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안티에이징에 집중하는 50대 주부

50대 주부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고 무엇보다 남편이나 자식만을 챙기던 이전의 중년 여성들과 달리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기한테 집중할 수 있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고 재취업 의사도 가지고 있다. 좀 더 젊어 보이고 건강해질 수 있는 안티에이징 제품이나 건강 상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박재성 기자

 

매주 화요일 연희동 주부모임 ‘볼테르’ 회원들의 가슴은 설렌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외출하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장롱 한쪽에 고이 모셔놨던 청바지를 꺼내 입고 남편과 해외여행 갔을 때 큰 맘 먹고 장만한 선글라스와 스카프를 꺼내 잔뜩 멋을 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꽤 멋진 영화감독 한 사람이 서 있다. 뿌듯해진다. 나이 50에 이제 와서 무슨 영화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자신을 위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매주 모임을 갖는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레드안테나에서 진행하는 영화수업이다.  회원들은  모임이 있는 날엔 약속이나 한 듯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다. 요즘은 방학 중이라 영화 만들기 수업을 하지 않지만 회원들은 꾸준히 만남을 갖고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구상하기도 하지만 모임 자체가 즐겁고 매주 한 편씩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회원들은 꾸준히 나오는 편이다. 영화교실에선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각자의 영화를 구상하고 만든다.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하고 살림하면서 아이 키우느라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이 허무해지려고 할 무렵 볼테르를 알았고 레드안테나의 영화교실을 찾게 됐다. 20명 정원 중 비교적 많은 수가 50대 주부들이다. 이들 사이엔 공통의 화제가 많았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료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도 하고 더욱더 여생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기술적으로는 부족함이 있지만 사진을 찍고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한 편의 영화가 언젠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주부 모임을 이끌고 있는 레드안테나 홍현숙 씨는 “영화제작엔 나이가 많은 분들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폐경기가 되고 애들이 시집장가 갈 때가 되니 주부들도 이제는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하고 뭔가를 내려놓은 느낌으로 임하기 때문에 훨씬 솔직하고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자식 위한 삶 살다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기

‘골드퀸’, ‘루비족’이라고도 불리는 50대 주부들은 자신에 대한 관심과 자기계발 욕구가 많은 편이다. 가사와 자녀교육에서 해방되면서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 이 나이대 주부들은 최근 자기계발이나 그동안 부족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 위해 백화점 문화강좌를 비롯해 지역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는 점차 젊은 주부들을 위한 강의로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50대 주부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과 의욕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 동경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해서인지 배우려는 의지와 의욕도 높다.

중년 주부층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담당자는 “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세대인 30~40대에 비해 그렇지 못했던 50대 분들은 배움에 대한 갈증이 큰 편”이라며 “자녀들을 대학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면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지역, 문화센터 정보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50대 주부들의 이런 적극성과 자기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와 의지는 아츠커뮤니케이션21에서 진행하는 무용수업 ‘춤너머 줌마렐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은 중년 여성으로 3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의 주부들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이 중 80%가 50대들이다.

여기선 무용을 배우긴 하지만 기존 문화센터에서 하던 한국무용이나 발레를 배우는 건 아니다. 이 사업 자체가 지역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다 보니 춤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를 주부 스스로가 고민하면서 춤 레퍼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한다. 주부들은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 작품을 만들거나 지역주민들과 만나서 춤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단순히 춤만 즐기는 게 아니라 춤을 통해서 삶의 즐거움과 충만함을 찾으려는 게 목표다.  ‘자기’를 찾고 나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수업은 성북구민여성회관에서 진행되며 성북구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이 사업은 올해 4년 차를 맞는다. 처음엔 취미활동 차원에서 시작했다가 재취업까지 성공한 주부도 있다.

‘춤너머 줌마렐라’의 송재순 담당자는 “말로는 ‘이 나이에 뭘 하겠어’ 하면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무용 말고도 다른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찾는 50대 주부들이 많다”며 “프로그램이 끝나도 봉사활동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 진로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성 기자

 

자기계발 강좌나 봉사활동 등 배움에 대한 열정 높아

50대 여성의 자기계발 열정은 재취업에 대한 열망으로도 잘 드러난다. 물론 가장의 은퇴로 인한 재취업 수요가 가장 높지만 결혼생활 동안 단절됐던 경력을 이어가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한 욕구도 높다.

3년 전부터 한국폴리텍대학 춘천캠퍼스가 지역 내 경력단절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재취업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맞춤형 컨텍센터전문가 인력양성 과정’의 경우 수강생의 60% 이상이 40~50대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재취업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사업 계획 단계부터 춘천의 컨텍센터인 한국고용정보와 협약을 체결해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진출과 재취업,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로 전업주부의 사회진출을 돕는 과정이다.

중년 여성들의 강한 재취업 욕구는 재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에 따르면 50대 여성은 2011년 5502명 중 850명으로 3.5%, 2012년 786명 중 889명으로 4.5%, 2013년 3965명 중 715명 4.7%로 해마다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50세 이상 여성을 위한 유망직종으로는 크게 두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부의 특기를 살린 직종과 진입이 비교적 쉬운 보건복지 분야의 직업이 있다.

주부의 특기를 살린 직종은 각 가정의 에너지효율을 진단하고 절약법을 컨설팅해주는 에너지컨설턴트나 정리정돈 수납전문가, 채소소믈리에 등이 있으며 보건복지분야 관련 직업들로는 노인상담가, 실버라이프매니저, 노인운동지도사, 실버컴퓨터강사 등 노노케어 전문가나 요양보호사, 산후관리사 등이 인기다.

외모꾸미기와 건강상품 등에도 ‘50대’ 효과

한편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50대 여성들은 외모와 자기 꾸미기에도 열심이다. 경제력을 갖춘 40·50대로 외모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골드퀸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고 무엇보다 남편이나 자식만을 챙기던 이전의 중년 여성들과 달리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골드퀸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는 역시 건강식품 시장이다. 특히 40·50대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질환과 관련한 건강식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KGC인삼공사가 내놓은 ‘정관장 화애락퀸’은 출시 100일 만에 6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광고한 것이 먹힌 것이다. 이 제품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보면 여성이 75%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별로는 40·50대 구매가 전체의 72.5%를 차지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도 50대 여성의 안티에이징 시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고운세상피부과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기준 대비 올해 1~7월에는 5.4%가 증가했다. 5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시술은 주름개선· 탄력과 관련된 시술인 울쎄라, 울트라포머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