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체질강화 위해 ‘서비스산업’ 부양해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위해 융합 서비스 필요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지금 세계는 판매를 기본으로 하는 제품경제가 서비스 중심의 접속 사회로 넘어가는 혁명적인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개척에 혈안이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신성장동력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녹색성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영위하던 사업에 다른 아이템을 더해 전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 이상 한 가지 산업으로는 밀려드는 경쟁사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응할 수 없다는 고민에서다.

불과 1년전 만 해도 갖가지 위기설과 제 2의 환란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던 우리 경제가 어느새 주가·부동산 등 일부 경제지표의 과열을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각종 경제지표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리경제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불안한 부분이다. 아울러 이번 금융 위기시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수출 경쟁력이나 수출업체의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서비스산업의 GDP비중이 OECD 30개국 중 29위인 반면 제조업은 1위로 수출제조업에 치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바로 그 위기에 노출될 수 있음을 뜻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우리경제가 외부충격에 얼마나 취약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위기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경제의 내부 체질 강화가 필요하며 그중 긴요한 방안이 그동안 제조업 위주 성장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기초로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이코노믹리뷰>는 우리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인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에 대해 살펴보고 전통산업의 서비스 산업으로의 변신, 진출한 기업들의 사례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서비타이제이션 서비스업 고용비중 OECD국가 중 중하위권 비중과 질을 함께 높여야 ‘성장엔진’으로 도약

한국타이어는 기존의 생산중심에서 벗어나 T스테이션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융합이 유행이다. IT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 관광과 의료의 융합 등 서로 다른 분야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만들고 또한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또 다른 범주의, 더욱더 본질적인 융합 논의 하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바로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다.

기업들은 제조와 서비스가 하나 되는 융합서비스 ‘서비타이제이션’을 도입해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비타이제이션은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본 사상을 배경으로,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의 결합, 상품과 서비스의 결합, 서비스의 상품화 현상을 포괄해 정의되고 있다.

즉 제품에 서비스를 더하는 ‘제품의 서비스화 (Product Servitization)’와, 서비스에 상품을 더하는 ‘서비스의 상품화 (Service Productization)’를 모두 통합한 개념이다.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에 모든 학문을 결합하여 서비스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본다면 ‘서비스사이언스’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서비타이제이션이 도입된 배경에는 모든 산업이 서비스산업화로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가치사슬 중심이 기존의 제조업에서 더욱 가치가 크다고 여겨지는 R&D, 마케팅, A/S, 재무 등의 서비스 분야로 이동돼 모든 산업이 서비스화로 발전되는 데 기인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시장이 침체되면 내수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제조업이 부침이 심할 때는 서비스산업이 안전판 구실을 해줄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서비스화는 생산, 고용, 소비 등 측면에서 꾸준히 진전되어 왔으나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데다 부가가치가 낮고 국제경쟁력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7년 한국의 전체 산출액 중 서비스산업 비중은 40%로 미국 70%, 영국 67% 같은 서비스 강국은 물론 제조업 왕국인 일본 55%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수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16%로 미국 34%, 영국 45%의 절반 내지는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도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는 더욱 절실하다.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가 제조업은 10억원당 9.2명인 반면 서비스산업은 18.1명(2007년 취업유발계수 기준)으로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서비스업 고용의 특징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에서 심각한 실정”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전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3.9명으로 2000년(18.1명)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취업자의 장기추세치 증가율도 1980년대 2.6%에서 1990년대 1.8%, 2000년 이후 1.3%로 하락했다.

국내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2007년 기준 66.7%로 OECD 30개국 중 20위로 중하위권 수준이다. 인당 실질부가가치(PPP 기준)는 3만5000달러로, OECD 30개국 중 28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웅진 코웨이의 코디는 서비타이제이션의 1세대라할 수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제조업의 고용창출력 약화, 경제의 서비스화 진전, 고령화 추이, 삶의 질에 대한 욕구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는 서비스업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서비스업 고용 관련 정책은 부가가치 창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득수준 향상에 맞게 양적 확대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업종별 맞춤형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연구소가 국내 5대 서비스업종을 분석한 결과, 통신서비스만 고(高)고용·고부가가치 유형에 속할 뿐 도소매, 음식숙박과 금융, 보험은 저고용·저부가가치 유형에 속했다.

사업서비스와 사회서비스는 고고용·저부가가치 유형으로 분류됐다.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질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재산인 우리나라로서는 서비스산업을 제조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