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걸어 잠그기

“이메일은 얼마 주고 쓰냐”고 묻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인터넷은 생소했다. 뭘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조차 힘들었다. ‘포털(portal)’ 사이트가 그돌파구가 됐다. 사용자들은 그 문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발을 들였고, 길 안내도 받았다.

당시, 목적지는 하나지만 문은 여러 개였다. 15년이 지나면서 문은 하나가 됐다. 인터넷을 넘어 국가 전체의 관문이 된 ‘네이버’다. 10명 중 8명이 그 문을 통한다. 천하통일 업적은 덩치로 환산된다. 현재 NHN의 시가총액(14조원)은 LG전자나 KT보다 높다. 계열사도 50개가 넘는다. 온라인 시장의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던 힘은 이미 모니터를 뚫고 나왔다. 광고 시장을 석권하며 종이매체의 매출을 곤두박질시켰으며, 모바일에서도 압도적인 유통 권력을 자랑한다. 국내 언론을 장악했다는 악명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시장까지 먹어치운 포털’이라는 오명도 듣는다(‘네이버 부동산’ 등장에 부동산 업체 매출 35% 하락).

관망하기 부담스러웠을까. 최근 네이버를 막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네이버 규제법’ 발의예고가 발원지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막고, 불공정 생태계를 바로잡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기업 규제의 온라인 버전인 셈.

사실 독과점이나 불공정 거래는 현행 공정거래법 틀 안에서도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더 ‘센 놈’이 필요한 모양이다. ‘네이버에 특화된 족쇄’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느낌이다. “네이버로 시작하지만, 실상은 인터넷 길들이기 아니겠냐”는 말도 들린다. 여당과 조중동, ‘올드’한 세력이 유독 앞장서는 것도 그 풍문에 힘을 싣는다.

실효성은 의문이다. 인터넷 산업의 속성인 개방, 공유, 혁신은 모두 ‘규제’와 멀리 있는 단어들 아닌가. 실제로 지난 2008년 공정위가 네이버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했다가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일도 있었다. 무리한 규제는 어느새 국가 경쟁력이 된 온라인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도 낳는다. 대문에 문제가 있을 때 걸어 잠그는 게 능사인가. 그 문을 넘나들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