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방학을 하면

산,
들,
바다는
개학을 한다.

자연책을
빠져 나온
매미가 울고,

음악책을
뛰쳐 나온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교실보다
더 큰 교실을
연다.

-손동연 <여름 개학>

《젊은 구글러가 세상에 던지는 열정력》의 저자 김태원 씨는 미국에서 ‘전기스위치 온/오프’가 ‘Don't eat/eat’로 변한 예를 말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불황에 시달리는 미국 시민들의 상황을 대변한 단어로, 불을 켜면 전기 세를 치르기 위해 한 끼 굶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었다.

전기스위치를 사람으로 만들어서 그에 맞는 새로운 호칭을 찾아보자. 전기스위치의 기능은 무엇인가. 밖의 전기를 방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연결은 곧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을 수반한다. 움직임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내가 한참을 움직이면 몸의 운동량이 늘어나 지치고, 지치면 쉬어야 하고 지친 몸을 보충시켜야 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전기스위치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작동시켜 보자. 사람들이 내 얼굴의 코를 만지는 순간 나는 자동적으로 밖의 전기를 끌어들이는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 나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나에게 밥을 줘야 한다. 그 밥을 사기 위해 돈이 들어갈 것이다.
만약 가난한 주인이라면 내 밥을 주기 위해 자신이 굶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른다. 당연히 나를 작동(전기스위치 온)시키면 자신이 밥을 먹을 수 없으니 ‘Don't eat’이 된다.

‘전기스위치 온’은 그동안 자기에게 없었던 또 하나의 호칭 ‘Don't eat’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전기스위치 온’ 하면 불이 켜진다는 의미에서 ‘밥 굶는다’는 의미로 그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전기스위치 오프=불이 꺼진다’에서 ‘먹는다’로 의미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법을 시에서는 ‘새로운 의미의 호칭 찾기 생각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기존 사물에서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 이름을 붙인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동시 한 편을 소개한다. 손동연 시인의 <여름 개학>이다.

방학을 하면 보통 학교가 문을 닫는다. 정문을 닫는다기보다 수업하는 교실의 문을 닫는다. 아무도 없으니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교실이 문을 닫는 대신 아이들이 산으로 들로 나가 놀 수 있으니 곧 자연의 교실은 문을 여는 것이다. 방학으로 인해 학교 교실의 문을 닫는다는 생각에서 나아가 ‘산, 들, 바다는 개학’을 한단다. 산, 들, 바다가 개학을 하면 교실 안에 있던 자연책 속의 매미가 책을 빠져나와 산과 들과 바다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곳은 개학인 셈이다. ‘학교의 방학=자연의 개학’으로 의미가 완전히 전환돼 자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현실의 방학에서 산과 들과 바다가 개학한다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생각법이 바로 새로운 의미의 호칭 찾기 생각법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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