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친화적이고 안전성 높은 바이오 화장품

삼성경제연구소는 피부과학이 발전하면서 화장품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시장변화·유행 중심에서 기술·효능 중심의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앞으로 기초연구, 상품개발, 마케팅 등 화장품 산업의 상품화 프로세스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피부노화 관련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과거 화장품 기초연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던 화학기술의 자리를 바이오 기술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오 기술은 비즈니스 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바이오 리독스 성분이 담긴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R&D역량과 LG생활과학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접목돼 특허성분 ‘네크로엑스’가 함유된 ‘더마리프트’

 

 

 

 

 

 

 

 

 

 

 

아모레퍼시픽의 뷰티숍 ‘아리따움’을 방문한 김남영 씨(31세)는 최근 VIP 고객 회원에 가입하면 증정하는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이하 바이오 에센스)을 84ml짜리 정품으로 받았다. ‘3일 만의 변화’를 내세우며 빠른 시간 내에 피부를 투명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준다고 광고하는 제품이다.

요즘 잦은 야근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인지 안색이 칙칙해지고 트러블까지 울긋불긋 돋아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김 씨. 정말 3일 만에 피부를 변화시켜준다고?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써보니 피부가 빠르게 달라지는 게 느껴졌던 그는 증정품을 다 사용한 뒤 매장을 방문, 같은 제품을 구매했다.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는 제품 이름에서도 연상되듯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바이오 화장품이다. 바이오 화장품은 생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성분을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고 적용한 화장품이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일반 화장품과 달리 생물의 생명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대사산물을 응용한 것이라 피부 친화적이며 안전하다고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스킨형 발효 에센스인 바이오 에센스는 지난해 8월 출시 2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광고 모델인 고소영의 이름을 따 일명 ‘고소영 에센스’로도 불리는 이 제품은 아이오페 자체 배양기술로 만든 활성성분 배양액인 ‘바이오 리독스(Bio-redox™)’를 94% 함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 제품은 피부 친화적이고 저자극적인 제형에 신속하게 흡수되는 수액 에센스로, 스킨 다음 단계에 3ml가량을 화장솜에 충분히 적셔 두드리며 흡수시켜주면 3일 후 이상적인 피부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오페 측은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 종합 매장인 아리따움 구매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재구매율이 높아 앞으로도 꾸준히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오 에센스의 이런 ‘흥행’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온 아모레퍼시픽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 연구 덕분이다.

 

새 기능의 ‘고소영·장동건 에센스’ 인기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 개발을 위해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강력한 항산화 효소 ‘티오레독신(thioredoxin)’에 주목했다. 티오레독신은 박테리아, 식물, 동물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티오레독신을 바이오 기술로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와 함께 바이오 인큐베이팅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바이오 인큐베이팅 기술은 25일간 온도, 빛, 물, 공기 등을 제어하고 효모의 생명활동을 통해 피부 친화적 효과를 지닌 항산화 효소 성분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 항산화 효소는 피부를 투명하고 매끄럽게 가꿔주는 성분인 바이오 리독스를 만드는 데 배합돼 아이오페 바이오 에센스에 담겼다.

바이오 에센스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올 2월, 남성을 위한 ‘아이오페 맨 바이오 에센스’도 출시했다. ‘장동건 에센스’라는 별칭이 붙은 이 제품은 출시 3주 만에 고객이 160% 증가했으며, 이 회사의 기존 다른 에센스의 1년 판매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 화장품 시장 갈수록 확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미지움’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은 감성에서 진화,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화장품 하이테크와 감성의 접목’이라는 보고서에서 피부과학이 발전하면서 화장품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시장변화·유행 중심에서 기술·효능 중심의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부노화 관련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과거 화장품 기초연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던 화학기술의 자리를 바이오 기술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들어 국내 화장품 업계도 글로벌 트렌드인 바이오 기술 연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바이오 화장품을 내놓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 주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체계적인 바이오 연구를 위해 2010년 바이오사이언스연구소를 설립하고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인종별, 지역별, 성별, 연령별, 환경별 피부 분석과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미와 건강에 대한 바이오 기초지식을 연구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화장품의 핵심은 바이오와 화학인데, 특히 새로운 화장품 원료를 개발할 때 중요한 기술이 바로 바이오”라며 “바이오 연구는 화장품 업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진행할 바이오 연구 계획에 대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사인 항노화, 항비만, 미백 등의 기초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LG생명과학과 손잡고 최근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리프트’를 출시했다. 더마 코스메틱은 화장품 제조 기술을 적용한, 좀 더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화장품을 의미한다. 더마리프트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연구개발(R&D) 역량과 LG생명과학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접목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한 제품이다.

LG생활건강은 주력라인인 ‘더마리프트 인텐시덤’에 LG생명과학의 특허성분 ‘네크로엑스(NecroXTM)’를 독점공급 받아 차별화된 성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LG생명과학은 네크로엑스의 화장품 원료화에 성공함으로써, 화장품 원료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네크로엑스는 LG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내 및 미국 특허 등록 성분으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억제해 손상 받은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해준다고 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마 코스메틱은 프랑스나 독일 등 화장품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크게 선호되는 카테고리로, 최근 국내 드러그스토어 채널에서도 온천수 등 물 원료에 집중한 해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며 연간 약 21%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더마리프트 출시를 필두로 연간 약 400억원 규모의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화장품 연구파트 김지영 연구원은  “바이오 기술의 발달은 자연에서 극히 미량만 추출할 수 있거나 굉장히 비싼 값을 치러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화장품 업계에 열어줬다”며 “하지만 이러한 제조 과정에서 발생되는 미생물 특유의 냄새, 사후 변형 등 공정상의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기술력이 존재해야만 얻어진 물질들을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 실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은 대학 및 외부 연구기관과 100여 개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유전학·단백질학·시스템생물학·생물정보학 등을 이용해 피부의 아름다움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내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바이오사이언스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강찬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화장품 산업의 속성이 하이테크 산업으로 진화하는 만큼 화장품 관련 기업들은 단순히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수동적 관점에서 탈피해 기술혁신을 통한 잠재 욕구 발굴, 소비자 기호 선호 등 적극적인 관점으로 전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