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재테크 

결혼은 또 한 번의 도약이다. 그동안 머물렀던 둥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리기 위해 거쳐야 할 인생의 ‘문지방’이다. 하지만 결혼을 계획한 커플은 ‘결혼 예산’이라는 1차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턱없이 복잡한 결혼 절차에 따르는, 크고 작은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혼 비용 지출의 속사정과 현명한 결혼 준비를 위한 알짜 재테크 방법을 알아본다.

#내년 5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김유진 씨(31세). 결혼 준비에 한창인 그는 요즘 결혼 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다. 8월 초 기준, 33세 예비신랑은 1억원의 결혼자금이 있고, 31세인 그는 5000만원을 모아 놓은 상태다. 결혼식까지 약 10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최소한 예비신랑은 2000만원, 그는 1000만원을 더 모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결혼 계획을 짜고 있다. 신혼집은 아직 구체적인 지역은 정하지 않았지만, 서울 근교에 2억원 이내의 20평대 이하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를 생각하고 있고, 결혼식, 신혼여행, 예물, 예단 등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4000만원 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빠듯하다. ‘결혼 공부’를 따로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결혼 절차 때문에 정신이 없고,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갈 때마다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온다.

한국 결혼문화 진단, ‘Give and Take’가 정석인가

결혼 준비 중인 커플들은 “결혼은 두 번 할 게 아니다”라며 혀를 내두르곤 한다. 좋아하는 남녀가 같이 사는 데 지켜야 할 룰(Rule)이 왜 그리 많고, 돈은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결혼식을 앞둔 커플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주범은 바로, ‘Give and Take’를 규정한 암묵적인 웨딩 규칙 때문이다. 예비신랑 측과 예비신부 측이 ‘돈 들여서’ 서로에게 해줘야 할 것들을 규정한 룰 말이다. ‘시대가 변했다’며 룰을 외면하던 젊은이들도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회귀하기 일쑤다. 각양각색 ‘Give and Take’ 룰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남자가 집을 하고, 여자가 혼수를 한다.’ 아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신랑 측 부모님은 한숨부터 나온다. ‘신혼집 마련은 어떻게 해주나’ 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부동산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매매는 결혼 발표 직후부터 결혼 직전까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남는다.

[D-180] 예비신랑이 신혼집 마련과 인테리어 등에 분주한 동안, 신부는 신혼집에 들어갈 가구·가전을 구입하고, 결혼식 전·후에 들어갈 세부 사항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김유진 씨의 준비과정을 예로 들어보면, 그는 예식장을 골라 홀 대여비를 지불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결혼식 촬영을 위해 동영상(DVD)+사진(스냅) 업체, 혼주 메이크업 숍을 골라 미리 예약해 놓는다.

[D-150] 다음으로 결혼식 전 앨범 촬영을 위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를 고른다. 업체가 너무 많아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신부를 위한 웨딩플래너를 고용한다. 스튜디오와 메이크업 업체는 웨딩플래너가 예비 커플에게 보여준 샘플용 사진을 통해, 한 곳씩 선택·예약을 한다.

[D-130] 드레스 업체도 역시나 샘플용 사진을 보고, 3~4곳을 고르게 되지만, 예비신부가 각 드레스숍을 찾아가 드레스를 4~5벌씩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업체로 좁히는 과정이 추가된다. 각 업체에서 드레스를 입어보는 ‘피팅 비용’은 평균 3~5만원씩 지불해야 한다. 예비신부가 국산 브랜드숍을 골랐다고 가정하면, ‘스드메’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200~300만원이다. 비용은 신랑과 신부가 반반씩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D-110] 드레스숍과 드레스를 골랐다면, 촬영 예정일에 스튜디오 촬영을 한다. 촬영 몇 시간 전에 예비 신랑 신부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스튜디오로 배달된 드레스를 입고 장장 3~5시간에 걸친 실내·실외 촬영을 마친다.

