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달 앞둔 직장인 김 씨(32세, 여)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혼은 오직 사랑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부터 신혼여행, 살림살이에 집까지 진짜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돈이었다.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고 친구들한테 ‘밥 한 번 제대로 안 사는 짠순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직장생활 동안 알뜰살뜰하게 부은 적금 3000만원은 예단, 혼수를 챙기고 나니 이미 마이너스 잔고로 변해 있었다. 부모님은 결혼식 비용은 걱정 말라고 힘을 주지만 시댁식구 눈치 보랴 부모님 자존심 챙기랴 중간에서 탁구공처럼 튀어 다니다 보니 이제는 ‘결혼이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 번씩은 든다. 그래도 남자친구가 믿음직스럽다. 대기업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막연하게 5000만원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어디서 그런 돈을 모았는지 집을 마련할 자금이라며 1억5000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보여준다.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다 이제 와 통장에 마음이 녹아버리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막상 어떻게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김 씨는 일단 마음껏 기뻐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일주일 동안 집을 보러 다녀보니 1억5000만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었다. 서울에 어지간한 전셋값도 2억은 거뜬하게 넘었다. 김 씨와 남자친구는 모두 직장이 서울에 있는 만큼 어지간하면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을 사는 것은 언감생심, 전세도 어렵다는 생각에 김 씨는 하소연할 곳도 없이 며칠간 속앓이를 했다. 그래도 이제 그녀는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 한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대출을 받아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일산이나 중동, 김포 같은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 새집을 구입해야 한다. 양쪽 모두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전세 VS 매입, 중소형 매입 생각해볼 만

우선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면 출퇴근이 편하고 여러 가지 생활 편의나 문화생활을 누리기가 좋다. 차도 막히고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에게 더 중요한 건 직장과의 거리나 식당, 백화점, 마트, 문화시설 같은 편의시설의 유무다. 하지만 지금 서울에서 마땅한 전셋집을 찾는다는 것은 실로 난감한 일이다. 흔한 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따로 없다. 주택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누구도 선뜻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남의 집이긴 하지만 원금 손실이 없고 세금 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이득이 있다 보니 실속파들 사이에서 전세의 인기는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전세 수요가 큰 서울에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평균 60%에 육박할 정도로 전세의 인기가 대단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70%를 넘는 곳도 있다. 최근 정부가 4.1대책 후속 조치로 공공분양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세가는 한 번 더 출렁거렸다. 가뜩이나 전셋집을 찾기 힘든 마당에 공급이 줄어든다는 소리에 수요층은 더욱 절박하게 전셋집을 찾았고 공급자들은 호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5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대비 0.12% 오르며 5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무려 50주,  거의 1년 동안 내내 오르기만 했다는 소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강북(-0.11%)과 강남(-0.17%) 모두 내리며 11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매매 시장이 비관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이 신혼부부에게는 내 집 마련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매매가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소형주택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무리하게 대출을 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집값 대비 60%~70% 정도의 자금이 있다면 매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 향후 가치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굳이 매입의 장점을 꼽지 않더라도 현재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값도 값이지만 일단 마음에 드는 집을 제 가격에 찾기가 어렵다. 일례로 도심에 가까워 직장인과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신당동과 약수동 일대는 유례없는 전세비상을 겪고 있다. 약수역 일대 2300가구 대단지인 ‘약수하이츠’ 57㎡는 7월 중순 2억6000만원에서 8월 초 2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이 뛰었다. 학군수요가 몰리는 노원구 중계동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남, 롯데, 상아 등 대부분 단지의 전세가가 2주 만에 500만~1500만원씩 상승했다. 월세로 전환되는 수요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재계약이 성사된 곳들은 모두 3000만원씩 전셋값이 오른 경우라고 한다. 전세물건이 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값을 올려도 세입자들이 꾹 참는 분위기다. 전세대란 속에서 마음에 쏙 드는 것도 아닌데 떠밀리듯 전셋집 경쟁에 동참하느니 여러 혜택을 내걸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들을 돌아보는 것이 여러 모로 나을 수 있는 이유다.

 

주택자금 마련, 축의금까지 알뜰하게

주택자금 마련을 어떻게 하는가는 전세나 월세, 매입을 결정하기 앞서 가장 우선하는 부분이다. 서울 강북을 기준으로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대략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만 준비돼 있다면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했다 하더라도 1억이 넘는 자금을 모아둔 사람은 흔치 않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이 가정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지만 오랜 경기침체로 누구 하나 여유로운 사람이 없는 요즘이다. 특히 집은 남자가 마련한다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예비신랑과 부모의 어깨를 짓누른다. 양쪽 집안이 집 마련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갈등이 커지면서 결국은 파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가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많은 사람이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이라는 생각에 아껴야 할 부분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식에 드는 불필요한 비용과 혼수 비용을 줄여 주택 마련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축의금은 양가 부모 쪽에서 담당하고 결혼식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식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남는 축의금을 공동의 기금으로 조성해 주택 마련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비용을 줄이고 양가의 축의금을 보태면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3000~5000만원 정도를 집을 구하는 데 보탤 수 있다. 만약 예비부부가 각자 직장생활로 5000~8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모아뒀다면 1억 가까운 목돈이 된다.

