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혼다 추락 속 GM '왕의 귀한'

자동차 품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토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등 일본차를 선호하던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다시 쉐보레나 크라이슬러 등 미국 브랜드를 찾고 있는 것.  투박했던 디자인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디자인으로 바뀌었고 연비도 많이 개선됐다. 이를 바탕으로 신차를 대거 선보인 GM의 브랜드 중 특히 쉐보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 평가기관 중 하나인 JD파워(J.D. Power and Associates)가 선정한 ‘2013년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제네럴모터스(General Motors/이하 GM)가 가장 우수한 메이커로 뽑혔다.

올해로 27년째인  J.D 파워 신차 초기품질지수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차를 구입한 8만3000여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고객들이 제기한 품질결함 건수를 기초로 종합 평가를 거쳐 발표했다. 평가는 고객들이 제기한 차량 100대당 제기되는 품질결함 건수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품질결함 건수가 가장 적은 자동차 메이커가 신차품질조사에서 1위에 선정된다. 올해 조사대상 구매고객들은  100대당 평균 113개의 문제를 품질결함으로 뽑았다. 이 중 GM은 100대당 98개로 1위를 달성했다. 100개 미만인 회사는 GM이 유일하다.

특히 GM의 글로벌 전략 브랜드인 쉐보레(Chevrolet)와 북미 픽업시장의 최강자인 GMC가 지난해 대비 10계단씩 상승해 각각 5위와 2위에 진입, GM제품의 초기품질 우수성을 증명했다. GM이 두 브랜드를 동시에 톱5에 올린 건 지난 2005년(뷰익과 캐딜락) 이후 처음이다.

‘빅3의 귀환’과 일본 메이커의 후퇴

미국차의 이미지는 그동안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80년대 후반부터 일본차가 급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미국 브랜드는 시장에서 자리를 잃었었다. 연비에서나 디자인에서나 미국 주요 브랜드의 이미지는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만의 독특한 시장인 픽업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일반 승용과 SUV 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안방마님’이라고 할 수 있는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브랜드들은 꾸준히 일본을 비롯한 경쟁자들에게 안방을 내줬다.

이런 점에서 미국 내 빅3 브랜드의 신차 초기품질지수가 높게 평가된 것은 자국 시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 평가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경기침체를 벗어나며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1449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곧 글로벌 마켓에서의 성공을 가늠하게 할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개별 브랜드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내세우는 이유다. 이번 평가에서 미국의 11개 브랜드 중 8개가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비록 상위권은 아니지만 포드의 링컨(Lincoln)과 크라이슬러 역시 평균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체적인 성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 빅3 브랜드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데이비드 서전트 JD파워 부사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회사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GM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이제는 수입차들과 국산(GM, 포드, 크라이슬러)차들의 격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GM은 신차 초기품질지수를 높이기 위해 안전과 튼튼함을 강조한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서왔다. 최근 선보인 쉐보레 말리부의 ‘컨테이너 강성실험’이 좋은 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쉐보레와 GMC는 톱5 브랜드 중 유일한 일반 브랜드다. 쉐보레는 차량 100대당 품질결함 건수 97건으로 업계 평균 113건에 훨씬 못 미치는 높은 신차 품질수준을 입증했다. 기존의 일반 브랜드 강자였던 토요타와 혼다는 이번 평가에서 7위와 8위를 각각 차지했으며 한국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는 나란히 10위와 11위에 랭크됐다. 총 33개의 브랜드 중 17개 브랜드가 평균(100대당 113개)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서전트 부사장은 또한 “토요타와 혼다는 이번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렉서스가 1위, 토요타가 2위를 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혼다 역시 5위권 내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평했다. 렉서스는 2년 연속 1위 자리를 포르쉐에게 물려주고 GMC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GM 도약 일등공신은 ‘쉐보레’

세그먼트와 개별 브랜드 평가에서 GM의 성과는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서 총 23개의 세그먼트에서 26종(중복1위 포함)의 차량이 1위에 올랐으며 GM은 이 중 8대의 차량(중복1위 포함)을 1위로 올려 초기품질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4대 이상의 1위 차종을 기록한 회사는 GM이 유일하다.

대형차 부분에서 GM의 약진은 더욱 눈에 띈다. 총 6개의 대형 세그먼트 중 프리미엄 세단을 제외한 모든 세그먼트를 휩쓸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세그먼트 중 하나인 대형 픽업트럭 부분에서 경쟁사인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GM은 평가 세그먼트의 약 50%를 해당하는 17종의 제품을 해당 세그먼트별 최소 3위 이내로 안착시켜 GM 제품의 초기품질 우수성이 일부 차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번 평가의 일등 공신은 사실 쉐보레라 할 수 있다. GM의 1위 차종 8대 중 5대가 쉐보레 제품이다. 한국시장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쉐보레 카마로는 중형 스포츠카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으며, 쉐보레 타호, 아발란체 등도 해당 세그먼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GM의 다른 두 브랜드 뷰익과 캐딜락도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쉐보레 트랙스의 형제차인 뷰익 앙코르는 소형 SUV 부문에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대형 프리미엄 SUV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차는 기아 쏘울과 스포티지R, 현대 제네시스만이 이름을 올렸다.

숨은 조력자, 한국GM ‘스파크’와 ‘트랙스’

GM의 성과에는 한국GM의 조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소형 SUV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뷰익 앙코르는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쉐보레 트랙스의 형제차다.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두 차종은 모두 한국에서 개발됐으며 현재도 생산 중이다. 한국GM이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쉐보레 스파크는 시티카 부분에서 115를 획득한 벤츠의 스마트포투(Smart Fortwo)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124)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시장에 진출한 피아트(154)와는 큰 격차를 둔 2위다. 스파크는 2012년 5월부터 미국에 수출한 이래 현재까지 미국 시장에서 약 4만 대가 판매됐다.

알리샤 볼러 데이비스 GM 글로벌 품질 부사장은 “고객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보다 더 큰 격려는 없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더불어, 고객이 의지할 수 있는 초기 및 장기 품질 그리고 서비스의 제공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JD파워는 1968년 설립된 미국의 마케팅 정보회사로 자동차, 가전제품, 통신, 헬스케어, 여행과 호텔, 금융서비스 등 11개 분야에서 시장조사를 하며, 그중 자동차 분야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 JD파워는 2005년 미국의 출판법인인 맥그로힐에 인수됐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주 웨스트레이크빌리지에 있다.