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현장에서 들려주는 실전 부동산 투자’

중대형 아파트 파격 할인, 겁 없이 달려들면 쪽박

김기덕 salla7942@naver.com

현재 (주)KD D&C 김기덕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부동산 실전투자 전문가로 자신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들려준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DK컨설팅 대표와 (주)SND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문화복지사업단 장애인 부동산 무료 컨설팅 연구소장, 한국청소년연맹 부동산분과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았던 혜택인 취득세 감면 혜택이 지난 6월 말로 종료되면서 7월 한 달 동안 부동산거래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몸살을 앓았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매매시장은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으며, 임대시장에서는 하락을 거듭하는 매매가와는 달리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분양시장에서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와 더불어 전형적인 휴가철, 장마 비수기가 겹쳐 물량 소진에 어려움을 더해가고 있다.

“미친 전셋값”, “거래시장 절벽” 등 언론에서 이런저런 부정적인 어구를 반복해 쏟아내는 것에 이제는 면역이 생길 정도다.

8월 1일 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7월 수도권 주택가격 변동률은 전달 대비 -0.19%를 기록하며,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특히 서울의 경우는 -0.24%로 전국에서 가장 하락폭이 컸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의 침체가 계절적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당장은 주춤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사철이라고 할 수 있는 9, 10월이 되면 거래량이 늘면서 어느 정도 거래도 증가하고 매매가도 회복되리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에는 시장의 현실이 지나치게 암울해 보인다.

최근에는 시장 침체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각종 혜택을 내걸면서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대형 평형으로 사업을 진행했던 용인, 판교, 김포 지역 등은 분양가격에 대폭 할인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장의 둔화로 건설사들은 사업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분양가를 대폭 낮춰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분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할인 폭이 큰 수도권 중대형 평형의 특별분양가는 서울처럼 전셋값이 높은 지역에 살던 세입자들에게는 신세계처럼 보일 것이다.

주택가격의 70%를 넘나드는 서울지역에서 그다지 넓지 않은 집에 살면서도 전셋값 마련하랴, 전셋집 찾느랴 허덕이던 임차인들은 약간의 대출만으로 넓은 중대형 평형의 새집을 매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할인분양가에만 정신이 팔려 추후 지출 조건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이들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분양가 할인 혜택이 크다고 대궐 같은 아파트를 덜컥 계약해 분양받은 후 첫 번째로 놀라게 되는 것은 바로 관리비다. 가령 이전에 99m²(30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던 사람이 165m²(50평)형 아파트로 갈아타서 산다면 지출되는 관리비는 2~3배 정도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일례로 지난해 한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한 원로 연예인이 나와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기본 관리비에 대해 말하는데 그 금액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연예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86㎡(86평)형이었는데 기본 관리비만 월 150만~16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매우 큰 대형 평형이거나 고급 아파트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구매자가 이런 대형 평형의 아파트에 거주하더라도 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경제 여건이면 아무 문제가 없을 일이다. 넓은 공간과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것에 비용이 추가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자신의 소득이나 이러한 높은 관리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 평형을 할인 분양만 보고 구매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관리비만큼 세금도 문제다. 현재 각종 세금 혜택에 대한 발표를 보면 국민주택 이하 평형이나 일정 가격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만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악성으로 남아 있는 미분양 물건이 결국 중대형 이상의 주택들이 남아 있는 상황을 보자면 중대형 아파트 구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거론되고 있는 정책발표 내용들도 ‘3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 영구인하’ 등으로 중대형 물량에는 거의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공고 시 당첨만 되어도 로또에 준하는 시세차익을 얻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지금은 미분양 시장에서도 악성 물량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대형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이를 팔거나 임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현재 전세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임차인들이 또다시 전세를 찾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은 부동산 시세와 상관이 없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많아 필요한 시기에 현금화도 수월하다. 그에 비하자면 중대형 아파트 매입은 현재 시장의 상황을 볼 때 시세 차익은커녕 기본 분양 액수만큼의 보장을 받기가 힘들다. 현금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중대형이 나쁘기만 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물건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것은 꼭 필요하다. 이들 중에서 주변 부동산 개발 호재와 미래 분석 등을 충분히 검토한 지역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2008년 이후부터 신규 주택공급량을 살펴보면 유행처럼 번진 소형 아파트가 집중 공급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신규 공급이 부족하다. 입지에 따라 중대형 평수의 신규 공급이 부족해 기존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수요자, 또는 투자자들이 갈아탈 물건으로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

주택 구매자, 또는 투자자는 본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규모를 먼저 확인해보고 구매할 주택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주택 갈아타기는 자금의 유동성을 먼저 확인하고 현재 주택에서 한 단계를 넓히거나 아니면 한 단계를 줄이는 방식으로 탄력 조절하는 것이 좋다. 할인가격에 끌려 상황이나 경제적 형편에 맞지 않는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