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공사는 한국 취항 맘대로, 韓 항공사는 중국 취항 中 맘대로

1998년 시행한 제주기점 국제선 ‘일방적 항공자유화’에 따라 중국 항공사는 현재 제주도에 자유롭게 취항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 항공사는 중국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항공당국의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한 방침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제도 개선이 여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리하다. 제주 기점 중국 노선 말이다. 한국과 중국 간 같은 노선을 두고 중국국적 항공사는 마음대로 제주에 들어온다. 하지만 한국국적 항공사는 중국에 마음대로 취항할 수 없다. 왜일까. 우리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제항공 시장에 활력을 넣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항공자유화를 선언했다. 항공자유화는 항공사가 노선구조와 운항횟수에 제한 없이 자유로운 항공운송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해외 항공사는 제주도에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중국은 아직 우리와 항공 자유화를 체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 국적사는 중국 취항이 자유롭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항공당국은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 그나마 운항을 유지하던 우리 국적사의 부정기 운항마저 엄격히 제한하고 나섰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개별항공사 보호가 아닌 국가 기간산업의 보호라는 측면과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응방안을 정부차원에서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국내 저비용항공사 성장 가도

2013년 6월 말 기준 방한 중국인은 173만5371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 119만1538명보다 29.5% 증가한 수치다. 2009년 이후 올해까지 6월 말 기준 누적 방한 중국인 연평균 증가율은 35%에 육박한다.

덩달아 한-중 항공편도 급증했다. 올 6월 말까지 4만2123편으로 지난해 3만6970편보다 13.9% 증가했다. 여객수도 515만3954명으로 지난해 459만1894명보다 12.2% 증가했다. 특히 제주국제공항 기점 운항편수와 이용객이 급증했다. 올해 제주-중국 노선의 운항횟수는 332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82편보다 76.7%나 증가했다. 여객수도 지난해 24만1113명보다 무려 84.3% 증가한 44만4393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례없는 중국인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 LCC(Low Cost Carriers∙저비용항공사)도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비록 중국과 항공 자유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밀려드는 중국인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제주기점 부정기편 운항을 확대해 수익선을 다변화함으로써 실적 개선의 기초를 다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LCC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제주기점 중국 노선에 683여 편을 운항해 9만9402명을 수송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212편, 17만8470명을 수송하며 각각 8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중국국적 항공사의 운항횟수와 여객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호황도 잠깐‥LCC 잇달아 제주기점 중국 노선 중단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은 곧 난관에 봉착했다. 일반적으로 항공 자유화는 당사국이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갖는 양자 또는 다자간 협정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제주와 같이 ‘일방적 자유화’일 경우 불평등 양상도 빚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유화 지역에 대해서는 항공사가 운항횟수나 좌석 공급규모 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항공사들은 제한 없이 제주에 정기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면서 “반면 중국은 우리나라와 2006년 산둥성과 하이난에 한해 부분적으로 자유화를 합의해 두 지역을 제외한 다른 도시에 한국 국적사의 취항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즉각 한국 LCC의 운항 중단을 초래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운항하던 제주기점 닝보 노선의 계속 운항을 신청한 바 있다. 그렇지만 중국 당국이 이 노선에 자국 항공사가 정기노선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운항을 불허했다. 진에어 역시 제주와 하얼빈 노선에 10월까지 운항을 계획했으나 중국 남방항공이 취항함에 따라 운항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제주항공이나 진에어가 부정기가 아닌 정기 노선을 개설할 수도 없다. 항공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 자유화를 위해서는 두 나라 정부 간의 항공회담을 통해서 가능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더 유리하게 때문에 굳이 자유화를 서두르거나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LCC들이 중국 각 도시를 새로 개척해서 부정기 노선을 띄우는 것을 지켜보다가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자국 항공사가 자유롭게 정기노선으로 취항하면 된다”면서 “그후 그동안 운항해온 한국의 LCC들에게 운항중단을 통보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취항 초 위험을 한국 LCC들이 대신 해주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中 정부 규제 강화 더 세진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 정부는 한-중 부정기 노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는 올 하반기 극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항공당국은 최근, ▲자국 항공사가 정기노선을 개설한 노선에 대해서는 한국 LCC의 부정기 노선을 불허하고 ▲노선별로 부정기 운항기간이 4개월을 넘지 못하고 ▲동일 노선에 복수의 항공사 운항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재까지 부정기 노선의 경우 매월 운항허가를 받아 최장 3개월을 운항한 후 일정기간 운휴 후 같은 방식으로 운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동일 노선에 최장 4개월 이상을 운항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중국 항공사가 정기노선을 개설하지 않은 도시에 최장 4개월, 한국 국적사는 1개 회사만 취항할 수 있게 됐다. 중국발 수요를 상당부분 중국 국적사에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규제를 문제 삼을 수도 없으며, 우리 정부가 선언한 일방적 자유화를 현시점에서 철회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유일한 대안은 중국과의 항공회담을 통해 한국 국적사도 중국 취항 범위를 확대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보다 근본적인 해결안은 2006년 산둥성과 하이난 지역에 대한 시범적 항공 자유화 합의 이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양국 간 항공 자유화에 대한 논의를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과 항공 자유화 지연으로 칭다오와 웨이하이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LCC가 중국 정기노선을 개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8월 중국과 나리타와 하네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한 항공 자유화 실시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항공 자유화는 지난해 취항한 일본국적의 LCC인 피치항공과 에어아시아재팬, 제트스타재팬 등에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우리나라와 일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LCC들은 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한 의견을 지난 5월 31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마련된 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적극 피력했다. 정부는 이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