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다|찬성론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주은선 교수는 국민연금은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구매력 저하 없이 현재 가치를 지켜준다. 아울러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는 구조로, 소득재배분 효과도 있다.

“국민연금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사회연대에 따라 자녀세대가 부모에게 드리는 생계비입니다. 국민연금이 필요없다는 것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을 ‘앞 세대의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풀이했다.  생산가능인구가 번 돈으로 복지정책을 펴서 아동과 노인을 부양해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주 교수의 지론이다.

“그리스는 복지정책 때문에 부도상태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리스가 복지정책 때문에 그렇게 됐다면 그보다 더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는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 모두 재정위기로 어려워졌어야 합니다.”

주 교수는 오히려 복지정책을 잘 만들어 시행하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국민연금을 통해 역설했다.

“복지를 위해 사회적으로 아동과 노인을 부양해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가족이 재생산되고, 자녀가 나중에 생산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책 없는 복지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주 교수는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책 없는 복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득 없는 노인이 소득 지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갈 수 있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복지부의 2010년 자료를 보면 월 184만원의 국민 평균소득자 수익비는 1.8이다. 수익비가 1이면 낸 돈과 받는 돈이 같다. 따라서 소득비가 1.8이면  소득이 평균인 사람이 100원을 냈다면 국민연금으로 180원을 받아간다는 뜻이다. 월 50만원의 저소득층의 수익비는 4.2이며, 최고소득인 월 360만원의 고소득층도  1.4의 수익비를 적용받는다.

국민연금에 가입해 평균수명까지만 생존하면 모든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이 연금을 타며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연금을 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 이상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잘 발달된 스웨덴의 경우 6%대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3.3%다.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은 국민연금기금이 보육시설이나 공공의료기관과 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많이 투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젊은 사람의 돈을 ‘갈취’해 노인에게 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자녀와 부모가 좋은 방향으로 ‘연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 교수는 “국민연금도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직 혹은 시간제 일자리 등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임금이 낮아 국민연금 가입이 부담스럽고 임의가입하면 회사가 절반(4.5%)을 부담하지 않아 9%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주 교수는 국민연금의 존폐론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선 성급한 일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국민연금 존폐가 문제가 아니라 계약직 등 국민연금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