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갯벌을 찾는 사람이 참 많다. 누구나 한번쯤 밟아봤을 법한 갯벌. 그러나 그 경제적 가치를 생각해본 사람은 얼마 없을 거다. 우리나라 갯벌의 전체 면적은 2489.2㎢, 7억5298만3000평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가치는? 7월 15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생테계 기본조사(2006~2013)’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16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금액이 산출된 건, 머드 때문이라기보다 갯벌 속에 있는 해양생물 덕분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갯벌에는 총 1141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크기가 1㎜ 이상인 대형 저서동물은 717종으로 갯벌 중 유일하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덴해’ 갯벌(168종)보다 4.3배나 많다. 16조원이라는 수치와 7억5298만3000평이 얼핏 감이 안 올 텐데, 평당 가치로 환산해보면 약 2만900원이다.

얼마 전에는 이러한 갯벌을 ‘논’이라고 속이고, 은행 거래를 하다 적발된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말 인천에 거주하는 A씨(61세)는 갯벌 2만5000㎡(7562평)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물론 시중에 ‘갯벌’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없다. A씨가 담보로 내세운 갯벌은 70년 전까지는 논이었다. 수십 년이 지나면서 자연 침식으로 갯벌이 됐으나, 지적도상에는 아직도 논으로 표기돼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결국 입건됐다. 갯벌로 돈 벌려다 벌 받은 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벌 받을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은 총 149명이다. 이 중 실제로 벌을 받은 사람은 16.1%이며 나머지 83.9%인 125명은 1·2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집행유예’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는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진 것. 그 일환으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해,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횡령·배임을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사법부의 집행유예 판결을 원천 금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통 나라에서 주는 ‘벌’이라고 하면 징역살이나 벌금을 무는 것. 하지만 하늘에 날아다니는 ‘벌(bee)’로 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실존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말벌 공장>이라는 영국 소설의 내용이다. 주인공인 ‘프랭크’가 고문기계인 ‘말벌공장’을 만들고, 엽기적 방법으로 곤충을 죽이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게 줄거리다.

날아다니는 벌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꿀벌들도 힘이 축 빠진다. 이 때문에 양봉농가도 덩달아 울상이다. 양봉농가는 사실 올 초부터 내내 울상이었다. 경기침체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벌꿀과 같은 건강 기호식품은 경기침체 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의 벌꿀 수매금액은 전년 대비 드럼(288kg)당 최고 18.4% 하락했다. 현재 국내 양봉산업 규모는 약 4000억원대다.

꿀이 아니라도, 벌이 내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4월, 유럽연합은 꿀벌 보호를 위해 세 가지 살충제의 사용을 2년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살충제 사용이 금지된 경우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EU가 꿀벌 보호에 나선 이유는 꿀 때문이 아니다. 꿀벌이 꿀을 채취하는 동안 이뤄지는 ‘수분(受粉)’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약 560만 개의 꽃을 찾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인간의 식량 중 63%의 수분을 꿀벌이 감당하고 있다”면서 “만약 꿀벌 없이 인간이 이 수분을 직접 해야 한다면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무려 2030억달러에 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