[D-100] 결혼식이 가까워지면 예비신랑과 예비신부 측이 서로 주고받을 예물과 예단을 준비해야 한다. 신부 예단(신랑→신부)은 웨딩 링과 다이아세트, 커플링 여자 반지를 기본으로, 진주세트, 패션세트 등을 덧붙이는 추세다. 신랑 예단(신부→신랑)은 커플링 남자 반지와 예물 시계 그리고 예복인 정장·구두가 기본으로 구성된다.

[D-90~80] 신부 측이 부담하는 예단은 현물예단과 현금예단으로 나뉜다. 현물예단은 시부모님용 이불+반상기+은수저 세트라고 불리는 ‘삼총사’로 이뤄진다. 이불은 비단 침구를 침대용 커버로 바꾸기도 하고, 반상기와 은수저 세트는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식기용 그릇 세트나 시부모님 필요 용품 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자, 현물예단 구입이 끝났다면 예비신부는 ‘현금예단’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현금예단은 조선시대에 예비 시댁에서 예비 며느리에게 비단을 주면, 며느리가 정성스레 시부모님 옷을 지어 드렸고, 시부님은 수고비를 며느리에게 용돈삼아 주었다는 풍습을 대체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금예단의 의미는 양가에서 돈을 주고받는 ‘거래’로 변질된 듯하다. 더군다나 최근 ‘현금예단은 남자가 해오는 집값의 10% 수준으로 한다’는 신(新)개념의 룰도 더해졌다. 이 룰에 따르면 남자가 2억의 신혼집 구입 비용을 마련해 오면, 여자는 10%인 2000만원을 예비 시댁에 보내야 한다. 현금예단을 수표로 보낼지, 어떤 액수의 현금권으로 보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비단 봉투에 넣어 손수 전달하는 것이 예의라고 여겨진다.

[D-70] 예비부부의 쇼핑 목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복을 맞추는 일이 남았다. 커플은 한복을 스튜디오 촬영과 폐백을 드릴 때 입고, 양가 부모님들은 결혼식 예복으로 입게 된다. 신랑 측 혼주는 푸른색 계열로, 신부 측 혼주는 붉은색 계열로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D-60] 결혼식 두 달 전에는 집 꾸미기와 신혼여행 준비에 돌입한다. 신혼집 계약이 완료되면 신부 측은 가구와 가전, 자잘한 주방용품과 신혼부부용 침구류를 구매해서 배치해 놓는다. 신혼여행지는 커플의 취향과 예산 상황에 맞춰서 고르고, 항공권·호텔·현지 차량 렌트를 미리 해놓으면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

[D-30] 신부 측에서 준비한 신랑용 예물과 현금·현물 예단(삼총사+한복/양복 등 예복)을 예비 시댁에 보내면, 신랑 측에서는 현금예단에서 반 정도를 떼어 신부 측에 예물과 신부 예복/명품 가방 등을 살 ‘꾸밈비’까지 얹어준다. 양가에서는 결혼 한 달 전 즈음에 맞교환식을 치르게 된다.

[D-10~1]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 결혼식이 임박해서는 신부 측에서 신랑 측에 이바지 음식을 해서 보낸다. 20~100만원의 비용을 내고 이바지 음식을 업체에 맞출 수 있지만, 전통의 재현을 위해 신부 어머니가 손수 음식을 해서 사돈댁에 보내기도 한다.

장장 6개월 동안의 결혼 준비는 이렇게 해서 끝이 날 것이다. 결혼 준비에 지출한 비용은 김유진 씨가 3132만원, 그의 예비신랑은 1450만원으로 합계 4582만원이다. 김 씨가 계획한 4000만원보다 약 600만원이 오버된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전세 비용까지 더하면 김 씨 커플은 결혼을 위해 2억~2억5000만원 가까이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 씨 커플은 1억5000만원을 모아놓은 상태이고, 내년 5월까지 3000만원을 모은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다. 나머지 비용 마련을 위해 결혼 전까지 결혼 비용을 어떻게 운용(투자 방법, 상품 등)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결혼 전·후 분리해 자산관리 필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는 전체적인 자산관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 필요자금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정해 투자하고 주택자금에 대한 부분도 세부적인 계획을 잡아야 한다. 특히 주택자금과 관련한 대출을 받게 된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대출 상환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1. 금융자산 관리

금융자산은 자금의 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혼 전, 단기 운용 상품을 활용해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결혼 후에도 꾸준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중장기적 상품도 함께 고려해자.

