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행동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범죄심리 분석요원으로도 불리는 ‘프로파일러(profiler)’는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성별, 연령, 직업, 취향 등을 추론해 수사 방향을 설정하며 도주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주로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는 풀기 힘든 연쇄살인, 특별한 범행동기가 없는 강력범죄, 증거가 없는 사건 등에 투입된다. 경찰에 소속돼 활동하며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가 특채 또는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해서 과학수사요원을 거쳐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대중에게 프로파일러의 존재를 처음 알린 것은 영화 ‘양들의 침묵(1991년)’이다.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FBI 소속 프로파일러인 클라리스 스털링 역할을 맡았다. 스털링은 특수 감옥에서 연쇄살인범인 한니발 렉터(앤서니 홉킨스)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강화유리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심리전을 펼친다. ‘프로파일러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스릴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대형 살인 사건에서의 활약이 소개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2006년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 2007년 보령 일가족 살인 사건, 2008년 안양 초등생 유괴 살해 사건 등에서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프로파일러는 강호순 검거 과정에서 수사 역량을 발휘했다. 범인은 30대 남성으로 실종이 잇따른 경기 서남부 거주자이고 차량을 범행에 이용하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호남형 인물이라는 등 범인 검거에 필요한 기초 분석 결과를 제공했다. 이는 피해 여성들이 실종된 장소와 시간, 당시 정황 등 여러 요건을 통해 범인의 행동특성을 분석해낸 결과다.

프로파일러는 연쇄성이 의심되거나 특이하다고 판단되는 실종·살인·강도·성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현장에 나가 기초 조사를 벌인다. 감식반이 피해자의 신원 확인과 증거 확보 등 물리·화학적 상황 분석에 주력하는 동안, 이들은 주검의 위치와 놓인 형태 등 현장 정황을 분석하고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과의 관련성에 주목한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행동심리학적 특성을 통해 범인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유추해내는 것이다.

프로파일러의 업무는 근무 시간이 길고 일정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강력사건이 터지면 지방에서 한 달 이상을 체류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시체가 널린 현장을 누비고 흉악범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조건 외에도 정신적인 강인함이 요구된다.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는 심리학이나 사회학 학사 이상의 학력을 소지해야 한다. 특채로 합격하면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등에 배치된다. 인력 수급에 맞춰 정원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채용규모는 매년 다르다. 특히 범죄분석의 경우 정원이 적은 편이다. 프로파일러의 성별 비율을 보면 60% 이상이 여성다. 심리학 전공자 비율을 따져보면 여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박사 학위가 요구된다. 특채 외에도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해서 과학수사요원을 거쳐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도 있다. 초봉은 수당까지 포함해서 연 3500만원 정도다.

최근 증가하는 연쇄범죄 및 이상동기범죄, 범죄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범이 늘어나면서 프로파일러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청에서는 연쇄 강력범죄나 지방청 2곳 이상이 연계된 사건, 기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 등에 프로파일러를 무조건 현장에 출동시켜서 수사에 참여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사회적으로 기대치가 높고 경찰청 내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프로파일러들의 전문화가 더욱 구체화되면서 폭넓은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하는 일은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성별, 연령, 직업, 취향 등을 추론해 수사 방향을 설정하며 도주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고 자백을 받아낸다.

초봉은 수당까지 포함해서 연 3500만원 정도다.

지원 자격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학사 이상의 학력을 소지해야 한다. 특채로 합격하면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등에 배치된다. 특채 외에 경찰관 채용시험에 합격해서 과학수사요원을 거쳐 프로파일러가 되는 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