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인도 정부에 양파 가격 안정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인도 산업자원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6월 양파 값이 전년 동월 대비 114%나 폭등했다. 지난 6월 인도 북부 지역을 휩쓴 집중호우와 홍수로 농작물 작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악의 홍수로 인해 6000여 명이 넘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본래 인도에서 양파 값은 선거의 판세를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예로 1980년 이후 양파 값이 폭등하면서 쫓겨난 총리만 2명에 이른다. 다른 과일이나 곡물은 가격이 오르면  대체 식품을 선택하면 되지만 양파는 그럴 수가 없다. 인도인들에게 양파는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파는 저소득층에게는 주식(主食)이어서 양파 가격 급등은 바로 서민들의 불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인도 국회의원들은 양파 가격을 선거 이슈로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패배를 맛보기도 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인도의 양파 가격 파동 뒤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미양파협회(NOA)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양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동시에 미국 다음으로 양파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의 경제 발전으로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양파 수요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세계 2위의 양파 생산국임에도 불구, 좁은 경작지에서 과거의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어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도의 양파 수확량은 1헥타르당 14.2톤으로 중국의 22톤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인프라 시설이 미흡해 지난 6월과 같은 폭우가 내리면 양파 수확에 큰 타격을 입는다. 또 지방에서 도시로 양파를 공급하는 유통망 역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도 일간지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양파 가격의 오름세가 적어도 다음 수확기인 10~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국민의 집안 살림이 당장 흔들리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양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집권당에게서 등을 돌리는 유권자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인도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