 46.9%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고혈압 환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환경적인 영향을 들 수 있다. 가령 짜게 먹거나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만성적인 음주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 사람에게 고혈압 발병률이 증가한다. 이는 일상생활 속 잘못된 습관이 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혈압에 좋은 음식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면 고혈압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 나이를 가리지 않는 고혈압, 식습관 개선이 정답

“부모님이 모두 고혈압이라고 해서 유전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가족이 함께 먹는 식습관에 따라 후천적으로 고혈압에 걸릴 확률 또한 높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초구의 한 개인병원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병원은 일반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사기나 링거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조리실과 식탁, 그리고 강의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비치돼 있었다.

이곳은 23년째 고혈압 등 생활질환병에 대한 치료를 돕고 있는 황성수 원장이 운영하는 ‘학교’다.

고혈압, 당뇨, 비만, 만성신부전증 등 기타 질병을 가진 이들을 위해  ‘힐링스쿨’을 운영하는 황성수 원장은 의사라기보다 교장선생님에 가까웠다.

황 원장은 “힐링스쿨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해 공부하고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며 “생활습관병이라고 불리는 병들은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 대신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프로그램인  ‘힐링 스쿨’은 매주 2시간씩 총 4주에 걸쳐 진행된다.

청소년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 19명은 수업 한 시간 전부터 학교에 출석해 그와 면담하고 강의를 듣는다. 2주간 합숙훈련을 통해 심신을 강화하는 기숙학교, ‘힐링스테이’도 있다.

“이제부터 밥 먹는 연습을 합니다. 밥은 반찬과 따로 먹습니다. 첫술에 현미밥이나 쌀을 먼저 넣고 100번 이상 꼭꼭 씹습니다. 자, 따라 하세요.”

황 원장은 식습관을 통한 고혈압 치유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의 환자 대부분이 현미, 채소, 과일 등으로 식습관을 바꿔 평균 일주일 만에 약을 끊었다고 한다.

황 원장은 귀감이 될 만한 사람들을 동영상으로 찍어두기도 했다. 힐링스테이 7기 참가자인 36살 조습관 씨(가명)는 지난 2004년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까지 받게 됐다. 그는 부모님도 고혈압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고혈압을 유전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황 원장은 “식습관이 똑같아서 고혈압을 마치 유전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론 나쁜 식습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고혈압은 식습관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젊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아서 머리가 아프다기보다는 머리가 아플 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게 되고, 이것이 혈압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이날 힐링스쿨에 참여한 한 노부부 역시 고혈압 환자로 생활습관을 고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남편의 경우, 혈압약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끊었고 부인 또한 두 가지를 끊을 예정이다.

오늘 혈압은 113이었다는 신현자 씨(74세)는 “혈압이 130만 돼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120, 110으로 내려왔다”며 “현미, 채소, 과일로 이뤄진 식사만으로 비만을 고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 나트륨, 티끌만큼씩 줄여 고혈압 예방

실제로 고혈압 환자들에게 식습관 문제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말한 황성수 박사의 채식 위주의 식습관 외에도 나트륨 줄이기 등을 통해 음식으로 고혈압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세브란스 병원과 함께 <약이 되는 고혈압 밥상>을 출간한 CJ프레시웨이는 생활 속에서 쉽게 나트륨을 줄일 수 있는 팁을 공개했다.

메뉴 R&D팀의 서희정 과장은 “병원 환자식 기준으로 반찬 각각을 염분 0.3g으로 맞춰 기본 반찬 4개를 더했을 때 총 나트륨이 1~1.2g 정도 되는 식단을 구성, 활용하고 있다”며 “저염식이라고 하면 소금을 적게 사용하는 것인데,  소금을 적게 넣고도 맛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 간장, 파 등을 이용해 양념장을 만들어 나물이나 채소를 버무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된장 같은 경우, 파인애플의 달콤한 맛과 잣가루 등을 더해 고소한 맛을 추가하고 염분을 줄인다.

이 외에도 후추, 마늘, 생강, 고추, 겨자 등으로 맛을 내거나 바질 등 향미채소 또는 레몬, 식초 등 감귤류의 신맛을 통해 간이 부족한 느낌을 보충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조금씩 줄이는 나트륨은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트륨(염분)의 과잉섭취는 고혈압의 주요원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염분 섭취량을 6g 줄이면 혈압 또한 2~8mmHg 내려간다는 보고도 있다.

서희정 과장은 “잔멸치볶음 요리의 경우, 2시간 정도 물에 담궜다 프라이팬에 볶은 후 건조시키면 소금 함량을 80%가량 줄일 수 있다”며 “이런 전(前)처리를 거쳐 요리하면 나트륨 섭취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겉절이를 만들 때도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뒀다가 먹기 직전에 버무리면 채소의 수분이 소금으로 빠지지 않고 겉에만 있기 때문에 더욱 아삭하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팀의 윤미현 대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찌개, 국을 즐기는데 이때 마른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으로 육수를 내면 나트륨을 조금 더 줄일 수 있다”며 “간장 소스를 만들 때도 물과 파, 양파 등 채소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