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위기 시 기업은 인간화돼야 한다. 피해자들과 최대한 공감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나가야 한다. 방어적일뿐 공감하지 못하면 해결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은 ‘공감’된 후에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기업의 공감 능력이란 하루아침에 발휘되지 않는다. 평소 훈련과 철학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또는 생산과정에서나 기타 여러 활동으로 피해자가 생겨났다면 일단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그 피해자와 가족들과 ‘공감하는 것’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기업들에게 위기 시 ‘기업은 인간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회사가 그 피해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혔을 때 또는 별반 관련 없어 보이는 일부 피해 사례에 접해서도 회사는 우선 그들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사려와 배려 깊은 좋은 인간의 모습으로 해당 기업을 포지션하기 위함이다.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정신을 차리고 피해자들과 공감하는 것이 그렇게 쉽고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일단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상황에서 그 피해자들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혔다는 증거가 있나요?” “우리가 공감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향후 소송이나 소비자관리 영역에서 우리에게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등 기업이 위기 시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수없이 많아 보인다.

물론 위기 시 기업이 활용하는 ‘공감’ 전략은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쓰이면 안 된다. 반대로 ‘공감’ 전략을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트릭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공감’이란 피해자 또는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한 해당 기업의 ‘인간화’에 기반한다. 기업이 인간화돼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아프다니 너무 걱정이 된다.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공감해야 그나마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 시 많은 피해자를 두고도 ‘공감’을 생략하거나 비켜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해당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보다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 한다.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특정 상대방 이외의 불특정인들에게 공감이나 사과를 대신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라는 평가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성공 확률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상황을 장기화하는 원인이 된다. 에두르는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확실한 문제해결 방법론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면,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우선 공감하면서 문제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들을 피하고 무시하면서 공감하지 않다가 문제가 커지고 사회화돼 큰 논란이 되면 그때부터 에둘러 불특정인들에게 공감을 표시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최초부터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 대상 접근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흔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이야기 하는데, 많은 기업이 초기 공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해 문제를 키우는 실수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실행적 측면에서 공감과 책임에 대한 인정 간 확실한 선을 긋기 힘든 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공감’이란 정확한 공감 대상을 적시하고, 그에 대한 인간적 공감을 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단, 확실한 결과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무조건 인정하는 표현,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문제의 핵심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책을 언급하는 표현, 과도한 감정 표현으로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을 방해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위기 시 ‘공감’이란 위기관리를 위한 회사의 핵심 메시지를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당연한 프로토콜’이라는 점이다. 이 또한 평소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는 훈련이 반복돼야 실현 가능한 철학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이 되는 것도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