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경영

시에서 배우는 은유적 사고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 문덕수 <꽃과 언어>

시의 수사법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나 기업 경영의 태도는 은유적 사고방식이다.
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사법이 비유다. 비유에는 직유와 은유가 대표적이다. 직유는 서로 유사한 두 개의 다른 사물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을 때 쓴다. ‘~처럼’이나 ‘~같이’ ‘~인 양’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은유는 전혀 다른 사물을 묶어 하나의 의미를 창출한다.
‘~처럼’ ‘~같이’ ‘~인 양’과 같은 직유적 표현은 뒤에 반드시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그녀는 꽃처럼 예쁘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면 ‘꽃처럼’ 다음에 그녀가 왜 꽃인지 설명한다. 이 문장에서는 예쁘기 때문에 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가 왜 꽃인지에 대한 정답이 문장 속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유는 ‘그녀는 꽃이다’로 표현된다. 왜 꽃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왜 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두 사물을 섞을 때 직유보다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사법이 바로 은유인 셈이다.
세상 삶에는 정답이 없다. 시에도 정답이 없고 기업 운영에도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또 어떤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성공적인 삶을 산다. 어떤 시인은 이런 방식으로 시를 전개하고, 어떤 시인은 저런 방식으로 시를 써서 완성된 작품을 만든다. 기업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이것저것 사업을 확장해 성공을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다.
다만 이런저런 방식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인가를 파악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가 선택된다. 그러나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 이런저런 방식 즉 은유적 섞음의 사고다.
문덕수 시인의 <꽃과 언어>라는 시는 맨 처음 언어와 꽃잎을 묶어 나비를 만들어낸다.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를 연결해 그보다 더 엉뚱한 단어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결합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2연에서 ‘언어는 /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 펄럭이다가 / 쓰러진다’고 표현해 나비를 추출해낸 결합의 은유적 사고가 ‘깃발을 펄럭이다 쓰러지고 마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문장이 그것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좋은 결합은 무엇일까. 시인이 원하는 언어와 꽃의 결합에서 나올 수 있는 창의적 단어는 4연에 나오는 꿀벌이다. 이유는 이렇게 추론할 수 있다. 나비와 꿀벌은 똑같이 꽃에서 꿀을 빨아먹지만 나비는 모으는 게 없다. 쌓아놓는 게 없으니 언어가 사라지지만 꿀벌은 꿀을 따 모아놓으니 언어의 깊이가 나오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얻고자 하는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숱한 연습이 필요하다. 3연의 ‘꽃의 둘레에는 밀물처럼 수많은 단어가 왔다가 사라진다 해도’가 그 말이다. 그 이후에야 꿀벌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에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은 사물과 사물을 섞는 방법인 은유적 사고를 해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고, 한번에 자기에게 맞는 결과가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숱한 연습을 해보고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아이디어를 취하라는 것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소 대표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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