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케어’ 1등 노리는 착한 실험 계속된다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회사에 몸담은 지는 30년이 넘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27년간 ‘유한킴벌리맨’이었고, 창립 40주년을 맞은 2010년 3월부터 전문경영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3년이란 길지 않은 기간에 최 사장이 보여준 성과들은 참으로 다채롭다. 어린이 목욕용품 ‘그린핑거’와 여성용 스킨케어 ‘메이브리즈’ 등을 선보였으며, 하기스 골드가 중국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에서 30여 개 브랜드 중 1위를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멀리 내딛는다. 기존 휴지·생리대·기저귀 위주 사업에 머무르면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종합생활용품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도 그래서 나왔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후보로 거론되는 ‘시니어 케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내 서울실버영화관에 시니어용품 매장인 ‘골든 프렌즈’를 오픈했다. 이곳에서 요실금 팬티를 비롯해 노인용 체취 제거제, 스프링을 내장한 충격 흡수 구두까지 수십 종의 시니어 케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수많은 시장조사를 거쳐 조심스럽게 준비하지만, 한 번 제품을 내놓으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펴는 게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무엇보다 그의 심중에는 ‘돈 잘 버는 기업’ 보다는 ‘착한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델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자 한다. 최 사장이 구상한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에는 시니어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시니어들에게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 기회를 주는 데도 주목한다.

요실금이 있는 노인 계층을 타깃으로 내놓은 유한킴벌리의 ‘디펜드 스타일 팬티’ 판매의 경우 55세 이상 간호사 출신들로 구성된 ‘스타일 판촉단’을 이 제품에 대한 전화상담 요원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자기 자리’가 없는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정 좌석을 없애고 임원과 사원이 뒤섞여 근무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열린 임원회의’도 업계에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느 회사에서나 하는 비공개 임원회의와 달리, 이 회의에는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직원이라면 누구나 참석해 내용을 듣고 질문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투명경영과 임직원 간 정보공유를 위해서인데, 회의를 공개한 데는 ‘사원을 못 믿으면 누굴 믿을 수 있겠나’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

유한킴벌리는 그 토대가 단단한 고유의 가족친화적 문화에 최 사장의 실험정신까지 어우러져 요즘 더욱 빛을 발하나 보다. 회사를 벤치마킹하러 여기저기서 찾아온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소비자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유한킴벌리가 10년 연속 선정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