부족한 부분은 대출을 통해 채울 수 있다. 우선 살펴볼 것은 ‘국민주택기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부부의 합산 총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85㎡ 이하 주택으로 은행에서 평가한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에 최고 2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낮은 편으로 최소 2.6%에서 최대 3.4%로 최대 30년까지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을 할 수 있다.

전세자금 역시 ‘국민주택기금 주택전세자금 대출’이 있다. 세대주 전원이 무주택이면서 최근 1년간 부부 합산 총소득이 5000만원(신혼가구인 경우 5500만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는 6000만원) 이하라면 임차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의 전세(월세도 가능) 보증금 70% 이내에서 최고 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은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하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국민주택기금 주택전세자금 대출 모두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수탁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역시 주택 마련에 적합한 상품이다. 대출 신청일 현재 만 20세 이상으로 무주택자 또는 주택 취득 30년 이내인 1주택자(일시적 2주택 허용)라면 9억원 이하 공부상(등기부등본)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3.8~4.05%의 저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가격 3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Ⅰ은 최대 1억원 한도에 최소 2.8%대로 금리를 낮출 수 있고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 Ⅱ는 최소 3.3%대 금리가 가능하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신혼부부가 주택을 마련할 때는 최대한 자기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그래도 자금이 부족하다면 최대한 금리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팀장은 “보통 대출에서 이자만 생각하기가 쉬운데 거치기간 이후 원금을 포함한 상환금액을 따져 내가 해당 대출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모아두기보다는 그때그때 대출 원금을 상환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혼부부가 눈여겨볼 지역은?

신혼집 마련 자금이 충분하다면 당연히 향후 가치에서 가장 유망하면서 더불어 업무시설과 편의, 문화시설이 밀집돼 있는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살펴볼 만하다. 이 지역은 가치, 환경만큼이나 집값도 비싼데 3.3㎡당 아파트 매매가가 2300만~3300만원에 이른다. 국민주택형인 전용면적 85㎡(공급면적 109㎡)라고 하더라도 8억에서 1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가격에 신접살림을 차릴 신혼부부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신혼부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이면서 교통여건이 좋아 출퇴근 및 일상생활이 편리한 곳을 찾아야 한다. 강남권을 선호한다면 이와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관악구를 살펴보면 좋다. 봉천동 관악현대아파트는 2100여 세대 대단지로 7호선 숭실대입구역을 걸어서 10분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 국립현충원의 녹지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쾌적하기도 하다. 전용 68㎡형은 2억9000만원으로 신혼부부들에게 적당하다.

지하철 역세권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곳도 있다. 신림동 신림현대 1차는 전용 59㎡형이 2억5000만원, 전용 34㎡형은 1억6000만~1억7000만원에도 구할 수 있다.

광화문이나 시청 근처로 출퇴근하는 부부라면 성북구 길음동 동부센트레빌을 눈여겨볼 만하다. 전용 84㎡형이 3억4000만원, 전용 60㎡형이 2억7000만원 선이다. 길 하나를 건너 있는 미아동부센트레빌 1·2차가 영훈국제중 근처라는 이유로 전용 84㎡형이 5억원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고양 행신이나, 부천 중동·상동 등 서울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역시 신혼부부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천 중동, 상동은 7호선 연장 계통으로 강남까지 1시간 안에 접근할 수 있고 버스를 이용하면 여의도권 출퇴근도 용이하다. 상동 반달신라극동아파트는 전용 84㎡형이 2억7000만~2억9000만원, 전용 59㎡형이 2억~2억1000만원 정도, 비교적 최근에 입주한 부천중동역 푸르지오 1·2차 아파트는 전용 85㎡형이 3억4000만원, 전용 59㎡형은 3억원 선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역시 공항전철이 생기면서 여의도권이나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김포시 장기동 수정마을쌍용예가는 단지 바로 앞에 광역급행버스가 지나간다. 여의도환승센터까지는 40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까지는 50분가량이면 된다. 전용 84㎡형이 2억7000만~3억원 선으로 부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외에도 서울 염창동, 가양동 일대나 녹번동, 불광동 근처 역시 신혼부부가 거주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신혼부부가 집을 마련할 때에는 지하철 역세권을 노려야 한다”며 “9호선을 끼고 있는 염창동, 가양동이나 상대적으로 약간 비싼 감이 있지만 3호선 근처인 녹번동, 불광동 또는 7호선, 4호선, 2호선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사당동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