▲결혼 전 단기 상품: 3개월 만기 유동화전자단기사채-연 3.3%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이 상품은 김유진 씨 커플이 기존에 모아놓은 목돈을 투자하기 적합한 상품이다. 금리변동 가능성이 있고, 조만간 결혼자금으로 이용해야 하므로 단기 투자상품에 투자해볼 만하다. 단, 전액을 묶어 투자하지 말고, 목돈을 예치한 금융 상품과 비교한 후 일부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결혼 직후 중장기 상품: 원금보장형 ELS/ 적립식 펀드-결혼 준비 기간이 10개월이지만, 투자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아 1년 6개월이 만기인 ELS 상품은 어떨까. KOSPI 주가상승분의 70%만큼 수익이 나는 지수형 ELS는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에 좋다.

더불어 결혼 전부터 꾸준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적립식 펀드도 좋다. 고배당 종목 중 가치주에 투자한다. 장기 투자할 목적으로 가입하기에 적합한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수익성+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시장 등락과 수익률 연동성이 적으며 혼합형 펀드로 중위험 중수익 추구하며, 절대수익 추구하는 롱숏전략펀드(절대수익 추구형)도 최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 주택자금

김유진 씨 커플은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결혼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목돈 마련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기존의 투자패턴은 유지하되 은행 전세자금 대출이나 회사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해 저리로 대출하고 조금씩 상환해야 한다.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조건을 사전에 확인하고, 전셋집을 구할 때 임대인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고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더불어 무리한 전세자금 대출보다는 연립주택이나 수도권으로 지역을 넓혀 알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반환기 대신증권 청담지점 지점장, 대출은 ‘고정금리형’으로

1. 금융자산 관리

최근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존 자금 1억5000만원을 10개월 동안 운용하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가 2% 후반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현재 1억5000만원은 결혼 시 부동산자금으로 들어갈 계획이 확실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거나 손실가능성이 있는 상품보다는 안정적으로 원금과 이자가 자금이 필요한 날짜에 회수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 전 단기 상품: CMA와 단기채권-현재 CMA와 단기채권은 만기 시까지 3%대 금리를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가입조건, 기간에 따라 금융기관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조건을 잘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결혼 직후 중장기 상품: 원금보장형 ELS-원금(부분)보장형 ELS의 경우에는 6개월 만기에 4%대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원금보장의 정도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 주택자금

김유진 씨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택구입의 형태일 것이다. 현재 주택 매매가격은 낮은 수준인 반면 전세가격은 사상 최대를 구가하고 있고,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은행의 대출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적은 평형의 주택을 구입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기대수익률을 낮게 잡고 투자보다는 장기적인 주거의 목적으로 투자하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대출을 활용한다면 금리상승에 대비해서 고정금리형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BOX] 예비부부를 위한 재테크 투자 원칙

1. 가계부 작성으로 지출 관리를 철저히 하자

- 소득은 많은데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큰 지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나가는 돈을 철저하게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돈을 모으는 지름길이다.

2. 부부 소득은 모아 관리하자

- 각자 월급을 관리하는 것보다, 먼저 부부의 전체적인 자산규모를 파악하고, 지출에 대해 서로 견제하는 것이 있어야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전체적인 자산규모 파악에는 가족의 소득 규모, 지출, 투자현황, 보험현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출이 많다면 서로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체크해야 한다. 정기적인 지출액, 카드내역 등을 통해 줄일 수 있는 항목을 같이 확인해보자.

3. 보험을 슬림화하자

- 보험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복되는 부분을 빼고, 슬림화하면 과다한 보험료를 저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엑셀 시트를 하나 만들어 서로 공유하고, 여윳돈으로 자녀 양육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