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승리자가 삶의 승리자

주말 시간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발 벗고 나섰다. 올 초 국회에 발의된 ‘국민여가활성화 기본법안(여가기본법)’이 그 일환이다. 이는 국민 여가활동도 국가의 책무임을 규정한 법안이다. ‘잘 쉬어야 재창조를 낳는다’라는 인식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차원이다. 주말이 더 여유로워질 전망이다.

    

사진: 박재성 기자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적어도 통계상으론 그렇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99시간 많다(2010년 기준).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50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생산성은 미국의 68%에 그친다. 미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776시간이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언스트앤영 한영’이 국내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업무시간의 절반 이상이 개인활동이나 비효율적인 일에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 오히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효과가 14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비효율적이고, 긴 업무시간의 파장은 ‘쉬는 것’에도 미친다. 상대적으로 여가가 짧다고 느끼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이를 보호한다. ‘뭔가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 대신 소극적이고 정적인 활동이 여가를 가득 채운다. TV를 보거나, 밀린 잠을 청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 식의 여가 활용에 만족을 느낄 리 없다. 여가 생활의 불만족은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이는 전체적인 삶의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단지 잘 쉬지 못한 것 때문이라기엔 가혹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가 국민의 여가 활용을 북돋기 위해 나섰다. 올해 1월 ‘국민여가활성화 기본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면서부터 시작된 행보다. 국민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를 규정하고, 누구나 적절한 수준의 여가를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법이다. 잘 쉬는 것이 곧 재창조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주된 목표. 이를 위해 여가 시설과 공간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고, 여가 전문인력 양성 및 여가 프로그램 개발도 촉구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직장인과 주부, 학생과 노년층 너 나 할 것 없이 주말 여가 활용의 수혜자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직장 내 스포츠클럽 지원, ‘여가친화기업인증제’ 시행,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 도입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생활스포츠 체계화를 통해 스포츠산업의 시장 확대에도 힘쓸 예정이다.

남태평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여가정책과 주무관은 “여가기본법은 국민 여가를 ‘법제화’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기본법이 시행되면, 각 계층이나 대상에 맞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그에 따른 지원책도 다양화하는 등 관련법들을 계속 파생시켜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여가기본법은 현재까지 계류 중이지만, 올해 문방위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 여가에 대한 국가의 관심은 반가운 일이지만, 다소 늦은 감도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했다. 영국의 ‘창조산업 육성 정책’이나 일본의 ‘문화 콘텐츠 진흥 정책’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한다. 이 같은 정책은 국민 여가와 놀이 문화를 촉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