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강도 제압한 최초의 국내 파이터 위승배에게 펀치를 날려봤다. (사진: 박재성기자)

거칠다. 남자들만의 운동으로 여겨지던 복싱이 어느새 대한민국 대표 다이어트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생활레저 복싱은 보기 싫은 살을 빼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더없이 좋다. 특히 업무 과다로 스트레스 폭발 직전인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복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훅~훅~잽. 늘 복싱을 배우고 싶었다. 물론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다. 복싱으로 몇 개월 만에 8~10kg을 뺐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막상 배워보려고 하니 강도 높은 운동량으로 오히려 피곤함만 쌓일까 걱정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료들은 평일 점심시간에 짬을 내 복싱을 하러 간다. 물론 몸매를 가꾸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이들의 주 목적은 스트레스 해소란다. 다이어트보다도 더 귀가 번쩍 뜨인다.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어느 순간 일에 치여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있었나 보다.

두려움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격투기 체육관 ‘팀파시’를 찾았다. 주말인데도 집에서 쉬지 않고 나와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복싱의 경우 매주 토요일이면 10~15명이 꾸준히 나와 함께 짝을 맞추며 운동을 한다.

위승배 팀파시  대표는 “복싱은 웬만한 노약자들도 다 할 수 있는 국민 운동”이라며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온몸의 리듬뿐 아니라 순발력도 향상되는 만점짜리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주말 하루라도 운동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다가 복싱의 매력에 빠져 퇴근 후 매일 오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사진: 박재성기자

일반 복싱 체육관의 경우 기초체력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30~40분간 줄넘기만 하며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잽을 날린다는 상상으로 왔다가 팔 한번 뻗어보기 전에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한다. 이것이 바로 팀파시를 선택한 이유였다. 팀파시의 복싱 프로그램에는 줄넘기가 없다. 물론 개별적으로 원할 경우 줄넘기를 해도 무방하다. 조금 더 재미있게 60분이라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다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일단 체육관에 들어선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처음 10분은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었다. 어느 정도 몸이 뜨거워지자 기술운동에 들어갔다. 힘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온몸이 사용됐다. 그렇게 20분이 흐른 뒤 두 명씩 짝을 지어 글러브를 끼고 미트를 가격하는 법을 배웠다. 서로 돌아가면서 어설픈 잽을 날려봤다.

물론 포즈는 엉성했다. 아무도 뭐라는 이가 없다. 다행히 함께 짝을 맞춘 파트너가 꽤 고수라 그의 포즈를 따라 하기 바빴다. 이 파트너로 말할 것 같으면 2년 3개월 전 몸무게가 100kg을 넘어서며 결국 다이어트 목적으로 복싱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운동을 시작한 지 7~8개월 만에 15kg 이상을 빼는 데 성공했고, 이어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에 푹 빠져 올해 초 아마추어 초급 경기에서 결국 은메달까지 거머졌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면서 퇴근 후 파이터로 변하는 그가 새삼 멋있게 느껴졌다. 복싱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의 직업군을 보면 대부분 컴퓨터 업계 등 퇴근 후 술자리가 별로 없는 직장인들이 많다. 물론 낮에는 자영업자들도 많이 온다.

기본 1시간 정도는 일단 잡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땀을 쫙 흘리고 타격을 가하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다음 날 온몸이 땅겼다. 사실 어떤 운동이 안 힘들랴. 그래도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왜 그렇게 복싱에 미치는지 이해가 갔다.

<수강생 인터뷰>

40대 초반 직장인 김수민

다이어트로 시작, 삶이 변했어요.

김수민씨는 4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그녀는 자꾸 무기력해져가면서 살이 찌자 다이어트 목적으로 복싱을 선택했다. 복싱을 시작한 지 어언 9~10개월이 다 돼가지만 사실 생각보다 살이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 역시 식이조절이 중요한가 보다. 마음껏 먹었더니 열심히 운동해도 남들 빠지는 것만큼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삶이 활기차게 변했다. 물론 홀쭉해진 것은 아니지만 지저분했던 살들이 빠지면서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 운동하고 나서는 힘은 들어도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초급자들이 쓰는 기본용 글러브(3만원)와 붕대(2만원) 그리고 학원 수강료가 다다.

물론 초반에는 욕심을 내서 시키는 대로 다 따라 했다가 발목에 염증이 생겨 한 달 정도 걷는 데 무리가 왔다. 특히 여성들은 손목이나 발목을 사용할 경우가 많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녀는 복싱을 시작한 뒤 2~3개월이 가장 고비라며 그 순간을 잘 넘기면 꾸준히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아예 빠질 생각을 안 하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