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움 우신보석감정원 보석감정사

한 남자는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 여성들이 착용한 귀금속을 더욱 빛내주는 보석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곤한다. 이후 천연 다이아몬드 또는 진주가 맞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투명한 유리잔에 먼지 또는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에는 표면에 있는 건지 외부에 있는 건지 날카롭게 간파한다. 간혹 주위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이 남자의 행동은 일종의 직업병이 아닐까 싶다.

강남구 신사동 우신보석감정원에서 만난 오세움 보석감정사의 얘기다. 그가 하는 일이 보석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관련 행동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한다. 이 남자가 반짝이는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그의 호주 유학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에는 보석 광산들이 많이 있어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보석을 전시하고 관련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죠. 특히 ‘플레이 오브 컬러’라고 무지개 패턴이 나타나는 블랙 오팔을 봤는데,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다이아몬드는 브라운, 옐로, 레드, 핑크까지 다양한 색상을 내고 있었어요.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오 감정사는 이렇게 다이아몬드의 눈부심에 매료됐고, 자연스럽게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인 2004년 그는 보석감정교육기관인 미국 GIA 본교 칼스배드로 건너가 1년간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보석시장 규모 1위인 미국에서 크고 작은 주얼리 전시회에 참가하고 해외 보석 회사들을 견학하면서 빛나는 보석만큼이나 보석감정사라는 직업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보석의 왕이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가 가지는 단단함, 빛의 효과를 통한 미적 아름다움, 희귀성 등에 매료돼 다이아몬드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어져 감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다이아몬드를 100% 수입하는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가장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 감정원이기 때문에 귀국 후 2005년부터 우신감정원에서 일하게 됐죠.”

감정원 업무는 외부인과 철저하게 분리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데, 크게 감정실과 연구실로 나눌 수 있다. 감정실에서는 1차적인 보석 감별과 감정을 담당하며, 보석을 구별하고 감별하는 데 사용되는 전문 기구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다이아몬드의 가치요소인 4C를 체계적인 등급 시스템을 활용해 일관성 있게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처음 감정실에 입사하게 되면 이론과 실무를 배우기 위해 약 9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거치게 되며, 최종 평가 후 감정사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주변에서 매일 다이아몬드를 보면 특별할 것 같다고 하지만, 하루에 다량의 다이아몬드를 만지다 보니 이제는 일상이 된 것 같아요. 바쁠 때는 하루에 200개 정도 감정을 해야 하죠. 1차 감별이 끝나면 전자저울로 중량을 측정하고, 현미경으로 투명도를 검사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2명 이상의 감정사가 함께 진행해서 등급이 정해집니다. 만약 두 사람 간 의견 차이가 날 때는 1명의 감정사가 투입돼 다시 감정에 들어가죠.”

오 감정사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복수 감정은 필수”라며 “아울러 일정한 환경에서 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다이아몬드의 내·외부적인 특징을 구별하기 위해 첨단 측정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의견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간혹 난처한 사례가 있다. 오래된 결혼반지나 축하 선물로 받은 다이아몬드를 개인 손님이 감정 의뢰를 했는데, 큐빅 또는 다이아몬드 유사석으로 판명됐을 때다.

감정 업무는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취급하기 때문에 분실 사고나 다이아몬드 손상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한자리에 계속 앉아서 감정을 하는 일이라 끈기와 집중력도 요구된다. 특히 다이아몬드 내부에 있는 0.1mm 정도 크기의 내포물을 현미경으로 구분하고 등급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의 매력을 알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수십억 년에서 수백억 년까지 오랜 기간을 거쳐 생성되는 다이아몬드는 높은 온도와 압력의 지질학적 환경 조건을 통해 다양한 내·외부적인 특징들을 갖게 됩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다이아몬드도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죠. 현미경을 통해 그 특징들이 나타내는 다양한 매력을 확인하고, 직접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에요.”

보석감정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석을 좋아해야 한다. 보석을 고가의 사치품이 아닌 자연의 산물로서 빛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꼼꼼하고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또한 감정대상물의 특성과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예민한 시각과 형태 감각이 요구되며, 이해관계에 따라 감정평가의 결과가 좌우되지 않는 정직성을 갖춰야 한다.

“보석을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최근 합성처리 기술의 발달로 점점 보석의 감별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전문 보석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감정을 위해 다양한 첨단 보석학적 측정 기구들이 사용되죠. 또한 감정·감별 업무에서 동료 감정사와 부서 간의 회의 및 의견 조율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원만한 의사 소통 능력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오 감정사는 좋은 다이아몬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국내 또는 해외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서를 선택하고, 첨부된 다이아몬드의 일치 여부와 감정서에 기재된 가격 결정 요소인 4C를 정확히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 오세움 보석감정사의 Knowhow

시력이 좋다면 감정사로 일하기에 유리하고, 컬러 구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색맹이면 관련 일을 하기 힘들다. 처음 감정사 일을 시작할 때 양쪽 시력이 1.5였다는 오 감정사는 “지금은 오래 일하다 보니 난시가 생겨서 안경을 쓴다”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시력이 감정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평소에 눈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과 관련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세안을 자주하며,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점심 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잔다. 업무 과정 중에서 현미경을 보다 보면 눈을 뜨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데, 이는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눈에 좋은 비타민 섭취와 꾸준한 안구관리 및 운동으로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아울러 오 감정사는 입사했을 때부터 수첩에 업무와 관련된 일을 메모하는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는 수첩에 감정 업무에서 실수했던 부분과 보충할 부분을 주로 적는다.

“업무 중 책상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는데, 음식 이물질이 감정서에 떨어진 걸 모르고 고객에게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인쇄까지 했다가 다시 출력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그날 바로 수첩에 적어뒀둰 게 기억이 나네요. 이후 업무 시간에는 먼지 하나 없도록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