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웠던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4.1대책 점검 및 후속조치(수도권 주택공급 조절방안)’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수도권 주택공급량을 조절해 고삐를 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 과열기에 개발을 추진했던 보금자리 주택과 같은 공공부문 개발사업을 해제하거나 사업지구 면적을 축소할 계획이다. 경기 고양 풍동2지구의 경우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등은 지구면적을 축소해 2만9000가구를 감축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민간 주택공급도 분양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의 보증 심사 과정을 엄격히 적용해 후분양이나 임대전환 방식을 열어두어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복안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공급 과잉 상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그간 미분양으로 골치를 썩고 있었던 건설사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공급축소 계획으로 기존 미분양이나 신규 물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셋집을 찾고 있던 소비자들은 살 만한 집을 찾는 일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매매시장과 반대로 줄기차게 오르던 전세 가격은 이번 공급 축소 소식과 함께 한 번 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낮아 원금 손실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전세로 몰리고 있다. 주택을 구입할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든다면 가뜩이나 구하기 힘든 전셋집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전세품귀 현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정부의 공급축소 방침으로 전셋집을 찾는 것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전세가격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수도권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 이상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지방의 경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80%에 육박하는 지경이다. 실제 가격을 보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서울 지역 아파트 3.3㎡당 전세가격이 900만원을 넘어 경기나 인천 지역의 어지간한 아파트 매매가격을 추월하고 있다. 정부가 전셋집을 찾는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말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4·1대책에 포함된 항목 중 하나인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면서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8월 중 관련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제도로 알려진 이 제도는 집주인이 세입자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대출 이자를 내는 형태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집주인이 본인 집을 담보로 세입자를 위한 전세보증금을 조달하고 세입자는 이자만 납부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전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보증금 상환 청구권을 집주인 대신 은행이 가져가고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해주는 형식이다. 그러나 세입자가 줄을 서 있는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집주인이 그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세입자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원론적인 문제점이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정부가 나름의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집주인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며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골라 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 직접 대출을 받는 귀찮은 작업과 리스크를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